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이주상] 원전 수출, 미국시장을 뚫어라 기사의 사진

미국 전력산업계의 대표적 인물인 미국전력연구소(EPRI) 스티브 스페커 소장은 최근 발간된 EPRI 저널 기고를 통해 한국의 원자력산업에 대해 언급했다.

내용은 이렇다. “한국에 가서 보라. (미국의) 전기요금을 낮게 유지하면서 동시에 온실가스를 대폭 절감할 수 있는 방안은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나는 이렇게 말한다. 한국은 표준화된 신형 원전을 반복적이고 지속적으로 건설, 운영해 바로 우리가 원하는 바를 그대로 이루고 있다. 지난 가을 한국 방문에서 한국민이 원자력 사업에서 이룬 업적을 보고 한국민에 대한 존경과 감탄을 금할 수 없었으며 (미국인이) 이러한 성공을 재현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도 진지하게 생각하게 되었다.”

한국의 원자력산업 극찬

한국의 원자력산업에 대한 더할 수 없는 찬사의 글이다. 만약 그가 한국의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원전 수주 보도 이후에 기고를 했다면 그의 표현은 더욱 달라졌을 것이다.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 개최된 EPRI 동계 최고경영자 회의에 참석한 필자는 대한민국의 달라진 위상을 피부로 느꼈다. UAE 원전 수주는 국민 모두가 자부심을 갖기에 충분하다.

미국 전력업계는 2030년까지 지금 수준의 전기요금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이산화탄소 방출을 지금의 5분의 2 이하로 낮추자는 야심찬 목표를 세우고 어떻게 이를 달성하느냐를 놓고 정부와 의회, 산업계가 수년째 논의를 계속하고 있다. 논의 과정에서는 석탄 화력발전소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를 모아 따로 저장하는 청정석탄발전(CCS)과 같은 기술을 개발하고, 전기이용 효율을 높이기 위해 ‘스마트 그리드’ 등 다양한 방법을 쓰며, 태양광과 풍력을 지금보다 대폭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전망해 보면 청정석탄이나 태양광, 풍력, 스마트 그리드 등의 한계와 더딘 기술진보 속도 때문에 획기적인 기술 혁신이 없는 한 가스를 태워 전기를 얻는 방식이 대세를 장악하게 되고 그로 인해 전기요금은 지금의 배 이상으로 올라가게 된다. 따라서 미국 전력업계에서는 값싸고 안전한 원자력에 큰 기대를 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20여년에 걸쳐 신규로 원자력 발전소 발주가 없었기 때문에 미국의 원자력 인프라가 매우 빈약해져 숙련된 인력과 기자재 공급사를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스페커 소장은 미국이 직면한 이러한 현실적 어려움을 토로하면서 미국에서 기술을 배워간 한국인들의 근면과 헌신에 존경과 감탄을 아끼지 않았다. 또한 한국의 원전 기술이 미국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려 있음을 넌지시 알려주었다. 현재 미국에서는 여러 전력회사가 모두 30여개 원전 건설 관련 승인 신청서를 정부에 제출해 놓았으며 검토 중인 사업도 적지 않다. 그런 이유로 이번에 UAE에서 우리와 경쟁했던 프랑스, 일본 및 미국 업체들이 시장을 선점하고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진정한 경쟁력 인정받을 것

원자로 17기를 가동하고 6기를 건설 중인 인도의 경우 원자력 발전 용량을 더욱 확대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프라티바 파틸 인도 대통령의 공식 초청으로 인도를 국빈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은 ‘타임스 오브 인디아’와의 회견에서 “인도의 원전 건설에서도 한국이 우수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참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의 인도 방문이 UAE 원전 수출에 이어 인도 원전 수출로 연결되는 큰 성과가 있기를 원자력산업 종사자의 한 사람으로서 기대한다.

정부와 한전은 새로운 해외 원전 수주를 위해 요르단 터키 등 여러 나라와의 상담도 확대해 나가야 할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인 미국에서의 수주가 성공할 때 우리나라의 경쟁력이 진정으로 인정받을 수 있고 해외 수출 기회도 더욱 많아질 것이다. 이제는 미국 원전 시장으로 진출할 때다.

이주상 원자력발전기술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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