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석동 칼럼] 혼자 공부할 줄 알게 해주는 과외 기사의 사진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한국 교육열 예찬… 반갑지만그 열정은 빛나는 소임을 다한 지 이미 오래됐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한국의 교육열을 칭송하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 그는 미국의 교육개혁을 언급할라치면 으레 한국 학부모와 학생들의 향학열을 거론했다. 이는 1950년대 무렵만 해도 최빈국이었던 한국이 경제대국으로 발전한 원동력이 높은 교육열이었다는 인식에서 나왔다.

오바마의 예찬은 몇 가지로 압축된다. 내용은 대체로 사실에 부합한다. “한국이 놀라운 경제성장을 한 데는 학부모들의 뜨거운 교육열이 있었다” “한국의 부모들은 가난해도 자녀들에게 최고 교육을 시키고 싶어한다” “한국은 미국보다 방학이 한 달 적고 학생들은 열심히 공부한다”

무슨 이득을 보려는 것이 아닌데다 인류 역사상 최강국이라는 미국의 대통령한테서 듣는 칭송이니 뿌듯하기조차 하다. 굳이 아니올시다라고 말할 필요는 없겠다. 그렇기는 한데 한국교육에 대한 오바마의 칭찬이 보도될 때마다 좀은 겸연쩍고 쑥스러워지는 것 또한 어쩔 수 없다.

이따금 오바마가 한국교육을 제대로 알고 있을까도 싶고, 뭘 한참 모른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 오바마는 한국교육의 본질이나 시스템을 미국 교육의 모델로 삼고 싶어하는 것이 아니다. 미국의 느슨한 교육 공급·수요자들을 질책하며 국가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한국(인)의 교육열정을 본받자고 한 것이다.

오바마가 염두에 둔 한국의 개발시대 교육열로 말하자면 그의 예시는 적확하다. 우리에게 교육은 국가발전의 동력이었고, 부모들의 자식 교육열은 하나같이 소중하고 눈물겨웠다. 오늘날의 경제번영 모태인 개발시대·산업화시대를 견인한 것은 그 열정이었다. 어느 집에서든 자식 교육은 최고의 투자였으며, 그 열매는 결과적으로 최고의 애국으로 이어졌다.

이제 그 교육은 빛나는 소임을 다한 지 오래 됐다. 개발시대 이후 한국 교육에서는 경제적 번영에 걸맞은 의식 변화가 별로 없다. 교육의 질적·양적 성장은 과거에 비할 수 없을 만큼 괄목하나 그 후진성과 폐해의 끝이 보이지 않는 건 문제다. 여전히 교육열이 뜨거운 것은 고무적이지만 대부분 제어 불가능한 탐욕과 타락, 이기주의, 황금만능과 직결돼 있다.

이것은 교육생산 수요처인 사회가 변화하지 않으면 치유할 수 없다. 교육은 가르친 것이 바르게 쓰일 수 있도록 하는 데까지 영역을 넓혀야 한다. 지금의 비극적 상황에 가장 현저하게 책임이 있는 쪽은 과거와 현재를 통틀어 정부, 구체적으로 교육당국이다. 교육당국이 교육을 망친다는 것은 이만저만한 모순이 아니다.

이를테면 대학의 맹목적 서열화, 이에 따른 수험생 줄서기, 이후의 사회갈등은 대입제도를 포함한 교육시스템의 결함 탓이다. 재정 지원은 미미한데 감독권한은 막강한 것도 거기 속한다. 게다가 언론의 돌팔이 참견, 훈수, 지도까지…. 학부모들의 극성이 유별난 것도 틀림없으나 그들이 사회 흐름을 주도하는 것은 아니다. 자식을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헌신, 빗나간 적응 정도가 맞을 것이다.

한 가지만 더, 초등학교 아이들의 학교숙제도 시쳇말로 장난이 아니다. 아이 혼자 해결할 수 있는 숙제는 거의 없다. 엄마가 동분서주해서 챙겨줘야 간신히 끝나는 게 요즘 초등학생들 숙제다. 이것은 사교육의 시발이다. 부모 실력이 부치거나 여건이 안 되면 아이를 내버려둘 수밖에 없고, 그런 데서 자생은 난망이다.

과외 단속이 있을 때 생각나는 게 있다. 돈 들여 공부 더 잘하겠다는 것을 처벌하는 나라가 있을까. 공부란 좋아서 하면 그만이어야지 공부 잘하는 것이 치부(致富)의 지름길이 되는 원초적 왜곡은 또 다른 왜곡을 낳기 마련이다. 마찬가지로 과외대책이 나오기 무섭게 과외도 진화를 거듭했다. 며칠 전, 입학사정관제를 의식해 ‘혼자 공부할 줄 알게 해주는 과외’가 생겼다는 기막힌 보도를 봤다.

그래서 오바마에게 드리고 싶은 부탁이 있다. 한국 교육에서 절대 배우지 말 것도 널리 말씀해주십사 하는 것이다. 아울러, 이 작은 나라에서 그토록 많은 학생이 대거 미국 유학을 떠나는 데 대해서도 고견을 좀 피력해주셨으면.

한석동 편집인 jerome7@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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