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적인 자수·색상에 매료… 프라다도 “원더풀” 기사의 사진

한류 날개 단 한복

‘클라시바야’‘벨리카야’

이달 초 러시아의 모스크바 차이코프스키홀은 한복을 보면서 쏟아내는 감탄사로 그득했다. 지난 2일 성신여자대학교가 러시아 차이코프스키음악원 초청으로 한러수교 20주년을 기념해 ‘한국전통복식 패션쇼’를 개최한 자리였다.

2000년부터 해외 행사가 있을 때마다 한복을 소개해왔다는 성신여대 심화진 총장은 “작은 나라가 고유 복식을 갖고 있다는 것에 놀라고, 그 아름다움에 환호를 보낸다”면서 “우리 옷 패션쇼를 보고난 뒤 우리 학교는 물론 한국에 대한 이미지도 매우 좋아진다”고 말했다.

등잔 밑이 어둡다고 정작 우리나라 사람들은 한복에 대해 그리 너그럽지 못하다. 불편하지만 우리 옷이니 설이나 추석, 결혼식 때나 입는다는 이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외국인들은 한복에 대해 감탄을 금치 못한다.

세계 민속의상이 한자리에 모이는 미인대회에서도 한복은 빛을 발한다. 한복디자이너 김희수씨는 2001년 세계 미인대회 민속의상상 그랜드 슬램을 이룬 진기록을 갖고 있다. 5월 푸에르토리코서 개최된 미스 유니버스 대회에서 2000년 진 김사랑양이 최고민속의상상, 10월 일본서 열린 미스 영인터내셔널 대회에서 2001년 미 백명희양이 민속의상상, 11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린 미스 월드 선발대회에서 2001 미스코리아 선 서현진양이 베스트드레스상을 수상했다. 김씨는 “심사단은 한복의 색상, 그림, 모양새를 예술작품으로 평가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1974·77·83년 미스 유니버스, 83·89·2002년 미스 인터내셔널, 93·94·2000년·2003년 미스 아시아퍼시픽, 2002·2005년 미스 어스에서 민속의상상을 받았다.

한복이 무대 위에서만 빛나는 것은 아니다. 미국 최초의 여성 국무장관으로 강경 매파였던 매들린 올브라이트도 한복에 매료됐다. 2000년 한국을 방문했을 때 한복 디자이너 이나경씨의 검정 누비옷에 반해 몇 번이나 입어봤다고 한다.

현 국무 장관 힐러리 클린턴도 한복과 인연이 깊다. 2006년 이영희씨가 뉴욕에 한복박물관을 열었을 때 초청받은 그는 전시장을 둘러보고는 “의상과 자수가 너무 아름답다”고 감탄해마지 않았다. 패셔니스타로 옷 잘 입기로 유명한 힐튼 자매도 한복에 푹 빠졌다. 2007년 방한 한 페리스 힐튼은 “눈이 부실만큼 아름다운 옷”이라며 한복을 지어 준 디자이너 이인영씨에게 기념촬영을 요청했다. 2008년 한국에 온 니키는 기자회견장에 한복치마를 변형한 톱 드레스를 입고 나와 “너무나 마음에 든다”고 했다. 프랑스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2007년 파리에서 열린 생활한복전시회장에서 생활한복을 입고 ‘저자 사인회’를 했다. 그는 “이렇게 편한 옷이 지구상에 있었느냐”며 즐거워했다. 옷에 관한 한 전문가들도 한복에 매료된다. 세계적인 패션 디자이너 미우치아 프라다는 2006년과 2007년 연거푸 서울 청담동 이영희 한복 매장을 찾았다. 프라다는 다채로운 색상에 감탄하며, 세벌이나 구입했다.

세계의 유행을 창조하는 파리 프레타 포르테의 장 피에르 모쇼 대표이사는 2005년 4월초 서울을 방문한 자리에서 “파리 프레타 포르테 박람회 100회 기념행사로 한복전시회를 열겠다. 우아하고 아름다운 한복은 세계 패션인의 이목을 끌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의 예상은 맞았다. 그해 9월 전시장에서 패션관계자들은 ‘원더플’을 외쳤다.

패션 전문가들과 스타들이 한결 같이 색과 디자인에 반했다며 박수를 보내지만 한복은 한류에서 한걸음 비켜나 있다. 한식이 건강식으로 인식되면서 세계인의 식탁을 넘보고 있지만 한복은 아직도 지구가족의 옷장 속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바닥에 끌리는 치마, 허리끈을 풀면 주르르 흘러내리는 바지…. 우리도 입기 불편해하는 고전 한복을 외국인들이 즐겨 입을 리는 없다.

서울대 의류학과 김민자 교수는 “한복디자이너 이영희, 패션 디자이너 이상봉 등의 활약으로 세계 패션무대에서 한복 등 한국적인 것이 이미 낯설지 않다”면서 이는 한복이 세계화의 첫걸음을 내딛은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프라다, 구치, 루이 비통, 드리스 반 노튼 등 세계 유명 디자이너들이 한복에서 영감을 얻은 의상을 컬렉션 무대에 올리고 있다.

서울시의 의류패션 ‘한’(韓)브랜드화 사업을 이끌었던 김 교수는 “과거에 머물러 있다면 전통이 아니라 고전”이라면서 “한복의 세계화가 성공하기 위해선 한복의 뛰어난 특성에 현대의 트렌드를 접목해 재탄생시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21세기는 녹색성장을 추구하는 시대다. 인간을 배려하고 친환경적인 한복에 트렌드를 더한다면 우리 일상으로 성큼 들어서고, 나아가 한류에 새바람을 더할 수도 있을 것이다.

김혜림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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