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박현동] 고용시장과 중소기업 기사의 사진

내 친구 K는 ‘백수’다. 직장을 잃은 지 11개월이 넘었다. 처음엔 “아직 젊은데 뭐든 할 수 있지 않겠냐”며 스스로를 위로했다. 진짜 자신이 있는 것도 같았다. 하지만 요샌 목소리가 가늘어졌다. “뭘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만만한 게 없더라.” 그는 아내와 남매를 두고 있다. 회사를 그만둔 뒤 “애들 보기 민망하고 아내에게 미안해지더라”고 했다.

지방에서 대학을 나온 먼 친척 P군. 졸업한 지 1년이 넘도록 직장을 구하지 못했다. 입사원서를 몇 번이나 썼는지 모른다. 신문기자라면 무슨 힘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지 그 부모는 “우리 아이 일자리 한번 알아봐. 자네만 믿네”라고 부탁까지 했다. 그를 받아준 곳은 없었다. 결국 포기했다. 그는 최근 생맥주 체인점 사장이 됐다. 물론 부모가 차려준 것이다. 부모님께 정말 미안하지만 마음은 편하다고 했다. 결혼은 돈 벌면 하겠다고 했다. 2010년 1월 대한민국 고용시장의 한 단면이다.

굳이 K와 P의 예를 들지 않더라도 ‘저 먹을 것은 제가 가지고 태어난다’는 옛말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이 말을 믿는 사람도 없다. 일자리를 못 얻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이 있다. 세종시 논란과 법·검 갈등이 정국을 혼미 속으로 몰아넣고 있지만 이보다 더 화급하고 중요한 것은 일자리 창출이다. 일자리를 잃었거나 찾지 못한 이들에겐 세종시 논란이나 법·검 갈등은 사치스러운 문제다. 내 친구는 “세 끼 밥 편하게 먹을 수 있는 X들의 유희”로 치부했다. 일을 한다는 것은 생명을 부지하는 것 이상의 가치를 가진다.

정부가 지난 21일 국가고용전략회의란 것을 열었다. 이명박 대통령이 주재했다. 올해 신규 일자리를 25만개로 늘리고, 앞으로 매년 4만∼5만개 일자리를 추가로 더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그럴 듯했다. 정부 뜻대로 된다면 P군 같은 청년은 없을 듯하다.

과연 그렇게 될까? 야속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내 생각은 ‘글쎄’다. 중소기업 지원을 통한 일자리 창출이라는 방향성은 옳다. 하지만 콘텐츠가 많이 듣던 것이다. 고용투자세액공제제도는 노무현 정부 때 도입했다가 실패했다. 나머지 대책들도 귀에 익숙한 것이거나 근본적 해법은 아닌 듯하다.

대기업 의존적인 정부의 태도도 미덥지 않다. 일자리 만들기에 민관이 따로 있는 건 아니지만 역할은 분명 다르다. 투자 토양을 조성하는 것은 정부의 역할이고, 투자를 통해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것은 기업의 몫이다. 정부는 토양을 조성하기보다 대기업을 닦달하기 바빠 보인다.

지난 15일 열린 ‘투자 및 고용 확대를 위한 30대 그룹 간담회’도 어색했다. 기업은 근본적으로 경쟁관계다. 그런 기업들이 대통령 모셔 놓고 같은 날, 같은 자리에서 고용을 확대하겠다고 했다. 마치 어전회의(御前會議)라도 하듯.

사실 고용과 관련한 한 대기업 역할은 제한적이다. 통계청의 ‘전국사업체조사(2007년 기준)’를 보면 우리나라 전체 사업체는 297만6646개다. 그 가운데 소기업과 중소기업을 합하면 297만4185개. 반면 대기업은 2461개, 0.1%에 불과하다. 종사자 수 기준으로도 대기업은 11.6%를 차지할 뿐이다.

‘고용 없는 성장’에 시달리는 것은 우리뿐이 아니다. 선진국들도 마찬가지다. 물론 성장도 하고, 고용도 늘면 좋다. 하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정보통신산업 발달과 자동화 진전 및 산업구도 변화 과정에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불가피한 측면이 없지 않다.

고용 문제는 파이를 나누는 것을 넘어 새로운 파이를 만든다는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그 구체적 방법은 중소기업에서 찾아보자. 경제 체질을 강화하기 위해서라도 필요한 접근법이다. 대기업을 끌어들이는 것은 쉬울지 모른다. 통계에서 보듯 이는 정답도 아니거니와 만일 대기업이 억지로라도 화답했다면 정부로서는 빚을 지게 된다.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이다.

박현동 산업부장 hdpar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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