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석동 칼럼] 누가 서민들 흡연을 부추기는가 기사의 사진

“국회는 그렇다 치고, 담배 지옥에서 백성을 해방시키는 일에 정부마저 이렇게 한가하면 안 된다”

다시 흡연율이 높아졌다고 한다. 2008년 12월 40.9%였던 남성흡연율은 지난해 12월 43.1%로, 2000년 조사 시작 이래 최고증가율이다. 선진국 흡연율(18∼22%)과는 비교할 형편이 못된다. 여성흡연율은 4.1%에서 중간에 3.6%까지 내려갔다가 3.9%로 늘었다. 9년 동안 하락이 지속됐고, 2006년부터는 정부가 매년 300억원이나 들여 금연운동을 펴왔는데 이러니 걱정이 많은 모양이다.

흡연율 증가의 주된 배경이 경제불황과 저렴한 담뱃값이라는 데 이론은 없어 보인다. 세상살이가 팍팍해져 담배로 시름을 달래는 사람이 많아졌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이런 때 담뱃값 인상 같은 이야기를 꺼내면 역적 소리 듣기 십상이다. 정치권에서는 ‘부자감세 서민증세 정책’을 들먹이며 규탄대오를 형성할 것이다.

담뱃값 인상 저지는 그러나 결국 서민을 더 괴롭히는 일이다. 하루 한 갑쯤 담배를 피울 경우 연기로만 한 달에 10만원 정도를 날려보낸다. 서민가계에서 담뱃값 비중은 상대적으로 커 담뱃값이 오르면 타격도 커지기 마련이다. 문제는 건강유지비용 부담에 취약한 서민들의 경제력은 결과적으로 더 약화된다는 점이다.

흡연이 건강에 치명적이라는 것은 상식이다. 사건사고에서도 흡연의 백해무익은 허다하게 드러난다. 이를테면 화재의 30% 가량이 피우다 버린 담배꽁초가 원인이라고 한다. 소방방재청은 차량 운전자가 담배를 피우다 사고를 내거나, 가해자측의 흡연이 문제가 돼 교통사고를 당하는 사례도 비일비재하다고 지적한다.

흡연이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되고 업무능률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는 주장도 있다. 담배로 해소될 스트레스 때문에 건강을 해치는 것이나 흡연 폐해로 건강이 망가지는 것이나 그게 그거라는 이야기다. 이는 흡연이 스트레스를 가중시키고 시간까지 허비하게 돼 업무능률을 떨어뜨린다는 사실을 왜곡한 것이다.

흡연자의 70%는 습관에 사로잡혀 담배를 피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흡연자 10명 중 7명 가량이 금연을 시도한다는 것과, 스스로의 결심에 의한 금연이라야 그나마 성공률 80%임을 밝힌 조사결과도 있다. 한국금연운동협의회 김일순 회장은 담뱃값을 1000원 올리면 흡연자가 150만명 감소하고 간접흡연 피해자가 500만명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선진국의 흡연율이 우리의 절반 수준인 것도 한갑 8000∼1만원의 높은 담뱃값에 기인한다는 설명이다. 2000∼3000원 하는 국내 담뱃값은 2004년 12월 진통 끝에 500원 오른 것이고, 인상 약발이 다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리 국회의원들은 민의를 잘 대변하지 않기로 유명한데 2004년 담뱃값 500원 인상안을 놓고는 (서민)유권자들의 고통을 외면하면 안 된다고 한껏 목청을 높였다. 올 2월 임시국회 통과를 기다리고 있는 비(非)가격금연정책 관련 13개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이 2년 동안 발을 묶인 근본 배경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 법안들에는 간접흡연과 화재 예방을 염두에 둔 보행흡연 금지, 운전중 흡연행위에 과태료 부과, 담배갑에 흡연경고 그림 의무화, 저타르·마일드 용어 사용금지 등이 들어 있다. 하나같이 시급하고 중요한 내용들인데도 의원들은 표를 의식해 논의를 기피했다. 일부 지자체에서 앞장서 마련한 보행흡연 금지, 공원내 금연 조치 등이 제대로 빛을 못보는 것은 전혀 이상한 현상이 아니다.

좋고 나쁘고는 나중 일이고 대중의 인기를 끌지 못하는 일에 미온적이기는 정부도 한 가지다. 담뱃값을 올리기보다 담배의 유해성을 국민들에게 알려 덜 피우게 한다는 것이 보건복지부의 금연정책 방향이라니…. 금연 홍보나 흡연규제로 흡연율을 낮춘다는 이야긴데 책임있는 정부라면 뻔한 일에 이렇게 한가할 수 없다.

골초들과 흡연간접피해자들을 담배 지옥으로부터 구출하는 것은 정치와 견주어 생각할 이유가 없는 사안이다. 흡연 폐해에 대해서는 무엇이든 강구하기를 미적거리면 안 된다. 올해도 수십만 명이 금연을 결심했을 테지만 작심삼일로 끝난 데가 적지 않을 것이다.

한석동 편집인 jerome7@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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