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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종 칼럼] 새우의 고래잡이 관전법

[백화종 칼럼] 새우의 고래잡이 관전법 기사의 사진

“대한민국 제16대 대통령 노무현의 삶을 당원의 삶과 정치적 실천을 규율하는 거울로 삶을 것이다.” 지난 17일 출범한 국민참여당의 창당선언문 중의 한 대목이다. 이로써 지난해 5월 서거한 노 전 대통령은 8개월 만에 정치적으로 부활했다.



과문한 탓이겠으되, 우리 정치사에 이처럼 창당선언문 등을 통해 특정인을 추종하겠다고 천명한 정당은 일찍이 없었던 것 같다. 다른 해석도 가능하겠지만 어쨌든 사후에 그의 정신을 계승하기 위한 정당이 생길 정도이니 노 전 대통령이 대단한 인물임엔 틀림없다.

노무현 부활하다

역대 대통령들 가운데 재임 때 가장 인기가 없었던 이가 노 전 대통령이었지 싶다. 그런 그가 자살이라는 충격적인 방식으로 생을 마감하자 이번에는 거꾸로 500만 명이 조의를 표할 정도로 서거한 역대 대통령들 중 가장 절절한 추모의 대상이 됐다. 그러한 추모 열기가 국민참여당의 창당을 빌려 그를 정치적으로 부활시킨 것이다.

이처럼 노 전 대통령을 정신적 총재로 모시고 출범한 국민참여당은 2002년 대선 때의 노무현 돌풍을 통한 집권의 영광을 오는 2012년 대선에서도 재현하겠다는 당찬 꿈을 꾸고 있다. 유시민 전 장관이 “고래를 삼키는 새우가 될 것”이라고 호언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이를 위한 1차적 목표가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 20%의 득표율을 올리고 수도권과 영호남 등지에서 자치단체장도 배출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국민참여당을 목엣가시로 여기는 건 노 전 대통령과 결별하고 만들어진 민주당이다. 친야 진보적인 유권자들을 나눠야 하기 때문이다. 허기지고 음식이 부족한 판에 다른 사람이 숟가락 들고 대드는 격이다.

민주당은 지방선거에서 텃밭인 호남은 물론이고 잘하면 서울 인천 경기 등 수도권과 충청권에서도 광역자치단체장을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 왔다. 그러나 국민참여당이 독자적으로 후보를 낼 경우 표의 분산으로 이러한 기대는 호남을 제외한 지역에선 물거품이 되기 십상이다.

여기서부터 야권의 새 판을 짜기 위한 합종연형의 정치가 시작된다. 표의 잠식이 눈에 보이는 상황에서 민주당이 국민참여당을 무시하기는 쉽지 않다. 민주당이 표를 분산시키지 않을 방법을 고민할 것이라는 얘기다. 두 당이 합당하는 방안과 지역별로 후보를 연합 공천하는 방안이 검토될 수 있다. 울며 겨자 먹기지만 저쪽에 지분을 양보하지 않기 어렵다. 국민참여당이 겨냥하는 바가 바로 이것이지 싶다.

두 당이 선거 공조를 한다면 어떤 방식이 될까. 구체적인 것이야 상황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6월 선거에서는 합당보다는 부분적인 연합 공천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 과정에서 국민참여당은 자당 후보의 연합 공천과 함께 민주당 내에 있는 노무현 계 인사들의 공천 압력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민주당이 한명숙 전 총리를 서울시장 후보로, 안희정씨를 충남지사 후보로 공천하지 않으면 독자 행동을 하겠다는 식으로 말이다. 노무현 계 인사들이 민주당에 남아 있는 것도 이와 전혀 무관하진 않을 듯싶다.

야권 어지러워지다

국민참여당은 이렇게 해서 실력이 길러지면 2012년 총선과 대선에 즈음하여 민주당과의 통합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민주당 내 노무현 계의 안희정씨 같은 이는 국민참여당 창당을 “효과적인 재통합을 위한 분립”이라고 논평했다. 국민참여당의 세가 커지고 통합이 이뤄지게 된다면 국민참여당은 통합된 당에서 주도권을 쥘 수도 있을 것이다. 일정한 자기 지분을 갖고 통합신당에 들어가는 데다 민주당 내에 노무현 계 인사가 상당한 세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해서 대선에서 노무현의 사람이 여당 후보와 일전을 겨뤄보려 할 것이다.

이것이 기자가 그려본 새우가 고래를 삼키는 유 전 장관의 시나리오다. 생전에 누구보다도 많이 했던 노 전 대통령의 정치 실험은 자신의 추종자들을 통해 사후에까지 계속되고 있다. 고래잡이 작전이 추모 열기의 연장선상에서 성공할지, 그 열기에 찬물을 끼얹는 결과를 가져올지 지켜볼 일이다.

전무이사 wjbae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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