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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김윤희] 백호랑이 해를 맞아

[삶의 향기-김윤희] 백호랑이 해를 맞아 기사의 사진

경인년. 호랑이 해다! 호랑이는 예로부터 도전, 진취, 기상을 상징한다. ‘해에게서 소년에게’로 유명한 육당 최남선 선생이 창간한 ‘소년’(1908년)이라는 잡지는 우리나라 문학사의 한 획을 긋는 기념비적 간행물이다.

최남선 선생은 한반도를 호랑이에 비유한 지도를 고안하여 창간호에 실었다. 호랑이가 두 발로 서서 대륙을 향해 포효하는 모습이 우리나라 지도 형상이다. 일제 강점기에 일본의 지리학자 고토 분지로가 한반도를 토끼 형상에 비유하여 대륙의 위협에 두려워하며 순응하며 살아야 하는 약한 존재임을 주입하려는 의도에 대한 강한 저항이었다.

대한민국이 자랑스러워

토끼는 나쁜 짐승이 아니다. 한민족의 기상과 기백을 꺾으려는 의도로 먹이사슬의 하층에 있는 연약한 토끼에 비유한 게 문제이다. 의식의 문제이다. 더 나아가 우리가 과연 누구인가 하는 대한민국의 정체성 문제이다. 그런 의미에서 호랑이 해인 올해는 호랑이 형상의 지도를 가진 우리나라의 해이다.

60년 전 경인년은 끔찍했다. 6·25로 인해 나라가 잿더미가 되었다. 그것도 모자라 같은 민족끼리 총구를 겨누어야 했던 기구한 운명을 겪었다.

우리나라를 둘러싸고 있는 나라들이 유난히 강대국들이며 인구수도 전부 ‘억’으로 계산된다. 중국은 13억대, 러시아와 일본은 1억대, 미국은 3억대를 기록한다. 우리나라의 인구는 5000만에도 못 미친다(4820만명). 국토 면적만 해도 러시아는 세계 1위, 미국이 3위, 중국은 4위, 일본은 61위이며 우리는 108위다. 면적과 숫자만으로 하면 ‘오메 기죽어’라는 말이 나올 만도 하다.

대한민국이 자랑스러운 것은 좋은 환경에서 좋은 열매를 맺은 것이 아니라 열악한 조건에서 최상의 성과를 거두었다는 것이다. 여러 가지 통계를 보면 약간의 유동성은 있으나 한글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발음을 표기할 수 있는 문자이다. 문맹률 1% 아래인 유일한 나라, 조선기술 세계 1, 2위를 다투고, 원자력 기술 세계 5위, GDP 세계 10위권이다. 인터넷 기술, 휴대전화 기술, 반도체 기술은 현재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통계를 더욱 더 빛나게 하는 사실은 남의 것을 빼앗지 않고, 남의 가슴에 못 박지 않고 이루었다는 것이다. 강대국들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당당히 이룬 업적들이다. 경제적으로 도움을 받던 나라가 이제는 도움을 주는 나라로 성장하였다. 뿐만 아니라 선교사에 의해 복음을 받아들인 나라가 이제는 선교사 파송 2위인 나라가 되었다. 경제적으로, 영적으로 전 세계에 영향력을 미치는 나라로 탈바꿈한 것이다.

“교만이 오면 수치가 오고”

이런 상황에서 세 가지 점을 지적하고 싶다. 첫째는, 자부심을 갖는 것은 좋지만 그것이 지나쳐 교만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구약성경의 잠언은 지혜를 가르쳐 주는 책이다. 거기에 보면 “교만이 오면 수치가 오고”(11:2), “교만은 패망의 선봉”(16:18)이라고 가르친다. 우리가 이룬 것 같지만 또한 우리가 이룬 것이 아니다. 우리도 한때는 수혜국이었음을 기억해야 한다. 또한 우리의 힘이 닿지 않는 영역에서는 하나님께서 도와주신 섭리가 있음을 보고 늘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둘째는, 우리의 위상만 이야기할 게 아니라 거기에 걸맞은 인격, 민격(民格), 국격(國格)을 갖추도록 노력해야 한다. 아직도 도덕성, 질서, 세계시민의식에 있어서는 내세울 만하지 않다.

셋째, 더 높고 더 큰 백호랑이의 기상을 가지고 대륙을 향하여, 강대국들을 향하여 포효하자. 그들은 과거 침략으로 세계를 주름잡았지만 우리는 품격과 영성으로 위대한 나라란 어떤 것인지를 보여주자. 경인년이 설레고 기대됨은 오직 나뿐일까?

김윤희 (횃불트리니티 신학대학원 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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