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박병권] 동계올림픽 유치하려면 기사의 사진

내년 7월 6일이 되면 우리 국민은 흥분과 감격으로 몸을 떨거나 아니면 지독한 패배감에 다시 한번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다. 바로 이날 머나먼 남아공 더반에서 열리는 제119차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2018년 동계올림픽 개최도시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올림픽 개최 여부가 뭐 그리 대단하기에 국민 사기에까지 영향을 미치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그러나 사실을 알고 보면 그냥 넘길 수 없는 문제다. 내년 더반에서의 승리는 우리나라가 1988년 서울올림픽, 2002년 한일월드컵, 2011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 이은 4대 국제스포츠 이벤트를 모두 개최하는 위업을 달성하는 의미가 있다. 내로라하는 선진국 가운데서도 4대 국제스포츠 이벤트를 모두 개최해본 나라는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일본 등 극소수에 불과하다.

초강대국인 미국도 1983년부터 시작된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열지 못했으며 러시아는 월드컵을 열지 못했다. 그렇다면 우리가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에 성공할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1년 반 정도 남은 개최지 결정 시기까지 우리는 최선을 다해 유치성공에 모든 노력을 기울여 프라하와 과테말라 IOC총회에서의 연이은 패배를 만회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우선 과거의 실패를 반추하며 전열을 가다듬는 겸허한 자세가 필요하다. 마침 정부도 지난해 말 이례적으로 삼성그룹의 실제적인 총수인 이건희 IOC위원을 단독 특별사면하는 등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에 열의를 보였다. 특별사면을 두고 이런저런 논란이 있었지만 정부의 동계올림픽 유치 의지를 모든 IOC위원들에게 보여줬다는 점에서 관심을 가질 만했다.

문제는 정부와 민간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우리 국민들이 동계스포츠를 얼마나 사랑하고 즐기느냐 하는 점도 유치성공에 상당한 변수가 된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피겨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밴쿠버 동계올림픽의 유력한 금메달 후보 김연아 선수는 좋아하지만 피겨 자체를 좋아하거나 즐기지는 않고 있다.

물론 몇 해 전부터 전국 곳곳의 아이스링크에서 피겨를 배우는 유치원생 초등학생 등이 그 이전에 비해 무척 늘기는 했다. ‘김연아 신드롬’이라 불러도 좋을 정도로 피겨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많아진 것은 맞지만 피겨보다는 금메달에 열광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사실을 부인하긴 어렵다.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 경기장에서 지난해 2월 벌어졌던 바이애슬론 세계대회는 이 같은 점을 극명하게 보여줬다. 평창올림픽 유치에 도움이 될 것 같아 어렵사리 유치한 이 대회 도중 비가 내려 대회가 원활하게 진행되지 못했다.

게다가 개막일 등 처음 몇 날을 제외하고는 관중이 시골 할머니나 동네 아주머니를 비롯한 관광객 몇 명밖에 되지 않아 주최 측이 몹시 당황했다. 정말 힘들게 대회를 유치했는데도 국내 호응이 높지 않아 오히려 동계올림픽 경쟁상대국에게 비난의 빌미만 제공하고 말았다. TV로 유럽 전역에 중계된 당시 대회를 본 경쟁국 독일이 한국 사람들은 동계스포츠를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대회 유치에만 열을 올린다고 맹비난한 것이다.

당시 독일은 자국의 유력지에 평창의 기후환경과 한국인들의 동계올림픽 종목에 대한 무관심을 대대적으로 보도해 평창올림픽유치위원회 관계자들의 심기를 무척 자극했다. 우리는 아무 생각 없이 올림픽 금메달에만 열광하지만 이미 경쟁국은 동계스포츠에 대한 우리나라 국민의 열의를 예리하게 보고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제 우리도 금메달에만 목말라하며 열광하는 차원을 넘어 동계스포츠를 진정으로 즐기며 메달보다는 스포츠 자체를 좋아하는 단계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프로야구 우승팀에만 관심을 가지거나 축구 국가대표팀의 승리에만 관심을 가지는 수준을 넘어서야 한다는 것이다. 경기의 성과에만 관심을 가질 것이 아니라 그 자체를 즐기는 단계에 도달할 때 평창의 꿈도 쉽게 이룰 수 있지 않을까.

박병권 체육부장 bkpar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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