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윤철호] 원전 수출 이후의 과제 기사의 사진

1970년대 우리나라 경제 발전과 수출 드라이브에 제동을 건 것은 두 차례의 오일 쇼크였다. 그러나 “오일 달러가 쌓이는 중동 시장에 공장을 건설하고 인력을 수출하자”는 국정 발상의 전환으로 시작된 중동 건설은 그 당시 총 수출액의 40%를 차지하며 국가 발전을 견인해 주었다. 열사(熱砂)의 땅에서 소금땀을 팔아 오일 쇼크의 태풍을 비켜갔던 우리나라는 그 강인한 생명력과 불굴의 의지로 최근 경제 위기의 활로를 또 다시 중동 지역에서 찾아냈다.

안전인프라 구축에 힘써야

작년 말 한전 컨소시엄이 쟁쟁한 원전 선진국을 제치고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이 발주한 400억 달러(약 47조원) 규모의 원자력발전소 건설 사업자로 선정된 것이다. 외국의 자본과 기술에 의존해 원전을 시작했던 우리나라는 기술 자립에 성공하자 발상을 전환, ‘한국형 원자력발전소 수출’을 목표로 내걸었다. 외국에서는 물론 국내에서조차 실현 가능성을 의심받았지만 우리는 보란 듯 해냈다. 선진국의 유수한 컨소시엄들과 피 말리는 수주전을 이겨낸 한전의 노력의 결실이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원자력 반세기의 역사 속에서 원자력 개발의 씨를 뿌리고, 싹을 틔웠던 원자력 전문가들의 피와 땀, 안전규제 전문가들의 사명감과 열정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여기에 100년 프로젝트라고 일컫는 장기적인 사업에 대한 UAE 정부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신용과 지원을 약속하는 등 전방위 외교 역량을 발휘한 이명박 대통령의 리더십이 화룡점정이 됐다. 중동건설 신화가 중동 원전 건설의 신화로 재창조된 것이다.

이번 원전 수출은 사상 최대 규모의 해외수주인 만큼 자축할 가치가 있다. 그러나 결코 만족하거나 방심해선 안 된다. 본격적인 원전 수출국으로 향하는 출발이기 때문이다.

이 시점에서 무함마드 알 함마디 UAE 원자력에너지공사 사장의 말을 주목해 보자. 그는 한국과의 계약이 ‘원전 건설의 안전성과 지난 30년간의 안전 운영 능력에 대한 신뢰’ 때문이었다고 했다. UAE의 국가 원자력안전 체계를 ‘한국의 원자력안전 규제 체계와 제도를 그대로 도입할 것’이라고도 했다. 곧 우리나라 국가 원자자력안전 규제 체계와 제도 등이 원전 수주전의 숨은 공신이었음을 나타내는 말이다.

원전 수출에 있어서 안전의 중요성은 국제사회의 어젠다다. IAEA도 안전규제 지원 역량 자체가 원전 수출의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명시하고 있고, 원전 신규 도입국은 공급국의 안전규제 체제와 요건을 따라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우리나라가 원자력발전 도입국의 안전규제 제도, 기술, 인력, 국가 원자력 안전망 등 안전 인프라 구축을 지원하는 일에 정책적 우선순위를 둬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전문인력 지속적 확충 필요

우리나라가 원자력 선진국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었던 또 다른 힘은 그들 국가가 원전 개발과 건설을 중단하고 있을 때 우리는 지속적으로 원전을 건설했고 전문 인력을 키워온 데 있다. 지금 우리가 또다시 준비해야 할 것도 바로 인력 양성이다. 그런 의미에서 며칠 전 한전이 신규 인력을 대폭 충원하겠다는 발표는 긍정적이다. 하지만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국내 원전 확대는 물론 원전 수출의 전제조건인 안전성을 확보할 전문 인력의 지속적 확충이 필수적이라는 사실이다.

오늘날 우리나라의 원자력 산업기술과 안전기술을 필요로 하는 나라는 세계 도처에 있다. 우리는 이들 세계의 많은 나라와 함께 ‘저탄소 녹색성장’을 이루며 지속적인 인류 공영의 평화와 번영을 함께 도모하며 글로벌 리딩 국가의 역할을 해 나갈 것이다. 그 역사의 중심에 우리나라의 안전한 원자력이 있고, 그 안전한 원자력을 달성해 나가는 국제적인 안전규제 전문가가 있는 것이다.

윤철호 원자력안전기술원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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