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 인사이드-이광형] 삼겹살과 아바타 기사의 사진

내가 사는 곳은 서울 영등포다. 영등포는 살기 좋은 동네다. 두 가지 이유에서다. 먼저 롯데마트와 E마트가 옆에 나란히 있어 걸핏하면 가격 경쟁을 벌인다. 지난 주말에는 서로 삼겹살 값 인하 전쟁을 벌여 100g당 680원까지 떨어졌다. 2주일 전 1500원 하던 것이 절반가량으로 하락했으니 이런 동네가 또 어디에 있겠나.



두 번째는 백화점과 영화관이다. 영등포역 바로 옆에 롯데시네마를 포함한 롯데백화점이 있고 건너편에 CGV와 신세계백화점 등이 연계된 복합쇼핑몰 타임스퀘어가 새로 들어섰다. 여기서도 가격 경쟁은 물론이고 사은품 증정 등 연일 고객 서비스 경쟁을 벌인다. 수시로 음료권과 먹거리를 선물하니 이런 동네가 또 어디에 있겠나.

하지만 영등포는 살기 불편한 동네다. 먼저 삼겹살 얘기부터 하자면 이렇다. 100g당 680원짜리 삼겹살은 사실 군침만 흘리고 만다. 절반으로 떨어진 삼겹살을 웬만큼 동작이 빠르지 않고는 사 먹을 수가 없다. 순식간에 고기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싸다는 소문에 마트에 달려가지만 헛걸음하기 일쑤다. 그렇다고 두 배나 비싼 일반 정육점을 찾을 수도 없고.

다음은 영화관 얘기를 해보자. 입체화면 리얼디(3D) ‘아바타’를 보지 않고는 사람들 대화에 끼이지 못할 것 같기에 예약을 해보려 하지만 여의치 않다. 러닝타임 2시간30분이 넘는 영화를 회사 일을 끝내고 평일 저녁에 보기는 아무래도 무리다. 그래서 주말을 기다리지만 전체 좌석이 일찌감치 매진이다. 이 역시 동작이 빨라야 한다.

타임스퀘어 CGV는 좌석이 흔들리고 냄새까지 난다는 4D 아바타를 선보였지만 이건 하늘의 별 따기다. 벌써 2월 초 좌석까지 매진이고 심지어 암표까지 등장했다는 소식이다. 2D 아바타를 보고 3D 아바타를 다시 본 후 4D 아바타까지 관람하는 관객도 있다는데, 멀티플렉스 극장 2곳을 옆에 두고서도 보고 싶을 때 보지 못하는 현실이라니!

지난 주말 어렵게 3D 아바타 티켓을 끊어 관람했다. 영화가 끝나면 새벽 2시가 넘는 시간인데도 관객 1000만명 돌파를 입증이라도 하듯 빈 좌석이 없었다. 네댓 살쯤 돼 보이는 아이들도 여럿 있었다. 연인이든 가족이든 관람객들은 하나같이 팝콘이며 콜라며 간식을 손에 들고 있었다. 하긴 이런 재미로 영화를 보는 게 아닌가.

영화는 소문대로 컴퓨터 그래픽(CG)의 총화를 보여주었다. 현실과 3차원 세계를 오가는 인물들, 하늘에 떠 있는 산들, 상대방을 가차없이 공격하는 무기들…. 현란한 CG는 놀랄 만한 수준이지만 자신보다 약해 보이는 것들을 무력으로 집어삼키고 탐욕에 눈이 어두운 인간에 대한 경고, 선한 것은 승리한다는 할리우드 공식을 답습한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숨진 줄 알았던 주인공이 눈을 번쩍 뜨는 마지막 장면에서 후속편을 예상하며 극장을 빠져나왔다. 관객들은 “역시 대단하다” “기대보다 못하다”는 엇갈린 반응이었다. 이젠 영화를 봤으니 아바타족에 끼일 수 있다는 안도감을 나타내는 이도 있었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드는 생각, 관람하지 않으면 소외되는 군중심리를 이용한 홍보의 승리가 아닐까.

여의도에 직장이 있는 같은 동네 한 주민은 아바타를 끝까지 보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만화 같은 영화는 싫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최신 개봉작을 보러 극장에 갔지만 마땅히 볼 영화가 없다고 하소연이다. 아바타가 상영관의 3분의 1 정도를 차지하고 최근 개봉작은 하루에 한두 번, 그나마 직장인이 보기 어려운 낮 시간에 상영하기 때문이다.

대형 마트의 삼겹살 전쟁으로 동네 정육점이 울상이다. 대형 마트야 꼭 삼겹살이 아니더라도 다른 품목으로 손해를 감수할 수 있지만 동네 정육점은 방법이 없다. 아바타의 공격으로 작은 영화들도 울상이다. 힘들게 찍었지만 상영관도 잡지 못하는 처지. 힘 있는 자들이 힘 없는 자들을 물량공세로 제압하는 영화 같은 현실이 영등포만의 일은 아닐 것이다.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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