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정재호] ‘기자 아빠’의 육아휴직 기사의 사진

새해 들어 “마음 고생하지?”라는 인사말을 자주 듣곤 했다. 정부과천청사를 출입하는 ‘아빠’ 기자가 육아휴직을 신청한 것을 두고 한 위로의 말이다. 얼마 전 여기자의 출산휴가에 이어 아빠의 육아휴직 신청을 접했으니 그런 말을 듣게 된 것 같다.

그동안 ‘남의 일’로 여겼던 아빠의 육아휴직 신청을 접했을 때 솔직히 당혹스러웠다. 이제 낯설지 않은 엄마의 출산휴가 및 육아휴직과는 달리, 처음 있는 아빠의 육아휴직은 사내에서도 긴급뉴스였고 반응은 뚜렷하게 갈렸다.

‘멋진 아빠, 다시 보인다’ ‘용기 있는 선택이다’ vs. ‘세상 많이 변했다’ ‘우린 육아휴직 없이도 다 키웠다’

이 정도는 신세대와 구세대의 인식의 차이로 읽혀진다. 큰 논란 없이 그가 육아휴직을 떠나게 됐으니깐.

정말 심각하게 다가온 것은 기자 아빠에게서 전해들은 정부부처 공무원들의 인식이었다. “아니, 왜 남자가 애를 봐요? 엄마는 뭐하고요?” “그런 것(생후 36개월까지 육아휴직)도 있어요? 전 처음 알았네요. 남자도 되는군요.” “에이, 공부하려고 그러는 거죠?” “세상 좋아졌네요. 회사에서 월급 주나요? 자리는 안 뺀답니까?”

저출산 극복을 미래의 국운을 좌우하는 국가 어젠다로 설정한 작금의 현실이 무색한 발언들이다. 하긴 잘 나가던 한 기획재정부 여성 사무관은 육아와 일의 양립을 버텨내지 못하고 좀 한가한 부처로 옮겨갔다고 한다. 정책과 예산을 입안·집행하는 공무원들의 인식 수준이 이럴진대, 실제로 출산과 육아 문제를 풀어가야 하는 개인과 기업의 고통과 부담을 알 리가 있을까.

엄연히 국법(國法·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에 관한 법률)은 육아휴직을 의무조항으로 보장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사업주는 1년 이내의 육아휴직을 허용해야 한다. 이를 사유로 해고나 불리한 처우를 해서는 안 되며, 복귀 시 불이익한 배치를 해서도 안 된다. 이를 어기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형이다.

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2009년 상반기 기준 육아휴직자는 1만7541명이다. 이 가운데 남성은 245명으로 전체의 1.4% 수준이다. 남성 휴직자는 2005년 208명, 2006년 230명, 2007년 310명, 2008년 355명으로 매년 조금씩 늘고 있는 추세다.

이처럼 아주 미미한 1.4%의 대열에 기자 아빠가 동참한 것이다. 그는 아이를 위해 적잖은 것을 버렸다. 급여를 포기하고 정부가 보조하는 50만원에 만족해야 한다. 휴직으로 아파트 대출 원금과 이자 부담은 더 커졌고,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마치고 복귀하는 아내 근무지와 가까운 곳으로 이사해야 한다. 무엇보다 또래보다 늦은 아이의 말문이 트이도록 하고 돌봐줄 보모나 보육시설을 찾는 일이 급선무다. 이 모든 것이 아이를 돌봐줄 친척이 갑자기 사고로 입원하는 바람에 한순간에 닥친 결과다.

법과 제도에 따라야 하는 기업도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무노동-무임금 원칙이 적용되고 있긴 하지만 장래의 출산과 육아휴직에 대비해 잉여인력을 확보하고 보육시설을 갖춘 기업이 과연 얼마나 될까. 특히 전문성이 요구되는 직종은 대체 인력 활용마저 어려워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사정을 고려한 혁신적인 인센티브를 고려하지 않은 채 육아휴직을 허용하지 않으면 전과자로 만들겠다는 것이 이 나라의 법과 제도이다. 어느 기업인이 이를 달가워하겠는가.

국회는 지난 연말 육아휴직 요건을 ‘생후 3년 미만’에서 ‘만6세 이하 취학 전’으로 대폭 늘리는 법률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대로라면 머지않아 엄마는 물론 아빠들의 육아휴직이 휴가처럼 일상화될 것이다. 일각에서는 육아휴직급여의 현실화와 남성의 육아휴직 할당제(파파쿼터제) 등의 도입이 거론되고 있다. 이보다 저출산-고령화 시대의 국가적 난제를 헤쳐 나갈 공무원들의 인식의 대전환이 선결과제가 아닌가 싶다.

정재호 경제부장 jhjung@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