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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종 칼럼] 세종시,너무 오래 끌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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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을 했으나 합의점이 없다. 그냥 끝내려니 쑥스럽다. 뭐 하나라도 합의하고 헤어져야 한다. 이런 경우를 위해 만들어진 게 영어의 ‘agree to disagree’라는 수사(修辭)가 아닌가 싶다. 굳이 번역하자면 ‘이견이 있다는 데 합의한다’ 정도일 것이다.

대화 자체가 안 되니…

직업 때문이겠지만 TV 시사토론을 많이 보는 편이다. 지금까지 본 모든 토론은 하나같이 ‘agree to disagree’로 끝났다. 결론이 하나로 모아지는 걸 못 봤다. 토론의 본래 목적이 하나의 결론을 내리기 위한 것인데도.

물론 결론이 하나로 내려지지 않은 토론이라고 해서 무익한 것은 아니다. 특히 TV 토론은 시청자들이 상반된 주장을 자신의 판단에 참고로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토론을 지켜본 뒤 자신의 생각을 바꿨다는 시청자가 얼마나 될까. 토론자는 말할 것이 없거니와 시청자들도 토론을 거치면서 생각을 바꾼 사람보다는 되레 자기 확신을 다지는 사람이 훨씬 더 많을 것이다.

전국을 달구고 있는 세종시 문제 역시 유감스럽게도 이 범주를 벗어날 것 같지 않다. 정부와 여당 내 주류는 대화를 통해 세종시 수정안에 반대하는 정치 세력과 충청도민 등 국민을 설득하겠다는 자세다. 그러나 야당들과 충청도민 단체들은 수정안 결사저지를 외치며 장외투쟁에 돌입했다. 특히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는 한나라당의 박근혜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을 만나 봐도 달라질 게 없다고 대화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여당 내 주류는 시간적 여유를 갖고 수정안을 관철하겠다는 입장이다. 관련법안들의 처리시기를 1차적으로는 4월로 잡고 있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6월 지방선거 이후로 미룰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야당들과 박근혜계가 반대하는 상황에서는 의석 분포상 법안들의 국회통과가 어렵다는 게 1차적 이유다. 그 대신 수정안에 대한 찬성 여론이 우세한 만큼 시간이 지나면 반대 세력의 기가 꺾일 것이라는 기대다. 또 만일 세가 불리하면 아예 지방선거를 치른 뒤에 보자는 계산이다. 반대로 야당들과 박근혜계는 빨리 결판을 내자는 입장이다. 말할 것도 없이 의석 분포상 당장 표결에 부치면 수정안은 폐기될 가능성이 높은데 시간이 지나면 상황이 바뀔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장기화는 득보다 실이 커

법안들의 처리시기를 놓고 각 정파의 이해가 이처럼 엇갈리는 상황이지만, 가능한 한 빨리 처리하는 게 좋겠다는 게 기자의 생각이다. 물론 각 정파가 충분히 토론도 하고 국민을 설득도 하되, 시간을 너무 끌지 말라는 얘기다.

이 문제가 장기화될 경우, 우선 타협점이 찾아지기보다는 국론분열이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각 정파가 대화로 타협점을 찾길 바라느니 산에 가서 물고기를 구하는 게 나을 성싶은 게 지금의 상황이다. 다음 세종시 문제는 국가대사로서 자칫 블랙홀이 돼 모든 이슈들을 빨아들임으로써 정상적인 국정운영이 어려워질 수 있다. 세종시 문제가 백년대계라지만 온 나라가 다른 일은 제쳐두고 이 문제에만 장기간 매달릴 수는 없지 않은가. 또 국가대사를 장기간 불확실한 상태로 놓아두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을뿐더러, 어느 쪽으로든 결론이 나야 세종시에 입주하겠다고 나선 기업과 학교 등이 일을 진행시키든 말든 하지 않겠는가. 그리고 기자의 생각이지만 이 문제를 지방선거 때까지 끌고 간다고 해서 여권에게 유리할지도 의문이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어느 정파의 유·불리를 떠나 늦어도 4월까지는 이 문제가 매듭지어져야 한다. 한 달 뒤의 설 즈음해선 세종시에 대한 국민 각자의 소견이 정립되고 여론도 자리를 잡아 그 뒤에는 크게 요동치는 일이 없을 것이다. 어느 쪽에서 관권을 동원하여 밀어붙인다고 해서 그리 될 일도 아니고, 반대를 위한 장외투쟁을 한다고 해서 그리 될 일도 아니다. 원안이 됐든 수정안이 됐든 국민 다수가 원하고 국회의원 다수가 결정하는 대로 결론을 내야 한다. 결론을 내지 못한 채 문제를 장기화시키는 건 그 어느 쪽으로든 결론을 내는 것만 못하다.

백화종 전무이사 wjbae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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