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수급자 두번 울리는 ‘쪽방 주거지원 사업’ 기사의 사진

정부가 다가구 사들여 비닐하우스 거주자 등에 임대

지난 12일 서울 영등포구 O복지센터. 고시원에서 생활하는 김모(28)씨는 지인의 소개로 센터를 방문, 쪽방 거주자들에게 주택을 임대해주는 국가사업에 대해 문의했다. 하지만 김씨는 망연자실한 채 센터를 나섰다. 어렵게 모은 보증금 100만원으로는 신청 자격도 되지 않는다는 것. 담당 직원은 “월세를 제대로 내지 않는 입주자들이 많아 최소 2년 거주한다고 보고 월세 20여만원씩 24개월을 계산, 예치금 조로 500만원을 더 받고 있다. 총 600만원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쪽방 비닐하우스 주거지원’ 사업을 돕는 일부 운영기관이 당초 약속한 보증금 100만원보다 더 많은 돈을 요구하는 등 편법을 일삼는 것으로 드러났다.

가족과 살 집을 마련하기 위해 어려운 걸음을 했던 사람들이 이러한 기관의 횡포에 두 번 울고 있다.

사업을 주관하는 국토해양부는 13일 저소득층 주거복지를 위해 2만 가구가량의 맞춤형 임대주택을 공급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이와 관련된 사후 관리·감독을 철저히 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피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쪽방 비닐하우스 주거지원 사업의 대상자는 쪽방이나 비닐하우스 거주자 중 전년도 도시근로자 가구당 월평균 소득 50% 이하, 보유 토지가액 5000만원 이하, 2200만원 이하의 자동차(영업용·장애인용 제외) 소유 등의 조건을 갖춘 무주택 세대주다.

이들은 입주자가 되면 보증금 100만원에 월 임대료 8만∼10만원을 내게 된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2007년부터 2012년까지 전국 총 5137가구를 지원키로 하고, 매년 200억∼500억원의 예산을 쏟아붓고 있다.

그러나 대상자 선정을 돕고 있는 운영기관이 자격 조건이 되지 않는 입주자를 대상자에 포함시키고, 대부분 대상자가 생활이 어려운 기초수급자임에도 보증금을 턱없이 높게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시내 S복지관은 보증금 문의를 하자 할당되는 주택의 위치와 평수 등에 따라 보증금의 액수가 달라진다고 답하기도 했다. 한 사회복지단체 활동가는 “사회복지단체들이 운영 사정이 어렵다 보니 보증금을 높게 받는 등 문서에 남지 않는 방식으로 돈을 남기는 것 같더라”고 귀띔했다.

전국 35곳의 운영기관을 관리하는 주거복지재단 관계자는 “대상자가 아닌 사람이 입주하고 보증금을 높이는 사례 등에 대해서는 인지했다”면서 “하지만 인건비나 사업비 등이 부족해 사후 관리 감독이 어렵다”고 인정했다.

이에 따라 국토부는 14일 쪽방 비닐하우스 주거지원 사업에 대한 실태조사에 착수할 계획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입주자들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이라 이들과 소통이 쉬운 복지단체를 운영기관으로 뽑았다”며 “예산 점검 과정의 일환으로 실태조사를 시행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국토부는 전세임대 1만3000가구, 매입임대 7000가구 등 모두 2만가구의 다가구 임대주택을 올해 공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고시원 및 여인숙 거주자, 범죄 피해자 등도 다가구 임대주택에 거주할 수 있는 자격을 주기로 했다.

국토부는 보건복지가족부 및 법무부 등 관계부처와 함께 수요조사를 거쳐 올 상반기 중 지원 대상자를 확정할 계획이다.

김아진 박재찬 기자 ahjin82@kmib.co.kr

김호석 대학생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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