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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7 美대통령 사절단에 한국인들이 보낸 편지

1947 美대통령 사절단에 한국인들이 보낸 편지 기사의 사진

“모든 생산기관은 모리배들에게 들어가 생산은 두절되고, 천정 모르는 물가는 극도의 불안을 주고 있습니다. 친일파였던 악질 관리들은 사리사욕에만 몰입하고 있습니다.”

1947년 방한한 미국 트루먼 대통령의 사절단에게 한국인들이 보낸 편지 내용이 63년 만에 국내에 알려졌다. 편지들은 광복 후 신탁통치를 받았던 남한 사회의 생활고와 테러 위험 등 혼란한 시대상을 나타냈다.

서울대 국사학과 대학원 정무용(28)씨는 당시 한국인들이 미 육군 중국전구(中國戰區) 사령관 출신 앨버트 웨드마이어 장군 사절단에게 보낸 편지 450여통을 16일 공개했다. 웨드마이어 사절단은 한국인들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기 위해 편지를 작성, 보낼 것을 요청했다. 무명씨부터 역사학자 정인보 등 저명 인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람이 편지를 보냈다. 정인보는 한국 공산주의 운동이 식민지 해방을 위해 전개됐고, 공산주의자들이 기본적으로 애국적 이미지를 가진 집단이라는 내용의 편지를 보냈다.

한국인들은 생산시설을 독점하는 일부 ‘모리배’ 때문에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며 경제 원조를 호소했다. 모리배는 청산되지 않은 친일파를 뜻했다. 반탁운동 참여를 강요하며 테러를 자행한 우익 세력을 사회 불안의 원인이라며 비판하기도 했다.

정씨는 논문에서 한국인이 호소한 요구가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미 사절단이 남한의 대표로 우익 세력을 선택하기 위해 편지가 지적한 문제들을 묵과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 상원 군사위원회는 1951년 ‘우익이 한국 민중의 의사를 대변하지 못 한다’는 부분을 빼고 보고서를 작성했다가 72년 이를 되살렸다.

정씨는 2006년 미 국립문서관리청(NARA)에서 편지들을 발견했다. 정씨는 편지를 분석한 ‘1947년 웨드마이어 사절단의 방한과 한국인의 대응’이라는 석사논문으로 이달 말 문학석사 학위를 취득한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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