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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규홍의 식물이야기] 가시에 드러난 생존전략

[고규홍의 식물이야기] 가시에 드러난 생존전략 기사의 사진

날카로운 가시를 많이 달아 험상궂어 보이는 나무들이 있다. 엄나무라고도 부르는 음나무가 대표적이다.

음나무는 닭 백숙에 넣기도 하고, 새순을 나물로 먹기도 하는 요긴한 나무다. 음나무의 어린 가지에는 흉측할 정도로 가시가 무성하다. 초식동물이 좋아하는 먹이인 까닭에 음나무는 초식동물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 가시를 내서 생명을 지키는 것이다. 그러나 일정한 크기로 자라면 가시는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초식동물이 먹기 어려울 만큼 줄기가 굵어졌다는 이야기다.

사나운 가시가 무성하게 돋는 나무로 주엽나무도 빼놓을 수 없다. 주엽나무도 음나무처럼 초식동물의 공격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가시를 바짝 치켜세운다. 주엽나무 가운데 가시가 매우 고약하게 달리는 나무로 이란주엽나무가 있다. 이란주엽나무의 가시는 크고 억셀 뿐 아니라, 줄기 전체에 촘촘히 돋아난다.

이란주엽나무의 가시가 돋아난 모습에는 최소한의 에너지로 스스로를 지켜내는 나무의 생존 전략이 담겨 있다. 가시는 밑동에서부터 줄기를 타고 나뭇가지 전체로 퍼졌다. 척박한 사막의 땅에서 겨우 싹을 틔운 나무가 온전히 살아남으려면 사막의 주인공인 낙타의 공격을 피해야 한다. 낙타가 좋아하는 잎과 가지를 가진 나무의 운명이다.

나무는 낙타가 다가서지 못하도록 가시를 돋아냈다. 가시가 아니라면 낙타는 잎사귀에서부터 어린 가지까지 마구잡이로 먹어치울 것이다. 별다른 먹이를 찾기 어려운 사막에서 나무의 여린 가지와 잎은 더없이 좋은 먹이인 때문이다.

영양분을 만들어내는 잎사귀를 낙타에게 다 빼앗기면 나무는 살아남을 수 없다. 나무는 생존을 위협하는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해 낙타의 입이 닿을 만한 모든 자리에 가시를 뻗어냈다.

그토록 무성한 가시는 그러나 일정한 높이에서부터 찾아볼 수 없다. 마치 아래쪽과 위쪽이 전혀 다른 나무인 것처럼 보일 정도다. 그 높이가 바로 낙타의 키 높이다. 낙타의 입이 닿지 않는 곳에까지 가시를 낼 필요는 없다.

쓸데없이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아도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이다. 나이 든 음나무의 줄기가 모든 가시를 덜어내고 미끈해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동물의 공격을 선 채로 당해야만 하는 나무들의 생존 자구책이 재미있다. 또 꼭 필요한 만큼의 방어수단으로 살아가는 나무살이에서 모든 존재에는 이유가 있음을 돌아보게 된다.

천리포수목원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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