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김의구] 한강 플로팅 아일랜드 기사의 사진

1980년대 유행했던 ‘아! 대한민국’이란 노래가 있다.



“하늘엔 조각구름 떠있고 강물엔 유람선이 떠있고”로 시작되는 이른바 건전가요였다. 2002년 월드컵대회 이후에도 응원가로 애창될 정도니 생명력이 길다는 평가를 들을 만한 곡이다.

그러나 1983년 발표 당시 이 노래는 실상 냉소의 대상이었다. 지금 들으면 밋밋하다고 느껴질 정도의 가사지만 당대에는 강에 유람선이 떠다닌다는 설정 자체가 턱없이 느껴졌다. 더욱이 “저마다 누려야할 행복이 언제나 자유로운 곳”이라거나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얻을 수 있고 뜻하는 것은 무엇이건 될 수가 있어”란 구절 등은 현실과 너무도 동떨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비슷한 시기 “종로에는 사과나무를 심어보자…을지로에는 감나무를 심어보자”란 가요도 있었다. “거리마다 푸른 꿈이 넘쳐흐르는 아름다운 서울을 사랑하리라”로 끝나는 이 노래도 여러 사람들에게 거부감을 느끼게 했다. 5공 신군부 정권의 초헌법적인 권력 탈취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공권력에 짓눌리고, 민주화 열망과 인권 요구가 무자비하게 탄압받던 당대 현실과 너무도 괴리됐기 때문에 이런 노래들은 현실을 왜곡 선전하는 우민화 정책의 한 방편이란 비판을 들었다.

그런데 실제로 한강에는 80년대 중반 유람선이 떴다. 86아시안게임과 88올림픽을 앞두고 대대적인 한강 준설 작업 등이 이뤄지고 콘크리트 제방과 함께 둔치가 개발되더니 유람선이 오가기 시작했다. 2000년대 들어서는 종로와 을지로 사이 청계천에 대규모 복원작업이 시작되더니 사과나무가 심어져 시민들의 ‘서리 명소’가 됐다.

6일 동작대교 남단 부근 한강에서는 플로팅 아일랜드 진수식이 열렸다. 한강 르네상스의 핵심 사업 가운데 하나인 인공섬의 일부가 처음으로 강에 띄워진 것이다. 서울시는 이 섬이 호주 시드니의 오페라하우스보다 진일보한 기술로 건설돼 한강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될 것이라며 의욕을 보이고 있다. 유람선 정도가 아니라 인공섬까지 등장한 한강의 놀라운 변화를 목도하면서 만감이 교차한다. 팍팍한 현실만 보고 미래를 함부로 재단할 것이 아니었나? 먼 미래의 이상을 꿈꾼 노래를 평가절하한 게 ‘우물 안 개구리 식’ 발상이었던가? 한강 인공섬을 둘러싼 생태계 교란이나 환경오염 논란 등이 이렇다 할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는 것을 보면 우리 사회에 꿈을 꿀 수 있는 여지가 넓어진 것은 분명한 듯하다.

하지만 5공식 건전가요에 대한 비판을 서둘러 철회하고 싶은 생각은 아직도 없다. 과거를 현재의 상황만으로 소급 판단하는 것도 오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지방자치단체들이 잇따라 내놓고 있는 랜드마크 건립 계획들을 보면 이런 생각은 더욱 확고해진다. 너도나도 자기 고장의 대표 브랜드가 될 것이라며 호화 고층 청사나 도로를 세우고 축제 키우기 경쟁에 나서고 있지만 과도한 의욕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미래에 대한 투자를 낭비라고만 치부할 것은 아니라는 점을 인정하더라도 우리 사회에는 랜드마크가 분명히 남발되고 있기 때문이다.

감사원이 호화 논란을 빚고 있는 24개 지자체 청사에 대해 감사에 착수한다는 소식이다. 이참에 감사원이 시시비비를 가려 무모한 계획을 차단하고 무리한 계획을 견제했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 지역의 특성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채 그저 높이나 몸집, 호사스런 외양만 추구하는 랜드마크를 만들겠다는 데는 특정의 정치적 계산이 있을 공산이 크다. 지자체의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무리한 계획이나 재원조달 방법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얻을 수 있고’ ‘거리마다 푸른 꿈이 넘쳐흐르는’ 사회 분위기를 만들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기 때문이다.

한번 만들어지면 거둬들이기 쉽지 않은 특성상 대형 랜드마크란 남발되면 천덕꾸러기가 되기 십상이다. 그저 그런 랜드마크가 난립하면 우리 국토 곳곳에는 시커먼 흉터들만 ‘랜드다크(landdark)’로 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김의구 사회2부장 eg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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