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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야기] 닭강정은 한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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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강정이란 음식이 있다. 닭을 조각내 밑간을 하고 녹말가루를 입혀 튀긴 뒤 매콤하고 달콤한 소스로 버무려낸다. 양념치킨과 비슷하다고도 하고, 중국요리 깐풍기랑 닮았다는 이들도 있다. 아이들 간식으로, 또 어른들 요깃거리로 인기가 좋다.

최근 닭강정이 유명세를 타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 때문이다. 살림을 잘해온 주부답게 김 여사는 요리에 두루 능한데, 특히 닭강정 솜씨가 뛰어나다고 한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27일 TV로 방송된 ‘국민과의 대화’에서 “집사람이 닭강정 하나는 잘한다”고 얘기하기도 했다. 닭강정은 지난달 28일 스위스 다보스포럼 ‘한국의 밤’ 만찬에도 올랐다. 김 여사가 닭강정을 만찬 메뉴로 적극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한식세계화추진단 명예위원장을 맡고 있다.

그런데 다보스포럼 만찬장에 오른 닭강정을 보고 한식 전문가들 사이에서 질문이 제기됐다. 닭강정이 한국 음식 맞나? ‘닭강정’이란 말은 국어사전에 나오지 않는다. 언제 먹기 시작했고, 어디서 유래했는지 기록도 찾을 수 없다. 족보가 불분명한 음식이 한식 대표선수로 세계무대에 출전한 모습을 지켜보는 마음이 편하지 않았던 것이다.

근래엔 한식의 개념을 전통음식으로 제한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먹는 음식은 계속 변하게 마련이며, 무엇이든 한국식으로 흡수해 한국 사람들이 자주 먹게 된 음식이라면 한식으로 볼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그런데 그게 그렇게 간단한 얘기가 아니다. 우리는 자장면을 한식으로 볼 수 있을까? 라면은? 김밥은? 삼겹살은? 부대찌개는? 닭강정은 이런 질문과 관련돼 있다. 전통음식 전문가들로부터 소견서를 받아봤다.

“우리나라 전통조리법에 과자류 빼고는 튀김이 없었습니다. 닭을 튀겨 먹는 중국요리나 서양요리를 가정요리화하면서 닭강정이 만들어진 것 같습니다. 지금은 순수한 전통음식이 아니더라도 사람들의 기호에 맞춘 음식이 되고 한국 사람이 즐기는 음식이 되다 보면 한국음식이라고 부르는 것 같습니다.”(한복려 궁중음식연구원 원장)

“닭강정이 우리 음식으로 정체성이 약한 건 사실입니다. 한식을 세계화한다고 할 때, 반드시 전통음식만 가지고 나가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국적 불명의 음식을 가지고 나가는 것도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부대찌개를 한식 메뉴라고 외국에 소개하는 것은 절대 안 됩니다. 닭강정은 한식 메뉴로 세계에 내세울 여지가 있습니다. 닭은 세계적으로 많이 먹는 식재이고, 닭강정은 일본이나 중국에는 없는 닭요리입니다.”(전정원 한국의맛연구회 회장·혜전대 교수)

“닭강정은 요새 생긴 요리지 옛날 음식이 아닙니다. 닭강정에 대한 기록을 문헌에서 본 적이 없습니다. 강정이란 말이 과자 외에는 없습니다. 닭강정은 역사적으로는 하나도 근거가 없는 음식이지만, 고추장이나 고춧가루를 양념으로 쓰는 거니까 한식으로 봐도 된다고 생각합니다.”(한복진 전주대 교수·‘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음식 백가지’ 저자)

그동안 한식 세계화 얘기가 무성했지만 닭강정을 주목한 이는 아무도 없었다. 김 여사 추천이 아니었다면 닭강정은 다보스포럼 만찬장에 나가지 못했을지 모른다. 어찌됐건 닭강정은 한식 세계화 후보로 데뷔했다. 그리고 닭강정의 등장은 한식 세계화를 둘러싼 오래되고 근본적인 논점을 건드려놓았다. 무엇이 한국 음식인가? 어디까지 한식이고 어디서부터 한식이 아닌가? 한식 세계화의 대표선수는 무엇인가?

최근 비빔밥 논란도 있었다. 지난해 12월 일본 산케이신문의 구로다 가쓰히로 서울지국장이 ‘비빔밥은 괴로워?’라는 제목의 칼럼에 “비빔밥은 보기에는 좋지만 먹어보면 깜짝 놀란다”며 “세계화 전망에 고개를 갸웃거리는 목소리가 많다”고 써서 한국인들의 비난을 받았다. 그는 비빔밥이 나올 때는 아름답게 보이지만 먹을 때는 숟가락으로 뒤섞어 정체불명의 음식이 된다며 ‘양두구육(羊頭狗肉)’의 음식으로 비유했다. 우리는 한식 대표선수 비빔밥이 가진 ‘섞음’이라는 특성을 자랑으로 삼지만, 외국인 시각에서는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우리가 전통음식이라고 알고 있는 잡채도 알고 보면 100년도 안 된 음식이다. 조선시대 궁중에서 먹었던 잡채에는 당면이 없었다고 한다. 고기, 버섯, 채소가 전부였다. 지금 우리가 먹는, 당면을 넣은 잡채는 중국식이다. 우리나라에서 잡채에 당면을 넣어 먹었다는 기록은 1930년대 문헌에서 처음 발견된다.

이런 식의 논란은 얼마든지 더 확장될 수 있다. 한식 세계화 구호가 요란한데, 세계화하겠다는 한식이 무엇인지에 대한 이야기는 없는 게 현실이다. 다보스포럼의 닭강정은 한식 세계화의 현 수준을 보여준다.

김남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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