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용 칼럼] 로버트 朴의 북한 인권행진 기사의 사진

“정부도 언론도 말하지 않는 ‘기이한 침묵’… 국제사회와 양심있는 신앙인들은 긴장하고 있다”

지난 성탄절 새벽 얼어붙은 두만강을 건너 함경북도 회령으로 들어간 로버트 박(박동훈·28)의 안위가 궁금하다. 로버트 킹 미국 대북인권특사는 영사보호권을 통해 로버트 박의 상태를 확인했지만 아직까지 답변이 오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 인권단체에 따르면 그는 청진시로 이송돼 보위부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

로버트 박의 행동을 놓고 ‘영웅주의에 빠진 돈키호테’ ‘세상을 깨우려는 의인’으로 평가가 크게 엇갈린다. 입북 전 그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전달할 편지에서 “죽어가는 북한 인민들을 살릴 식량 의약품 생필품이 들어갈 수 있도록 국경을 개방할 것과 정치범 수용소를 폐쇄하라”고 촉구했다. 성경을 들고 두만강을 건너면서 “하나님의 말씀을 가져왔다”고 외쳤다.

미국 LA에서 태어난 그는 2008년 미국 교회의 중국 선교사로 파송돼 탈북자들을 돕다가 1년 전 한국에 들어와 빈민 구호와 북한 인권운동을 본격화했다. 하지만 국내의 무관심에 실망해 ‘한 알의 밀알’이 되기를 자처하고 사지(死地)로 뛰어든 것이다.

이 같은 로버트 박에 대해 아무도 얘기를 하지 않고 있다. 정부도 언론도 ‘기이한 침묵’을 하고 있다. 북한은 아킬레스건인 인권문제를 건드리고 김정일 퇴진까지 거론한 로버트 박의 기개에 당황해 할 것이다. 처형할 수도 있겠지만 대미 관계 개선이 시급한 북으로서는 ‘순교자’를 만드는 것은 더 큰 부담일 것이다. 아프간 전쟁과 중간선거에 발목 잡힌 미국도 여기자 억류 사건과는 달리 ‘해프닝’으로 몰아 북한과 빨리 마무리 짓고 싶어하는 눈치다.

한국 정부 역시 로버트 박이 미국 시민이라며 전혀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친북 정책을 폈던 과거 정부들이야 그러겠거니 했지만 현 정부도 북한 인권문제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어 보인다. 북한 인권을 정치적 이슈와 별개로 대응한다고는 하지만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중국은 아직까지 탈북자 망명을 한 명도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일본은 납북된 자국민의 문제에만 관심을 쏟고 있다.

그럼에도 국제사회의 인권포커스는 북한으로 모아지고 있다. 이번 주 한반도에선 특별히 북한 인권 논의의 ‘큰 장’이 서고 있다. 국제무대의 북한인권 관련 양대 주역인 킹 미국 특사와 비팃 문타폰 유엔 대북인권특별보고관이 동시에 방한함으로써 북한을 압박하고 있다.

킹 특사는 그제 “북한 인권문제가 6자회담의 맥락에서 논의될 수 있다”고 밝혔다. 5년 연속 북한인권 결의안을 채택한 유엔 인권이사회는 지난해 12월 무려 167개의 대북권고안을 냄으로써 국제사회의 압력을 구체화하고 있다. 모레 열리는 문타폰의 기자회견이 주목받는 이유다.

김일성의 ‘쌀밥과 고깃국 유훈’을 달성하지 못한 북한은 남북정상회담과 평화협정 회담을 제의하는 등 현상 타파를 모색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북핵 문제만 부각됐지만 이제는 인권문제가 동시적으로 엮여가는 상황이다. 특히 탄압이 극심한 북한의 기독교인들을 위해서라도 종교적 자유는 반드시 짚고 가야만 할 중요한 이슈다.

재미교포 청년이 북한동포들의 해방을 위해 순교를 각오하고 큰 발걸음을 내디딘 데 대해 뉴욕타임스는 “행진했다(Marches Into North Korea)”라고 표현했다. 국제사회에 북한 인권문제를 계속 덮고 갈 수 없음을 보여준 것이다. 한국 국민과 한국교회에는 절대로 북한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경고를 보냈다.

그가 대표로 활동한 100여개 북한인권단체 네트워크인 ‘자유와 생명 2009’는 어제 북한으로 ‘로버트 박 풍선’을 날렸다. 10년 동안 발이 묶인 북한인권법안의 국회 통과를 촉구하는 내용을 담았다. 서울의 아름다운 교회와 북한 인권단체들은 연일 무사귀환 기도회를 갖고 있다. 양심 있는 신앙인들도 긴장하고 있다. 제2, 제3의 로버트 박이 나올 수도 있다. 세상 사람들에게는 무모하게 비칠지 모르지만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천한 그는 ‘그리스도의 바보’다.

이형용 수석 논설위원 hylee@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