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용 칼럼] ‘국민대토론회’ 이 참에 제도화하자 기사의 사진

“여야 모두 전국 돌며 세종시 여론 들쑤실 때 아니다.

국회가 공론의 場 마련, 설날에 국민 판단 구하자”


지난 주말 서울경찰청에서 조현오 청장 등 수뇌부와 일선경찰관까지 110여명이 참석한 ‘성과주의 대토론회’가 열렸다. 2시간 동안 진행된 토론에서 한 형사는 “국민을 하늘같이 모셔야 할 경찰이, 단속 위주의 실적 지상주의 아래 국민을 닦달하는 존재가 됐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그 토론회를 현재의 세종시 논쟁에 치환해보면 어떨까.

“국민을 하늘같이 섬겨야 할 정치인들(경찰)이, 지방선거와 차기 대선 승리(실적 지상주의)를 위해, 국론 분열을 조장하는(국민을 닦달하는) 존재가 됐다.” 정치지도자들이 타협안은 내놓지 못하고 자기 안(案)을 선택하라고 강요하는 상황을 빗대본 것이다.

세종시 원안과 수정안에 대한 양측의 논리는 나름대로 모두 설득력이 있다. 하지만 6월 지방선거를 앞둔 여야 정치세력은 세종시 문제를 정략적으로 활용하면서 극한 갈등을 낳고 있다. 충청권보다 호남권의 수정안 반대 여론이 더 높은 것은 세종시 논쟁이 지역감정까지 부추기는 정치 게임이 돼버렸음을 반증한다.

정부가 세종시 수정안을 오늘 입법예고하면 공은 국회로 넘어간다. 법안이 국회에 제출되기까지 한 달여 동안 여권의 친이계는 공청회 등을 앞세워 여론몰이에 박차를 가할 것이다. 이에 맞서, 친박계와 야당들은 대대적인 원내외 투쟁에 나서기로 했다. 국회 내 입법전쟁이 격화될 것은 불문가지다.

세종시법을 고치려면 국회를 통할 수밖에 없다. 친이계 의원들이 다음달 1일 국회에서 ‘세종시 입법방향’을 주제로 토론회를 갖는다고 하지만 ‘그들만의 리그’라면 별 의미가 없다. 이미 상대방을 설득하는 것도 불가능한 상황에 와 있다. 국회에서 표결을 해봐야 친박계가 수정안에 동조하지 않는 한 부결될 것은 뻔하다. 국민투표는 위헌 소지가 있는데다 국론 분열만 더 키울 우려가 있다.

이도 저도 안 되면 방법은 하나밖에 없어 보인다. 사회통합을 위한 국민대토론회를 이 참에 제도화하자. 국론 분열의 폐해가 큰 이슈는 여야 합의로 대토론회를 개최함으로써 국민들이 보고 듣는 가운데 냉정하게 판단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이런 공론의 장을 만들 수 있는 곳은 국회뿐이다. 2004년 8월에도 행정수도 이전 문제와 관련, 여야 모두 국민대토론회를 구상한 적이 있었다. 하물며 법원, 검찰, 경찰도 자체 개혁을 위해 잇달아 대토론회를 하고 있다. 더욱이 세종시 문제는 국가 백년대계가 아닌가. 세종시를 갈등해결의 새로운 모델케이스로 만들 필요가 있다.

흥행이 성공하려면 양 진영의 대표 논객들이 나서야 한다. 세종시 당사자인 정운찬 총리는 물론이고 대통령에게 토론을 제의했던 정세균 민주당 대표, 차기 대선 주자 중 압도적 1위인 박근혜 전 대표도 책임있게 나섰으면 한다. 사회시민단체 대표도 참여할 수 있다. 가급적이면 설 연휴 전에 토론회를 갖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설날에 국민들의 판단을 구하자. 국민들을 설득하는 노력을 다한 후, 여론의 추이를 반영해 국회 표결로 결론을 내는 것도 방법이다.

현재 국민들에게 가장 시급한 문제는 세종시가 아니다. 지난해 최악의 청년실업으로 취직 못한 젊은이들은 결혼을 미루고 실직 등으로 경제난이 가중되면서 많은 부부가 이혼을 했다는 보도가 꼬리를 물고 있다. 일자리 창출과 사교육 문제 해결의 기대를 모았던 총리는 세종시에 발목 잡혀 중요한 민생 문제에 5개월째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국력 낭비가 이만저만 아니다.

18대 국회는 역대 최악의 국회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여야 모두 전국을 돌며 여론이나 들쑤실 때가 아니다. 한 신문 여론조사에서 세종시 갈등 해결 방법으로 ‘국회의 논의와 표결’을 선호한 응답은 16.2%에 불과했다. 국민의 8할이 국민투표나 여론조사로 직접 결정권을 행사하고 싶어했다.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그만큼 크다. 국민대토론회는 정치권이 국민에게 사죄하고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될 것이다.

수석 논설위원 hy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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