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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임한창] 설과 고·수·미

[삶의 향기-임한창] 설과 고·수·미 기사의 사진

설날, 밥상을 받아든 남편이 첫 숟갈을 뜨는데, 그만 좁쌀만한 돌 하나를 씹고 말았다. 가족과 친척이 모두 모인 자리인데도 남편의 고함이 터져 나왔다.



“밥도 제대로 못하나? 도대체 제대로 하는 것이 하나도 없어요.”

가족들 앞에서 톡톡히 무안을 당한 아내도 울화가 치밀었다.

“남자가 그깟 일로 화를 내면 어떡해요. 실수할 수도 있지 뭘….”

음식 준비하랴, 시댁 식구 눈치 보랴, 온갖 스트레스에 지칠 대로 지친 아내의 입에서 좋은 말이 나올 리 만무했다.

“잘못했으면 용서를 빌어야지. 뭘 잘했다고 큰소리야.”

말 몽둥이가 훨씬 더 아파

아내는 속이 상했다. 저런 사람을 남편이라고 믿고 살아야 하나. 실수를 좀 따뜻하게 감싸줄 수는 없는가. 남편의 태도가 못내 서운했다. 아내는 명절 때마다 남편의 무례와 시댁의 어색한 관습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왔다. 명절 내내 남자들의 술상이나 차려주는 부엌데기 노릇만 하는 자신의 신세가 비참하게 느껴졌다. 덕담을 나누고 경건하게 예배를 드리는 친정의 명절 풍속과는 달라도 한참 달랐다. 그중 가장 실망스러운 것이 남편의 태도다. 아내 앞에서는 장군처럼 용맹스러운데, 시어머니 앞에서는 강아지처럼 살살 눈치만 보는 꼴이라니….

그런데 사실 남편도 아내에게 불만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명절만 되면 여기저기 몸이 아프다느니, 해야 할 일이 산더미 같다느니, 갖은 핑계로 시댁에 가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표현하는 아내가 짜증스러운 것이다.

기자가 알고 있는 어느 부부의 이야기다. 이 부부는 명절 때마다 서로 상처를 주고받는다. 이른바 혹독한 ‘명절 증후군’을 겪는 것이다.

명절이 다가오면 가슴이 답답하고, 마음이 불안하며, 숙면을 취하지 못하는 주부들이 많다고 한다. 이런 사람들은 명절 후에도 신체적 정신적 피로에 시달린다. 이 모두가 명절 증후군이다. 명절이 무엇인가. 10분 동안 반갑고, 3시간 동안 밥 먹고, 30시간 동안 짜증나는 절기인가.

아니면 서로 덕담을 주고받고 위로와 감사를 나누는 훈훈한 절기인가. 설은 가족의 사랑을 확인하는 명절이다. 세파에 시달린 사람들도 이날만큼은 시름을 잊고 감사와 풍요를 즐긴다.

명절을 잘 보내려면 입을 조심해야 한다. 입만 열면 남을 헐뜯고 비방하는 사람이 있다. 쇠몽둥이보다 말몽둥이가 훨씬 더 아프다. 평소 샌님 같은 사람이 술만 마시면 폭군으로 돌변하는 경우도 있다. 역시 위험하다. 말에는 그 사람의 인격이 나타난다. 그래서 언어를 ‘예술’이라고 하지 않는가. 그런 점에서 한국인의 언어는 아직도 거칠고 투박한 편이다. 서양인들은 감사합니다(Thank you), 실례합니다(Excuse me), 죄송합니다(Please) 등 상대방을 배려하는 언어를 많이 사용한다. 우리는 그런 표현에 너무 인색하다.

타인의 목소리를 경청해야

이번 설에는 ‘고·수·미 대화법’을 한번 사용해보자. 고맙습니다. 수고했습니다. 미안합니다. 이 세 언어를 아낌없이 사용하자. 이런 긍정적인 언어가 명절 증후군을 해소시킬 수도 있다. 기독교인들은 반드시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언어를 사용해야 한다. 상대의 말을 진중하게 듣고 고개를 끄덕여주는 센스도 필요하다. 입은 조금만 열고, 귀는 쫑긋 세우자. 크리스천은 귀가 좋은 사람이다. 건강한 양은 목자가 부르면 기쁘게 달려간다. 그러나 병든 양은 목자가 아무리 불러도 반응이 없다. 타인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사람이 건강한 사람이다. 이번 설에는 대화의 향기로 친척들에게 그리스도를 전하는 여러분이 되길 기도드린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임한창 종교국장 hcl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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