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포럼-유영옥] 국가보훈처 다시 태어나야 한다 기사의 사진

최근 국가보훈처 등 5개 기관을 대상으로 한 감사원 감사 결과 전·현직 공무원 1000여명이 가짜 국가유공자로 등록된 사실이 드러났다. 조사 대상자 3074명 중 30% 이상이 엉터리라는 것이다.

엉터리 국가유공자 실태를 보면 황당하다 못해 국가보훈심사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는지조차 의심스럽다. 공무원이 직무와 관련한 뇌물수수 등 범죄행위로 인해 퇴직하고도 국가유공자로 등록된 이가 11명이나 된다. 공무와 무관한 부상이나 질병을 공무수행 중에 발생한 것처럼 허위로 꾸며 국가유공자로 등록한 사례도 비일비재하다. 엉터리 국가유공자에게 지급된 보훈 예산이 2조원에 달한다. 국가 예산이 합법을 가장한 이들에게 도둑맞은 셈이다.

엉터리 유공자 양산하다니

2008년에는 국가보훈처의 전·현직 직원 가운데 국가유공자로 등록된 92명 가운데 24명이 부적격자로 밝혀졌다. 국가보훈처 차장도 포함됐다. 그는 원래 앓고 있던 질병을 공무 중에 발생한 것으로 위장해 국가유공자로 등록했을 뿐만 아니라 자녀들 학자금을 지원받고 공공기관에 취업까지 시켰다. 이를 계기로 2000년 이후 유공자로 등록된 전·현직 공무원 전체를 검증해 보니 부적격자가 993명으로 늘어난 것이다. 이 지경에 이른 것은 해당 공무원의 도덕적 해이와 소속기관의 온정주의가 한몫을 했고, 무엇보다도 국가유공자 심사와 등록업무를 수행하는 국가보훈처의 부실심사가 주된 원인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국가보훈처는 매년 1억여원을 들여 ‘국가의 보훈업무 발전을 위한다’며 국제포럼을 개최하고 있다. 그런데 2005년부터 2009년까지 5년 동안 행사에 초청한 나라가 캐나다와 호주 등 5개국으로서 동일하다. 국내 토론자도 거의 같은 인물들이다. 지난해에는 모 학회 세미나에 2000만원을 지원했음에도 참여자는 50여명도 되지 않았다. 보훈정신을 확산한다면서 많은 예산을 들여 ‘사랑의 배지 달기운동’을 실시하고 있지만, 국가유공자 단체 외에는 아는 이가 거의 없다.

반면 정상적으로 등록된 유공자에게는 만족할 만한 보훈혜택이 돌아가지 않고 있다. 작년 10월 국회 정무위의 국가보훈처 국정감사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독립운동에 참여했던 300만명 중에 희생자만 15만명임에도 불구하고, 현재 독립운동 유공자로 지정된 인원은 1만1766명 뿐이다.

독립운동에 참여했다는 사실을 유족이 직접 입증해야 할 뿐만 아니라 유공자로 인정받는 절차도 무척 까다롭기 때문이다. 전쟁 중에 부상당해 전역한 어떤 이는 병상일지가 없다는 이유로 제대로 예우를 받지 못한 채 사망했다. 그 유족은 유공자 예우를 인정받는 데까지 7년이나 걸렸다. 어떤 사람은 공상을 인정받는 데 40년이나 걸렸다고도 했다.

이는 국가 보훈정책과 시스템의 난맥상을 넘어 국가 기강을 흔드는 심각한 문제다. 부정과 비리로 얼룩진 보훈 행정은 국가를 위해 헌신한 진정한 유공자들을 욕되게 하는 반국가적 행위다. 국가보훈처에서 이처럼 부실 심사가 자행되고, 비리가 끊이지 않는 것은 전문가가 아닌 비전문가를 한자리 봐 주는 식으로 국가보훈처장으로 임명하기 때문이다.

일벌백계로 기강 다잡아야

국가보훈제도는 대상자 선정의 공정성과 신뢰성이 생명이다. 엄격한 심사를 통해 대상자를 선정하고, 국가유공자로 선정된 인원에 대해서는 합당한 예우를 제공해야 한다. 적절한 보훈혜택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국가는 국민들에게 애국심을 기대하기 어렵다. 그러므로 보훈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이 비리를 저지르면 일벌백계함으로서 기강을 바로 세워야 한다. 전 직원을 교체하더라도 업무 담당자는 사명감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풍토를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진짜 국가유공자들의 잃어버린 권위와 명예를 되찾아 주는 일이다.

유영옥 경기대 국제대학장(국가보훈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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