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포럼-김명자] 원자력 평화적 이용 국제신뢰 심어야 기사의 사진

2009년 대미를 장식한 아랍에미리트연합 원전 건설 수주는 우리 산업 역량을 세계에 떨친 획기적 사건이다. 비단 기술력과 가격경쟁력으로만 결판나는 일이 아니었기에 더욱 값진 결실이다. 기존의 반(反)원전 국가들조차 정책을 바꾸고 있으니 우리 앞에 글로벌 시장이 활짝 열렸다.

원자력은 가공할 파괴력과 평화적 에너지라는 이중적 이미지를 갖고 있다. 환경적으로도 기후변화 위협의 출구인 한편으로 사용후 핵연료의 기술적 처리가 미완으로 남아 있다. 원자력 발전을 하면 사용후 핵연료가 남는다. 이는 재처리 또는 영구 처분을 하는 길밖에 없다. 어느 쪽을 택하건 중간 저장이 필요하다. 그런데 95.6%의 우라늄과 0.9%의 플루토늄으로 구성된 이 핵물질을 자원으로 보느냐, 방사능의 잠재적 재앙으로 보느냐에 따라 처리 해법은 딴판이다. 자원으로 보는 경우 그 중간 저장 부지는 자원 저장소가 된다. 자원이냐 재앙이냐를 가르는 열쇠는 한 치의 오차도 허락지 않는 관리 역량이고 그것에 대한 사회적 신뢰다.

양면성을 지닌 원자력

우리나라는 원전 역사 30여년에 아직 고준위 사용후 핵연료의 중간 저장 시설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중저준위 처분장 선정에서도 다른 나라보다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치르고 있다. 처리에 관한 논의 또한 매우 까다로운 조건에 구속되어 있다. 1992년 농축과 재처리를 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한반도 비핵화 선언’과 2014년 만료되는 ‘한·미 원자력협정’에 발목이 잡혀 있다. 한·미협정 재개정의 핵심은 재처리에 대한 미국의 포괄적 승인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그런데 오바마 행정부는 글로벌 비핵화 의지 표명은 물론 국내 유카 마운틴 처분장 프로젝트 예산도 전액 삭감하고 있다.

자원 효율성 측면에서 재처리는 매우 바람직하다. 그러나 원자력은 얘기가 간단치 않다. 우리나라는 사용후 핵연료 처리에서 나온 핵물질을 무기 제조에 쓸 수 있는 경우는 재처리라 하고, 고체 공법의 파이로 프로세스(Pyro-processing)는 재활용이라 칭하고 있다. 파이로 프로세스에서는 플루토늄과 초우라늄계 원소가 한데 섞여 추출되기 때문에 플루토늄 핵무기 확산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나 국제 기준은 우리와 같지 않다. 국제원자력기구와 세계원자력협회는 핵 확산성 여부와 상관 없이 파이로 프로세스도 재처리로 분류하면서, 액상의 퓨렉스(PUREX) 공법에서 플루토늄이 분리 추출되는 것과 다르다는 차이를 인정할 뿐이다. 재활용은 재처리로 얻어진 핵물질을 특정 목적을 위해 ‘다시 사용’하는 것으로 규정한다. 4세대 원자로인 소듐냉각고속로(SFR)가 상용화되면 파이로 프로세스로 처리한 것은 다시 핵연료가 될 수 있다. 그런데 앞으로 10년은 더 걸릴 듯하다. 그리고 파이로 프로세스에서도 플루토늄을 분리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면 이 또한 논쟁의 소지를 남기게 된다.

북한 반칙에 맞대응 안 돼

북한 핵 때문에 첨예한 관심이 쏠리고 있는 한반도, 거기서 우리는 각고의 노력 끝에 원전 수출국이 되었다. 그리고 ‘핵연료주기’ 완성을 향해 외교 역량을 발휘해야 하는 시점에 섰다. 이 민감한 외교 현안을 풀어가는 비결은 무얼까. 다급하더라도 ‘약속을 지키는 국가’라는 국제사회의 신뢰가 가장 큰 자산이다. 정치적 선언으로서 한반도 비핵화 선언이 구속력이 없다고 해서 북한의 반칙에 맞대응해 ‘핵 주권’을 주장할 수는 없다. 국격과 국익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핵 확산 방지 국제 협약을 준수하는 국가, 과거 핵 주권과 관련해 야기된 의구심을 불식시킬 수 있을 만큼의 국제 신뢰를 쌓는 것이 기본이 될 것 같다.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의 전사로서 우리 원전이 진출해야 하는 무대도 해외이고 우리가 지켜야 할 규범도 국제적 기준이기 때문이다.

김명자 그린코리아21포럼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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