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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종 칼럼] 李·朴 일단 만나나 보라

[백화종 칼럼] 李·朴 일단 만나나 보라 기사의 사진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흔히들 ‘미래의 권력’이라고 부른다. 이명박 대통령을 일컫는 ‘현재의 권력’에 대칭시킨 말이다. 다음번 집권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뜻이다.

박근혜는 현재의 권력이다

그러나 박 전 대표를 그렇게 부르는 게 딱 들어맞는 표현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이 대통령과 맞먹는 ‘현재의 권력’이라는 게 옳지 않은가 싶다. 언젠가도 기자가 이 난에서 비슷하게 언급했지만, 사안에 따라서는 이 대통령이 기안하면 박 전 대표가 OK해야만 일이 처리되는 ‘결재권자’라는 점에서 더 센 ‘현재의 권력’인 면마저 없지 않다.

당장 세종시 문제만 해도 그렇다. 정부는 수정안을 입법예고하고 홍보에 올인하고 있다. 그러나 박 전 대표가 현재의 불가(不可) 입장을 바꾸지 않는 한 수정안은 수정란이 아닌 무정란이 되기 십상이다. 박근혜계가 틀 경우 국회에서는 물론 부결이고 한나라당에서조차 당론 변경도 안 된다는 표 계산이 나온다.

그가 ‘현재의 권력’이라는 사실은 정치판의 분위기에서 더 실감난다. 세종시 수정 논란 초기만 해도 박근혜계 일부 중진들은 신축성 있는 입장을 보였었다. 그러나 박 전 대표가 당론이 바뀌어도 안 따르겠다고 하면서 그들의 목소리는 사라졌다. 뿐만이 아니다. 정운찬 총리가 현안에 관해 대화를 하자고 한나라당 의원들을 초청하고 있으나 박근혜계 의원들은 대부분 불참하고 있다. 박 전 대표를 비판하는 의원에게 “사람이 살다 보면 어떤 골목에서 어떤 정치적 입지로 만날지 모른다” “지방선거에서 박근혜 죽이기에 앞장서는 의원들이 공천하는 후보들을 모조리 낙선시킬 것”이라는 박근혜계의 으름장과 위협도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물론 이명박계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그럴 바엔 갈라서자고 하는가 하면 박 전 대표의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도 삼선개헌, 유신 등으로 국민과의 약속을 수없이 깼었다는 등의 공격이 이어지고 있다.

일이 이쯤에 이르면 막장 드라마다. 한 하늘에 두 개의 태양이 떠 있는 데서 오는 혼란이 아닌가 싶다. 나라가 제대로 굴러가려면 여권마저 갈린 이대론 곤란하며 어떤 형식으로든 세종시 문제와 더불어 권력 구도에 대해 교통정리가 이뤄져야 한다.

한 하늘에 태양이 둘이니…

때마침 정 총리가 이 대통령에게 박 전 대표와의 만남을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박 전 대표는 앞서 이 대통령과의 면담 의향에 대해 “만나봐야 달라질 게 있겠느냐”는 입장을 피력했었다. 이에 따라 두 사람의 면담이 성사될지, 또 성사되더라도 합의가 이뤄질지는 극히 불투명하다. 그러나 박 전 대표도 한번은 이 대통령과 머리를 맞대고 의견을 교환하는 게 지도자로서 책임 있는 자세다. 특히 이 대통령으로선 그 결과와는 별개로 면담 제의가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해 밟아야 할 수순이다.

이 대통령은 그 절차를 밟은 뒤 가능한 한 빨리 어느 쪽으로든 결단을 내려야 한다. 2005년 세종시 계획이 확정되기 전부터 이에 반대해온 기자로서는 수정안이 채택되기를 바란다. 하나 야당들과 박근혜계가 끝내 반대하여 수정안이 무정란이 된다면 이 대통령으로서도 어쩔 수 없는 일 아니겠는가. 거듭 하는 말이지만, 온 나라가 세종시 문제에만 장기간 매달릴 수도 없는 일이다. 할 일이 태산이다. 원안과 수정안 중 어떤 결론이 나든 그 책임에 대한 판단은 국민과 역사에 맡기는 수밖엔 없을 터이다.

세종시 문제와 함께 두 개의 ‘현재 권력’ 사이에서도 관계가 정립돼야 할 것이다. 차기 집권자가 결정될 때까지 한 하늘에 두 개의 태양이 있어 빚어지는 지금의 혼란 상태가 계속되는 건 나라를 위해서 바람직하지 않다. 그로 인해 국론이 갈리고 국정이 헛바퀴를 돈 게 어디 한두 번인가 말이다. 이·박 면담이 이뤄진다면 거기서 판가름을 내는 것도 한 방법이고, 그게 안 되면 지방선거를 계기로 한집살림을 계속할 것인지 말 것인지 결판을 내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다. 그게 국민의 정신 건강과 정치적 판단에도 도움을 주는 일일 것 같다.

백화종 전무이사 wjbae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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