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서윤경] 로버트 박과 북한인권법안 기사의 사진

재미 인권운동가이자 선교사 로버트 박(28·한국명 박동훈)씨가 북한 인권을 위해 입북을 감행한 지 27일째를 맞았다. 놀라운 건 해가 바뀌고도 북한의 침묵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가 북한 초병에게 맞았다는 소식이 흘러나왔다. 모처에서 조사를 받으며 하루 한 끼 식사만 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렸다. 소문만 무성할 뿐 그의 소재는 여전히 알 수 없는 상태다.

하지만 박씨가 이끌던 ‘자유와 생명 2009’는 그의 구명에 나서기보다는 다른 일을 계획했다. 북한인권법안이다. 박씨도 자신을 통해 북한 인권에 대한 관심을 일깨우길 희망했다.

지난 12일 임진각 망배단 앞에서 날린 대형 풍선에는 박씨의 구명을 촉구하는 내용이 아닌 북한인권법안의 내용이 담긴 전단지를 실었다. 전단지에는 27명의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소속 국회의원의 이름과 소속을 적었다. 북한인권법안에 대한 이들의 찬성과 반대 의견도 함께 담았다. 북한 동포들에게 굳이 남한 국회의원들의 생각을 알려줄 필요가 있을까.

풍선 날리기를 기획한 대북인권단체 팍스코리아나 조성래 대표는 “‘대한민국 헌법 3조’에는 북한땅도 대한민국 영토로 되어 있으며 그 영토에 사는 북한 동포들도 대한민국의 국민”이라면서 “그들도 알 권리가 있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동안 북한인권법안에 대해 국회의원은 물론이고 시민단체들 사이에서는 찬성과 반대 의견이 분분했다. 법안이 남북간 불필요한 긴장과 갈등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또 북한인권법을 제정할 경우 북한 인권의 실질적 개선을 이루지 못한 채 대북 압박의 상징적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도 나왔다. 체제 위협을 의식한 북한 당국이 북한 주민을 더욱 압박할 수 있다는 우려의 소리도 있었다.

‘자유와 생명 2009’는 미국과 일본이 이미 북한인권법안을 채택했지만 북한의 저항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북한인권법안은 북한인권담당 특사 임명과 북한 인권 증진을 위해 매년 2400만 달러를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2008년 법 시효를 2012년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이 단체는 이제 박씨의 입북이 대한민국에서도 효력을 발휘할 때가 됐다고 판단하고 있다. 조 대표는 전단지 작성을 위해 외통위 소속 국회의원 27명에게 공문을 보내고 전화로 의견을 듣는 과정에서 희망을 발견했다고 한다. 과반수인 15명이 찬성 의사를 보내왔기 때문이다.

북한인권법안에 대해 반대 입장인 민주당도 물리적으로 막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한 민주당 의원은 조 대표에게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인권법안에 찬성하는 한나라당 소속 의원만 모두 참석하면 상임위를 충분히 통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외통위 소속 한나라당 의원은 15명이다. 지난해 11월 상임위를 통과하지 못한 이유도 한나라당 의원들이 전원 출석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상임위는 2월 중순쯤 열릴 예정이다.

지난 13일 청계광장에서 1인 시위를 한 영어교사이자 선교사인 미국인 매기 드라빙(26·여)씨도 북한 인권에 대한 관심을 호소했다. 박씨와 함께 북한인권운동을 벌여온 그녀는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이 핵문제가 아니라 북한 사람들의 고통에 대해 관심을 갖길 원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그동안 박씨가 미국 시민이라는 이유로 한발 물러선 채 관망하는 자세를 보였다. 그러나 박씨는 북한 땅을 밟을 때 우리 정부와 정치계에 숙제를 남겼다.

투표권이 없어 국회 의석 한 자리도 만들어내지 못하는 ‘북한 사람들’이지만 그들에게도 생명과 자유를 누릴 수 있는 권리가 있다는 사실이었다. 이와 함께 그들에 대한 책임이 북한 정권에만 있지 않음을 우리에게 다시 한 번 인식시켰다.

조 대표는 “박씨의 입북을 계기로 북한인권법안 통과를 위한 분위기를 만드는 게 목표”라면서 “북한인권을 위해 목숨을 걸고 북에 간 박씨의 모습을 보고 많은 국민들이 법안 통과를 지지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서윤경 국제부 기자 y27k@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