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김준동] 日新又日新하는 동계스포츠 기사의 사진

한국이 ‘지구촌 눈과 얼음의 축제’로 불리는 동계올림픽에 처음 명함을 내민 것은 1948년 스위스 생모리츠 대회 때다. 당시 한국은 스피드스케이팅에 최용진 이종국 이효창이 출전했지만 모두 20위권 밖의 성적에 그치면서 세계와 현격한 기량차를 실감해야 했다.

한국은 한국전쟁으로 1952년 노르웨이 오슬로 대회에 불참했지만 4년 후 이탈리아 코르티나담페초 대회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이후 한번도 거르지 않고 동계올림픽에 참가한 우리나라는 1980년대까지 번번이 노메달에 그치며 참가에 의의를 뒀다.

한국이 세계의 겨울 잔치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때는 첫 출전 후 44년 만인 1992년 프랑스 알베르빌 대회부터다. 당시 스피드스케이팅 1000m에서 김윤만(은퇴)이 동계올림픽 사상 한국에 첫 메달인 은메달을 안기는 쾌거를 이뤘다. 이어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쇼트트랙에서는 김기훈(은퇴)이 2관왕에 오르는 등 금메달 2개, 동메달 1개를 수확하는 성과를 거뒀다. 종합 성적은 금 2, 은 1, 동 1개로 10위. 1994년 노르웨이 릴레함메르에서는 쇼트트랙에서만 금 4, 은 1, 동 1개를 따내며 역대 최고 성적인 종합 6위에 입상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2006년 이탈리아 토리노 대회까지 한국이 따낸 메달 수는 금메달 17개, 은메달 8개, 동메달 6개로 모두 31개에 달한다.

메달 수만 보면 한국은 하계올림픽에 이어 동계올림픽에서도 무시할 수 없는 ‘스포츠 강국’으로 자리잡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한국의 종목 편중은 심각했다. 금메달 17개 모두가 쇼트트랙에서만 나왔고 은메달도 8개 중 7개가 쇼트트랙에서 만들어졌다. 쇼트트랙 외 종목에서 한국이 수확한 메달은 스피드스케이팅의 2개(은 1, 동 1)에 불과하다.

1990년대 이후 한국은 2002년 미국 솔트레이크 대회(종합 14위) 때를 제외하고 매 대회마다 종합 10위 안에 진입하는 성과를 거뒀지만 내용면에서는 ‘쇼트트랙만의 잔치’에 불과했다.

그래서 국민들은 매번 겨울올림픽에서 쇼트트랙 종목만 끝나면 더 이상 대회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피겨스케이팅 루지 봅슬레이 컬링 바이애슬론 스켈레톤 스노보드 스키점프 크로스컨트리 등 다른 종목들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국민들도 많았다.

그러나 13일(이하 한국시간) 캐나다 밴쿠버에서 개막된 이번 동계올림픽에서는 달라졌다. ‘전통의 메달밭’ 쇼트트랙을 위시해 피겨, 스피드스케이팅, 스키 점프, 봅슬레이 등으로 종목이 다양화됐기 때문이다. 매일 펼쳐지는 우리 선수들의 선전에 국민들이 TV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다. 예전 같으면 상상도 못할 일이다.

스피드스케이팅의 기대주 모태범은 16일 500m에서 한국 빙속 사상 116년 만에 ‘금빛 질주’를 벌이며 한국 동계올림픽 사상 처음으로 쇼트트랙 종목 외에서 금메달을 따내는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냈다. 육상으로 따지면 ‘총알 탄 사나이들’의 대결인 100m에서 한국 선수가 당당히 1위에 오른 것이나 마찬가지다.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26일에는 ‘피겨 퀸’ 김연아가 다시 한번 세계를 놀라게 할 금빛 연기에 도전한다. 1998년 나가노 대회 때는 루지 선수로, 솔트레이크 대회와 토리노 대회 때는 스켈레톤 선수로 출전했던 강광배는 27일 봅슬레이 선수로 나서 세계 최초로 썰매 3종목에 도전하는 인간 승리 드라마를 연출한다. 앞서 설날인 14일에는 이승훈이 스피드스케이팅 5000m에서 아시아 선수로는 처음으로 은메달을 목에 거는 새로운 역사를 썼다. 서구 선수에 비해 체격이 작은 한국인이 잇따라 빙상에서 메달을 따내자 외신들은 “기적 같은 일” “놀라운 질주”라며 대서특필하고 있다.

이제 한국은 하계에 이어 동계스포츠에서도 진정한 강국으로 대접받고 있다. 쇼트트랙으로 대변되던 한국의 겨울스포츠가 피겨,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저변이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에도 청신호를 밝히는 대목이다. 한국 선수들의 잇단 금메달 승전보가 내친김에 내년 7월 평창 유치로 이어지길 기대해 본다.

김준동 체육부 차장 jd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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