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포럼-김두환] 자연재앙과 우주기술 기사의 사진

자연재앙과 우주기술은 일견 아무런 관계가 없는 것처럼 보이나 자연재앙을 예측하고 자연재해를 최소화하는 데 우주기술이 일조하고 있다. 1959년 내가 중학생일 때 ‘사라호’ 태풍이 한반도에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 1904년 기상관측이 시작된 이래 가장 규모가 큰 것으로 사망 실종이 약 1000명, 이재민이 약 40만명 발생했고, 선박파손 1만여 척 등 막대한 인명과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왜 이처럼 피해가 컸을까.

그 당시는 일기예보도 잘 안 맞았고 태풍이 한반도에 가까이 온 뒤에야 태풍이 오고 있다는 것을 라디오 방송을 통해 알 수 있을 정도였기에 재해예방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을 세우지 못했다. 이때 요즘처럼 성능이 우수한 기상위성이 있었더라면 태풍 발생부터 그 진로와 규모를 상세히 알 수 있어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아직 지진 예측하긴 어려워

기상위성 하나 발사하는 데 2000억원 정도 들지만 태풍 때마다 엄청난 인명재산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어 우주선진국들은 기상위성을 보유하고 있다. 우리도 올해 기상위성을 발사해 독자적인 태풍예보를 하게 된다. 이것은 6년 전 내가 속했던 우주개발 위성체위원회에서 범정부차원의 기상위성발사계획을 수립해 이뤄진 것이다. 기상위성은 통신위성과 함께 우주개발의 꽃이라 할 수 있으며 이렇게 우주개발은 일상생활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최근 아이티에서 규모 7.5의 대지진이 일어났다. 사망자가 15만 명이 넘는다고 한다. 지난 2004년 발생한 동남아 쓰나미로 23만여 명이 희생됐다. 세계 곳곳에서 크고 작은 지진과 쓰나미가 발생하고 있는 것은 지각운동 때문이다. 지구는 하나의 땅덩어리가 아니라 내부는 수 천도나 되는 뜨거운 맨틀 물질로 돼 있고 바깥부분은 10여개의 거대한 암판으로 구성돼 있다. 이 판들이 맨틀 위를 서서히 떠다니다가 충돌을 하면 지진, 쓰나미가 일어난다.

대자연재앙을 일으키는 판끼리의 충돌을 사전에 예측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없을까. 지질학자들에 의하면 지진탐지계가 발달해 과거보다 정밀하게 지진을 감시하고 있지만 이번과 같은 지진활동은 수백 년간 잠복해 있다가 발생하므로 예측하기 힘들다고 한다.

가까운 장래에 발생할 지진 예측이 중요하지만 인류가 지구상에 탄생한 후 400만년이나 살아 온 인류사를 감안할 때 앞으로 100년 1000년 후에 어느 지역에 대지진이 발생한다는 먼 장래 예측을 하는 것도 후손을 위해 중요한 일이다. 만일 그런 위험지역을 예측할 수 있다면 그 지역에서는 산업활동은 하되 도시를 세우거나 사람이 많이 살지 않도록 하고 내진설계를 잘하면 인명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발전하는 우주측지기술

최근 우주기술의 발달로 VLBI(초장기선간섭계), GPS, SLR(위성레이저측거) 등의 우주측지기술이 대두되고 있다. VLBI 관측은 복수의 관측소가 수억 광년 떨어진 퀘사(전파성)를 동시관측해서 관측소 간의 기선(基線)을 측정하며 1만㎞를 수㎜ 정밀도로 계측할 수 있다. 각국 VLBI 관측소는 국제기구인 IVS(국제VLBI사업)에 가입해 국제공동관측을 실시하고 있다. 세계에 산재한 VLBI 관측소는 각각 다른 암판 위에 있으므로 각 관측소의 위치 변화를 알면 판운동을 알 수 있다. 즉 VLBI 관측으로 판의 이동속도와 방향을 알 수 있기 때문에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100년, 1000년 후의 판이 겹치는 경계지역의 위치와 충돌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다.

VLBI 관측으로 지각변동의 감시뿐만 아니라 세계측지계에 의거한 국가기준좌표계의 원점 좌표가 결정된다. 우리나라 국토지리정보원에서 VLBI 관측소를 세종시에 건설하고 있다. 여기에 GPS, SLR 등의 시설이 들어서면 명실공히 세계적으로 유수한 ‘우주측지센터’가 탄생하게 된다.

김두환 (아주대 교수 우주계측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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