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오피니언 > 칼럼 > 故 백화종칼럼

[백화종 칼럼] 국민투표에 부치자는데

[백화종 칼럼] 국민투표에 부치자는데 기사의 사진

헌법재판소는 지난 2005년 11월 지금 세종시법으로 불리는 ‘행정복합도시 건설을 위한 특별법’이 위헌이 아니라는 결정을 내렸다. 세종시법은 노무현 당시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내세워 “재미를 좀 본” ‘신행정수도 건설을 위한 특별법’이 헌재의 위헌 결정을 받은 뒤 정부가 만든 대체입법에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이 충청도 표를 의식하여 울며 겨자 먹기로 타협해준 법이었다.



다수 국민은 원하지만

당시 기자는 이 난에서 법이 위헌이 아니라고 해서 사업의 타당성까지를 인정받은 것은 아니어서 논란은 계속될 것이며, 특히 정권 교체라도 된다면 이 사업이 유산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이 사업을 굳이 하겠다면 모래 위에 짓는 집이 안 되도록 국민투표의 형식으로 국민 전체의 뜻을 묻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냈었다.

예상대로 정권이 바뀌면서 세종시 문제는 국론을 분열시킬 만큼 큰 이슈로 다시 등장했다. 세종시의 원안과 수정안에 대한 찬반이 하도 팽팽하여 도저히 합일점이 찾아질 것 같지가 않다. 답답한 나머지 해결책의 하나로 국민투표에 의해 국론을 통일하자는 의견이 여러 사람에 의해 제시되고 있다.

일찍이 국민투표 의견을 냈던 사람으로서 소모적 논란을 계속하느니 다소의 비용이 들더라도 이렇게 해서 매듭을 지었으면 하는 생각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풀어야 할 몇 가지 문제가 있다.

먼저 세종시 문제가 국민투표 대상이 될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헌법 제72조는 ‘대통령은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외교, 국방, 통일 기타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 정책을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다’고 돼 있다. 따라서 세종시 문제를 국민투표에 부치기 위해선 그것이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 정책에 해당돼야 한다. 다수의 국민은 이 방법을 선호하고 있지만, 다수의 학자들은 이 문제는 국민투표 대상이 아니라고 본다. 그래서 이 문제를 국민투표에 부치려 한다면 또 위헌 논란이 파생될 것이다.

위헌 논란을 피하면서 사실상의 국민투표에 부치는 방법이 없진 않다. 모든 정파가 이 문제를 다수 국민의 뜻에 따라 결론짓는다는 취지로 헌법상의 국민 투표가 아니라 일종의 여론조사 형식을 빌려 전 국민의 의사를 물은 뒤 그 결과에 승복키로 합의하는 것이다. 물론 편법이라는 시비가 있을 수 있으나 모든 정파가 반대하지 않는다면 궁여지책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것도 불가능해보이고

하지만 이 방법 역시 채택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어느 정파도 선뜻 내켜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선 정부·여당 내에 이러한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없지 않다. 그러나 여권 핵심에서는 다른 이유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이것이 자칫 정권에 대한 신임투표가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갖고 있다. 또 야당들과 여당 내 박근혜계는 그리 할 경우 위헌론과는 별개로 자신들의 뜻과는 달리 수정안이 채택될 가능성이 없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정상적인 법 절차를 밟으면 자신들의 뜻대로 수정안이 폐기될 터인데 위험을 부담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법 집행권을 가지고 있는 정부는 세종시 계획을 반드시 수정하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그러나 의석 분포라는 현실을 볼 땐 그게 불가능에 가까워 보인다. 이런 상황이라면 세종시 문제는 장기 미제 상태에 놓일 수밖에 없다. 언제까지 정부와 국회가 이 문제에 매달려 힘겨루기를 해야 하는지 답답한 노릇이다.

정치인들은 흔히 자신들이 불가능을 가능케 하는 종합 예술가라고 자부한다. 실제로 과거엔 1987년 6·29 선언처럼, 정면충돌이 불가피해보이다가도 극적 타협점을 찾은 예들이 드물지 않았다. 그러나 근래엔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나 미디어법 처리 등에서 보듯 끝내 벼랑으로 굴러 떨어지는 게 정치판의 모습이다. 정치의 후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불가능을 가능케 할 통 큰 정치 지도자나 솔로몬의 지혜를 가진 현인이 그리운 시절이다. 정치 지도자들이 궁여지책으로 변형된 국민투표에라도 합의해주면 좋겠다.

전무이사 wjbaek@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