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기영 MBC 사장은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의 이사진 선임 강행에 반발해 전격 사퇴했다. 엄 사장은 8일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방문진 이사회를 마친 뒤 “오늘 방문진의 존재의미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대체 뭘 하라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 이어 오후 2시40분쯤 방문진에 사표를 제출해 사퇴를 공식화했다.

이는 방문진이 보도본부장에 권재홍 선임기자, TV 제작에는 안우정 예능국장을 추천해온 자신의 인선안과 다른 이사진을 추천, 선임했기 때문이다. 방문진은 오전 이사회를 열어 새 이사진에 황희만 울산MBC 사장, 윤혁 MBC 부국장, 안광한 MBC 편성국장을 추천했으며 오후에 주주총회를 열어 인선안을 확정했다. 다만 보직 권한은 사장에게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부터 공석이 된 본부장 세 자리를 놓고 방문진과 의견충돌을 보인 엄 사장은 김우룡 방문진 이사장이 추천한 TV 제작본부장과 보도본부장 후임자에 대해 한 치도 물러서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윤 부국장은 현 경영진과 각을 세워온 공정방송노조 조합원이어서 엄 사장이 반대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방문진은 MBC의 공영성과 신뢰도를 높인다는 명분 아래 보수 성향 이사진 선임을 강행했다. 차기환 이사는 “아이티 왜곡 보도처럼 취재 내용의 일부를 편집하거나 왜곡해서 문제가 된 사례가 엄 사장 임기 동안 5∼6건이나 된다. 엄 사장 임기의 3분의 2가 지나고 있는데 MBC가 아직도 보도 분야에서 편파성을 보이고 있는 점은 심각한 문제”라면서 이번 인선이 보도와 시사 프로그램을 겨냥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방문진은 17일 열리는 정기 이사회에서 후임 사장 인선을 논의할 예정이다. 현재 엄 사장 후임으로는 MBC 안팎에서 여러 명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한편 엄 사장의 사퇴 표명과 관련, MBC 노조는 대의원대회를 열고 총파업 투표를 결의했다. MBC 노조는 지역별로 이번주와 다음주 중에 투표를 진행해 총파업 가결 여부를 가리게 된다. 이날 주주총회를 통해 새로 임명돼 오후 5시30분쯤 첫 출근을 하려던 황희만 보도본부장과 윤혁 제작본부장은 노조의 저지로 회사에 들어가지 못하고 돌아갔다.

이선희 기자 su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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