[아침-안의근] 새해 남북정상회담에 거는 기대 기사의 사진

새해 벽두부터 폭설이 내려 서울 시내 교통이 곳곳에서 몸살을 앓고 있다. 기상 관측 이래 초유의 강설량으로 인한 천재(天災)이기도 하지만 제설에 대한 행정적 준비가 미흡했던 것도 한 원인이 되고 있다.

날씨와는 달리 남북 간 새해 첫 메시지는 ‘일단 맑음’으로 출발하고 있다. 남북관계를 관리하는 통일부 주변에서는 “올해는 뭔가 달라질 것 같다”는 희망 섞인 전망이 부쩍 늘고 있다.

북한은 새해 신년공동사설을 통해 “역사적인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에 기초하여 북남관계를 개선하고 조국통일의 앞길을 열어나가려는 우리의 입장은 확고부동하다”며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표명했다.

2012년까지 스스로 내세운 강성대국을 건설하기 위해서는 인민들의 먹는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남측의 지원을 등에 업지 않고는 어려울 것이라는 계산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대통령 역시 4일 신년국정연설에서 “올해에는 남북관계에도 새로운 전기를 만들어내야 한다”며 서울과 평양에 연락사무소와 같은 상시적인 대화 기구를 마련하자고 제안했다.

남과 북 모두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으르렁댔던 지난 2년간의 관계를 청산하고 새로운 남북관계와 이를 보장할 남북정상회담의 필요성을 절감하는 모습이다. 현재 남측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서는 핵문제의 진전이 필요하다는 입장인 반면, 북측은 핵문제는 조(북)·미간에 해결될 문제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핵 문제는 남북 간의 문제인 동시에 국제적인 문제다. 92년 비핵화 공동선언에서 남북은 한반도의 비핵화를 같이 선언했고, 10·4정상선언 때도 비핵화 문제를 논의한 전례가 있다. 남북관계 채널에서도 비핵화 문제를 얼마든지 논의할 수 있는 것이다.

다만 남측 역시 비핵국가로서 핵문제 전체를 주도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한계도 현실적으로 인정해야 한다. 비핵화가 완전히 이뤄지기 전까지 남북관계의 진전은 어렵다는 고압적인 태도로는 어떠한 해법도 만들어낼 수 없다.

인도적 문제를 둘러싸고도 남측은 납북자, 국군포로와 이산가족 상봉의 확대 등을, 북측은 지난 정부에서 연례적으로 지원해온 쌀 40만t과 비료 30만t의 지원을 사실상 전제조건으로 삼고 있다.

하지만 납북자와 국군포로 문제도 서로의 입장을 존중한다면 얼마든지 해법을 찾을 수 있다. 서독은 동독의 정치범을 송환하는 대가로 외환과 상품 등을 제공한 프라이카우프(freikauf) 사업을 26년 동안 추진하면서도 동독 정부의 자존심을 고려해 비밀을 유지했고 접촉 창구도 개신교 교회를 활용했다.

국제적인 변수도 꼼꼼하게 따지고 대처해야 한다. 북·미 양자대화와 함께 당장 4월에는 워싱턴에서 핵안보 정상회의가 열리고, 5월에는 뉴욕에서 핵확산금지조약(NPT) 검토회의가 5년 만에 개최된다. 현재 북·미간에 검토되고 있는 남·북·미·중 4자간 한반도 평화체제 회의도 6자회담과 연동돼 개최될 가능성이 크다.

정상회담 의제는 물론이고 개최 여부 자체가 비핵화는 물론이고 비확산 문제나 평화체제 문제의 진전 여부에 따라 크게 요동칠 수밖에 없는 셈이다. 정부가 북한의 비핵화 문제 못지않게 핵무기의 비확산, 북한이 요구하는 평화체제 문제에 대한 논의를 선입견을 갖지 않고 준비해야 하는 이유다.

정부와 여당이 올해 6월 지방선거를 전후해 정상회담의 개최 문제를 제기할 경우 자칫 정치적 논란의 소용돌이에 빠질 수 있다는 점도 경계해야 할 대목이다. 김대중 정부는 2000년 총선 사흘 전 정상회담을 전격 발표했다가 총선에서 패한 뼈아픈 경험이 있다.

결국 정부가 올해 남북관계를 스스로 개선하고자 하는 진정성을 갖고 상대에 대한 배려 속에 착실히 준비하지 못한다면 어렵게 다가온 정상회담의 기회는 물밑 접촉 단계에서 허망하게 날아갈 수도 있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폭설에 대비해 제설제인 염화칼슘을 쌓아놓듯 정상회담의 개최에 대비한 정부의 적극적인 준비가 어느 때보다 절실한 때다.

안의근 정치부 기자 pr4pp@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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