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포럼-김명자] 녹색성장, 융합형 혁신전략으로 기사의 사진

어느새 역사 속으로 흘러간 21세기 첫 10년의 시대정신을 문명사가들은 어떻게 묘사하게 될까. 언뜻 ‘글로벌화’ ‘기후변화’가 생각나고, ‘융합’이란 단어도 떠오른다. 정보통신기술의 ‘컨버전스’(convergence)가 선도하면서, 일상생활에서 ‘퓨전’(fusion)과 ‘하이브리드’(hybrid)가 귀에 익고, 사회적 통합이 강조되고 있다. 이종(異種)의 요소가 한데 합쳐져 새 모습과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고 보면, ‘융합’은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단기간에 혁신을 이룰 수 있는 매력적인 방법론임에 틀림없다.

외부와의 소통·협력은 필수

국제사회 현안으로 급부상한 녹색성장의 지름길도 융합형 혁신전략에 있다. 우선 용어 자체가 보전을 뜻하는 ‘녹색’과 자원 투입·산출의 ‘성장’의 결합이 아닌가. 이처럼 이질적인 복합 개념을 현실화시키기 위해서는 융합형 혁신 역량이 긴요하다. 기존 산업의 혁신은 물론 새 성장 동력을 창출해야 하고 정부, 산업, 노동, 소비자, 시민사회 등 모든 경제주체의 마인드셋(mind-set)이 확 바뀌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혁신의 동력은 어디서 오는가. 공동의 비전, 열정을 공유하는 조직이 다양성과 창의성을 갖춘 혁신문화를 갖추는 데서 비롯된다. 이를 위해 구성원의 인식 전환과 혁신역량 결집이 필요하다. 그러나 어떤 조직이건 자체 구성원의 역량은 제한되어 있기 마련이다. 따라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다양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서는 외부와의 원활한 소통과 상호협력이 필수적이다.

융합형 녹색 기술혁신의 대표적 사례는 ‘스마트 그리드’이다. 백수십년 전통의 경직성 인프라의 전력산업과 기술진화가 가장 빠르고 역동적인 IT산업이 손잡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융합의 개별주체 간 비전의 공유, 상호이해, 유기적 협력이 전제돼야 하는데, 이런 발상의 전환이 결코 만만할 리가 없다. 더욱이 녹색 신기술의 개발과 도입은 시장기능에만 맡길 수가 없다. 환경문제는 공공재라서 관련 기술 개발과 상용화에는 그에 상응하는 인센티브가 필요한 탓이다. 특히 초기단계의 녹색기술 개발과 시장 진입을 위해서는 외부경제 효과를 감안한 정부의 역할과 정책적 지원이 성패의 관건이다.

그렇다면 혁신을 촉진하기 위한 전략적 접근은 어떠해야 하는가.

첫째, 혁신체계가 융합형 RDD&D(Research, Development, Demonstration and Deployment) 관리체제로 바뀌고, 기술간 융합을 촉진할 수 있는 법적 제도적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한다. 단순히 R&D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증사업과 실제 도입에 이르기까지 전 주기에 걸친 효율적 체계화가 돼야 하고, 성과에 따라 차등화된 금융, 세제 지원 등 인센티브가 부여돼야 한다.

둘째, 부처별 기관별로 산발적으로 추진되는 정책사업을 통합적으로 조율해 상충이 아닌 상생효과를 거둬야 한다. 융합형 RDD&D의 틀에서 부처 간 정책 조정과 협력을 촉진할 수 있도록 정부 업무평가에 부처 간 협력 성과를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전문인력 양성체계 갖춰야

셋째, 융합형 혁신을 주도할 수 있는 전문인력의 양적 질적 확충을 위한 인력 양성체계가 마련되어야 한다. 세분화된 전문인력의 배출도 중요하고 학제적 융합연구에 능한 인력도 필요한 탓이다. 이 시대가 요구하는 융합형 혁신을 주도할 인재 양성의 중요성을 인식한다면, 적어도 고등학교 과정에서 이과와 문과를 구분하는 낡은 체계는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

우리 녹색성장의 요소기술은 대체로 선진국과 격차가 있고, 투자의 절대규모도 열세이다. 이런 불리한 조건을 만회하기 위해서는 녹색기술과 IT, NT, BT 등의 융합에 의한 틈새기술로 승부할 수 있도록 융합형 혁신전략을 활성화해야 할 것이다.

김명자 (그린코리아21포럼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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