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 순환까지 배려한 ‘직선·평면 재단’의 미학… 한복속에 감춰진 과학 이야기 기사의 사진

명절이나 결혼할 때 등 특별한 날 입는 옷이 된 한복. 보기는 아름답지만 불편한 옷으로 여겨지는 한복.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조상의 슬기가 오롯이 담겨 있다. 한복의 가장 큰 특징은 평면재단이다. 치마는 펼쳐놓으면 한 장의 보자기다. 저고리 바지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 평면 재단 속에 인간에 대한 배려, 경제성 등이 담겨 있다고 학자들은 입을 모은다.

원광디지털대학 한국복식과학학과 지수현 교수는 “입체적인 양복은 모양이 완성돼 있어 옷에 몸을 맞추는 데 비해 평면구성인 한복은 옷이 몸에 맞추는 사람 중심의 옷”이라고 말했다.

평면인 한복은 사람이 입었을 때 비로소 입체가 된다. 입는 사람이 자신의 개성에 따라 연출할 수 있는 열린 구조다. 입는 사람이 여위었으면 여윈 대로, 몸피가 있으면 또 그대로 풍성하게 감싸줘 신체의 결점을 가려주면서도 우아한 실루엣을 만들어낸다. 특히 치마는 가장 단순하면서 가장 다양한 변화를 보여 준다. 가슴 부위까지 접어 올려 주름을 겹치게 해 허리띠로 묶어 일하기 편한 형태로 만들기도 하고, 치마꼬리를 살짝 걷어쥐어 걷기 편하게 연출한다. 치마가 들리면 속옷이 보일 것에 대비해 속바지의 밑단을 아름답게 장식하기도 했다.

재단과 봉제 방식도 독특하다. 배화여대 전통의상과 김소현 교수는 “원단을 직선으로 재단해 옷감의 낭비를 줄였으며 재활용의 여지를 남겼고, 재단한 천을 꿰매는 봉제방식도 매우 과학적”이라고 밝혔다.

곡선 재단은 자투리가 많이 남게 마련이지만 직선 재단은 버리는 원단을 최소화 한다. 또 옷을 뜯으면 여러 개의 크고 작은 사각형이 다른 옷을 만들 때 손쉽게 이용할 수 있다. 전통한복은 겨드랑이 가랑이 등 힘 받는 부분에 이음매가 오지 않도록 살짝 빗겨서 꿰매 웬만해선 솔기가 터지는 일이 없다.

질경이 우리옷 이기연 대표는 한복은 활동공간과 인체순환구조까지 배려한 4차원의 공간개념을 차용했다고 주장한다.

한복 바지는 좌우 비대칭으로, 허리크기에 맞게 한쪽으로 접어 허리끈으로 매어서 입는데 그때도 바지형태가 비대칭이 된다. 이 대표는 “서구식 사고방식으로는 상상할 수도 없는 디자인”이라며 “접힌 부분은 움직이지 않을 때는 그냥 접혀 있지만 다리운동을 할 때는 펼쳐져서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낸다”고 설명했다. 한복바지는 모내기를 하고, 씨름도 할 만큼 활동성이 보장되는데, 이 비밀이 사폭에 있다는 것.

저고리 겨드랑이에도 조각(무)을 덧대 팔 움직임을 편하게 했다. 특히 선비들이 입던 두루마기 겨드랑이 부분에는 액주름포라는 주름을 잡았고, 바람개비 모양으로 자른 옷감을 잇대기까지 했다.

이 대표는 또 바지의 대님은 옷의 모양을 잡아 주는 역할 외에 지압 기능까지 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님을 묶는 발목에는 신장과 연결된 ‘부류’라는 혈 자리가 있다는 것. 우리 전통의학에선 신장은 인체의 모든 액체를 만들어내는 생명의 근원이 되는 장기로 본다.

여성 속옷에도 여성의 몸을 배려한 원리들이 담겨 있다. 고쟁이는 밑이 터져 있는 독특한 구조다. 서면 막히고 앉으면 벌어지는 구조다. 이 대표는 “여성은 생식기가 습하기 때문에 습기를 빼주기 위해 고쟁이 밑을 터놓았고, 남자는 찬바람을 막기 위해 대님을 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올해 설에는 한복을 입어보자. 그리고 조상들의 슬기를 느껴보자. 옥죄듯 몸에 딱 맞는 양복에 익숙해져 몸을 편하게 풀어놓는 한복을 불편해 하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를 되돌아보자.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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