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김일수] 세종시 해법,수정안과 원안 사이 기사의 사진

세종시 수정안에 대한 찬반 열기가 예사롭지 않다. 민심의 향배도 곧 드러날 것이다. 9부2처2청의 중앙행정기관을 이전할 세종시 원안은 백지화되고 대신 첨단산업, 대학, 기초과학연구기관과 자족기능을 갖춘 큰 규모의 경제도시가 세종시의 청사진으로 떠올랐다. 이미 충청권에 들어선 대덕, 오송 과학연구단지와 오창산업단지에 교육과학중심의 세종시를 보태면 과학델타로서 유기적인 시너지효과와 더불어 세종시가 새로운 성장거점도시로 부상할 개연성이 높다는 것이다. 소박한 입지적 관점에서 보면 미래전망이 더 밝아 보인다.

문제는 지난 8년간 신행정수도에서 행정중심복합도시로, 다시금 교육과학중심도시로 탈바꿈하는 동안 세종시 원주민들과 다수 충청인들이 겪었을 불안감, 상실감, 자괴감의 크기이다. 따라서 정부는 물론, 정치권도 조속히 세종시 문제를 매듭짓고, 이젠 미래를 향해 가시적인 터전을 닦는 공동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타협 여지 없는 절대선 없어

그런데 안타까운 것은 세종시의 미래가 지금 시계제로상태라는 점이다. 결사항전에 나선 야권은 정부의 수정안을 아예 ‘국민을 상대로 한 사기극’, ‘알맹이 빠진 껍데기’ 등의 극언으로써 폄하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여권 내 친박계도 국민과의 약속을 저버린 처사라며 등을 돌린 뒤 원안을 배제한 수정안에 절대반대라는 초강경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런 극한 대립상황에서 수정안이 국회를 어떻게 통과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더욱이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세종시 문제를 정치쟁점화하려는 야권의 움직임을 감안하면, 자칫 세종시 갈등이 온 국민의 몸살로 확산되지 않을까 염려된다.

돌이켜보면, 세종시 문제는 순전히 선거공학적 정략의 산물이었다. 제16대 대선을 앞두고 노무현 당시 민주당 대선후보는 충청도 표심을 잡기 위해 충청지역 천도안을 내걸었던 것이다. 2003년 말 몇 개월 앞으로 다가온 제17대 총선을 염두에 두고 당시 야당 한나라당도 충청표를 의식해 법안처리에 묵시적으로 동조한 덕에 이 천도안은 16대 국회를 통과했다. 이 안이 헌재의 위헌결정으로 발목이 잡히자 의회 다수당이 된 열린우리당은 2005년 1월 행정중심복합도시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수도권 대 비수도권 의원 간의 격한 대립을 보였던 한나라당은 가까스로 권고적 찬성당론을 채택한 뒤 소수의원들의 참여로 행복도시에 당론을 모아준 셈이 되었다.

그 후 열린우리당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고 참여정부의 진보주의적 개혁모델은 오늘날 공공정책의 도처에서 세종시 갈등과 같은 문제점을 노정하고 있다. 세종시 수정안은 벌써 차기 대권구도와 맞물려 여야, 여여의 일대 결전장이 되어버렸고, 합리적인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쉽지 않아 보인다.

희생적 결단할 지도자 없나

그러나 공공정책에서 타협의 여지 없는 절대선이란 있을 수 없다. 진실은 원안과 수정안의 중간 어디쯤에 숨어있을 것이다. 국민을 두려워하는 정치지도자라면 국민통합의 큰 방향으로 나가야 옳다. 속내야 어떻든 세종시 문제의 명분은 국토균형발전, 수도권과밀방지라는 목표였다. 이 목표에 관한 한 수정안을 내놓은 정부나 이를 반대하는 쪽 누구도 이론(異論)이 없을 줄 안다. 그렇다면 정부부처의 대거 이전만이 이 목표도달의 유일한 길인지, 아니면 다른 우회도로가 가능한지, 또한 그 가능성 속에서 수정안이 갖는 긍정적인 가치가 어떠한지, 어느 안이 더 현실성 있는 입안인지에 관해 의회 내에서 열린 공론의 과정을 다시 거치는 것이 순리이리라.

이 같은 과정이 필요하다는 점은 아마도 전문가집단들에 의해 공공정책을 수립해 나가는 것을 선호하는 진보주의적 개혁방식이든, 일반상식과 대중의 정서에 맞추어 공공정책을 수립하는 것을 선호하는 대중주의적 개혁방식이든 공감할 대목이라고 여겨진다. 정치적 이해관계를 뛰어넘어 자기희생적 결단을 보여줄 지도자는 어디 없을까?

김일수(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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