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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의 발견] 희미한 달빛, 숨은 별빛

[계절의 발견] 희미한 달빛, 숨은 별빛 기사의 사진

‘월든’의 저자 헨리 D 소로는 직업산책가였다. 그의 전기작가 솔트가 제시한 조건은 이러했다. “매일 한두 시간 느릿느릿 걸으며 야외에서 지내는 것, 일출과 일몰을 관찰하는 것, 바람 속 소식을 듣고 표현하는 것, 언덕이나 망루에 올라 눈보라와 폭풍우의 관찰자가 되는 것.”

소로는 야생의 자연을 찾아 하루 4시간 동안 언덕을 넘고, 습지를 가로지르며, 들판을 어슬렁거렸다. 농부의 도끼질 소리와 홰 치는 수탉 울음을 즐겼다. 그 길은 깊고 아득한 사유의 산책을 동반하는 것이기에 콩코드 숲 속에서 옥구슬 같은 에세이가 탄생했다.

겨울산책 길에 만나는 하늘이 팽팽하다. 이마에 부딪치는 바람이 명징한 종소리를 낸다. 전나무 꼿꼿한 줄기 위로 얼굴을 내민 낮달은 애처롭다. 청마 유치환은 “그날 밤 보다 남은 연정의 조각/지워도 지지 않는 마음의 어룽”이라며 낮달을 가여워했다. 태양에 가려진 희미한 존재. 그러나 뒤편에 숨어있는 무수한 별빛이 있기에 외롭지 않다. 산책자도 거기에서 바람이 전해준 임의 기별을 읽는다.

손수호 논설위원 shsh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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