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김보경] 그들도 지구촌의 한가족이기에 기사의 사진

생후 7개월 된 아기 빌리는 48시간 동안 기다렸다. 집이 무너져 내린 건물 더미 속에서. 1월 12일은 사랑하는 엄마도 아빠도 빌리 곁을 떠난 날이다. 무너진 건물 아래, 어두컴컴한 절망이 깊은 곳에서 구출되기 직전까지 아기 빌리는 48시간을 혼자 기다렸다.

빌리뿐이 아니다. 무너진 학교 건물에서 겨우 살아나 엄마를 찾아 집으로 달려갔지만, 엄마의 시신조차 찾지 못할 정도로 부서져버린 집 앞에서, 며칠이고 대책 없이 울고 있는 아이들이 수만 명이다. 이 세상 가장 가난한 나라에서 일어난 끔찍한 재난의 한가운데에서 아이들이 죽어가고 있다.

한 생명이라도 더 살리기 위해

그러나 이 죽어가는 아이들을 위해 달려간 사람들이 있다. 지금도 전 세계에서 온 자원봉사자들과 긴급구호요원들이 아이티에서 땀 흘리고 있으며, 포르토프랭스 도시는 황폐화되었지만 그 공항에는 매일매일 구호품을 실어 나르는 비행기들로 혼잡하다.

월드비전은 수십년 전부터 아이티에서 30만명을 대상으로 이미 지역개발사업과 구호사업을 진행하고 있었기에 지진이 난 바로 다음날부터 위생키트와 의약품, 고열량 비스킷과 물통 등 긴급구호물자를 배분할 수 있었다. 월드비전을 비롯한 많은 국제NGO들이 한 명의 생명이라도 더 살리기 위해 한정된 자원을 가지고 불안한 치안 속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들이 이 처참한 현장을 지키며 이 일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은 바로 지구촌 곳곳에서 보내오는 지원이다. 그리고 전 세계 20개국의 도움을 주는 나라 중 최고의 열정으로 함께하는 이들이 바로 우리 국민들이다. 끼니를 걸러 가며 구걸을 해서 한 푼 두 푼 모은 동전들과 몇 장의 1000원짜리 지폐를 합한 3만2000원을 아이티를 위해 선뜻 내놓은 78명의 노숙인들, 또 1000만원이라는 큰 돈을 주저 없이 아이티의 어린이들을 위해 보내온 후원자, 용돈을 아껴서 후원금을 낸 초등학생…. 19일까지만 해도 3억7000만원이던 후원금이 20일 오후엔 7억원을 훌쩍 넘겼다. 이런 사랑과 온정의 손길이 바로 아이티 아이들의 손을 잡아주고 있는 것이다.

2004년 일어난 지진해일로 만신창이가 됐던 동남아 지역이 제 모습을 찾기까지 5년이 걸렸다. 일부 지역에서는 지금도 복구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그 지역에 배우 배용준씨가 낸 3억원으로 복구된 ‘배용준 학교’에서 수백명의 학생들이 공부하고 있다. 또 내전으로 초토화되었던 시에라리온의 코노 지역에는 김혜자 기술센터가 세워져 직업훈련을 시키고 있다.

아이티가 복구되는 데 얼마나 많은 시간과 자원이 필요할지 지금으로서는 어떤 전문가도 가늠하기 힘들다. 분명한 것은 우리는 이들이 회복될 때까지 곁에 있을 것이며,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바로 우리 국민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사랑이라는 것이다.

아이티, 한국戰 때 후원금 보내

한국전쟁 때 우리나라에도 수많은 고아들이 못 먹어서, 추위에 죽어가고 있었다. 그때 전 세계에서 보내온 후원금이 이들을 살렸고, 그 가운데는 아이티 국민들이 지원한 2000달러도 포함돼 있었다. 현 환율로 환산하면 수억원에 이르는 돈이다. 우리 국민들은 우리가 받은 것, 그 이상의 것을 나누고 싶어한다. 나눔은 그 순간으로 끝나지 않는다. 역사 속에서 나눔은 늘 더 큰 나눔으로 확산되어왔다. 한국전쟁에서 시작되어 전 세계 가장 큰 국제 NGO로 세상의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하는 월드비전이 바로 그렇다.

매일매일 지옥과 같은 끔찍한 상황에서도 구호물자를 받는 현장에서 웃고 장난치는 아이들, 희망을 가지려고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희망’ 그 자체인 이 아이들이 바로 우리가 아이들을 지켜야 하는 이유이다. 그리고 세계가 그리고 우리가 이 아이들을 구해야 하는 이유이다.



김보경, 월드비전 홍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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