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먹지 않고 얼마나 견딜 수 있을까. 성인의 경우 물을 마시면 40일, 아무것도 섭취하지 않으면 7일 정도 버틸 수 있다고 한다. 이러한 한계를 뛰어넘는 초인도 있기 마련이다. 리전자(李振家)라는 중국인 조각가는 2007년 12월 15일부터 이듬해 2월 9일까지 물만 마시며 57일을 버텼다. 지금까지 알려진 세계 최고기록이다.

단식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종교 수행이나 치료 목적으로, 혹은 살을 빼기 위해 일부러 굶는 사람이 적잖다. 그런가 하면 종종 주의·주장을 관철하고, 투쟁하거나 항거하는 수단으로 이용되기도 한다. 무왕이 은나라를 멸하고 주(周)를 건국하자 ‘주나라 음식은 먹지 않겠다’며 수양산에 들어가 굶어 죽은 백이(伯夷), 숙제(叔齊) 고사가 있는 걸 보면 단식은 가장 오래된 비폭력 투쟁 방법이라 해도 무방할 듯하다.

정치적 목적을 띤 단식은 사회에 미치는 파장이 대단하다. 목숨을 걸기 때문이다. 보비 샌즈 경우가 대표적인 사례다. 북아일랜드 아일랜드공화군(IRA) 전사로 활동하다 체포된 그는 감옥에서 영국 정부의 부당한 대우에 항의해 무려 66일간이나 단식투쟁을 벌인 끝에 1981년 27살 젊은 나이로 숨을 거둔다. 이어 IRA 전사 9명이 그의 뒤를 따랐다. 이 사건은 국제사회에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전두환 군사정권의 서슬이 퍼렇던 1983년, 김영삼 전 대통령은 민주화 5개항을 요구하며 23일간 단식농성을 벌였다. YS 근황은 외신을 통해 국제사회의 주요 관심사로 떠올랐지만 국내에서는 군사정권의 언론 통제로 단식 초기 단 한 줄도 보도되지 않았다. 그러다 ‘최근의 정세 흐름’ ‘정치 현안’을 거쳐 ‘어느 재야인사의 식사 문제’로 조그맣게 지면을 장식했다. 그러나 상당수 독자들은 끝내 어느 재야인사가 누구인지 알지 못했다.

이후 고비 때마다 정치인들의 단식투쟁이 줄을 이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1990년 지방자치제 관철을 위해 13일을, 2003년 당시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는 노무현 대통령 측근 비리 의혹 특검법 통과를 위해 열흘간 단식했다. 그때 김영삼 전 대통령이 최 대표를 위로 차 방문해 남긴 유명한 말이 “굶으면 죽는 것이 확실하다”이다.

세종시 원안 추진을 요구하며 단식투쟁을 벌이던 민주당 양승조 의원이 지난 5일 22일 만에 단식을 중단했다. 투쟁은 살려고 하는 것이지, 죽으려고 하는 게 아니다. 단식투쟁은 다른 대안이 없을 때 선택하는 마지막 수단이어야 한다.

이흥우 논설위원 hw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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