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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종 칼럼] 破門 자초한 바보 김무성

[백화종 칼럼] 破門 자초한 바보 김무성 기사의 사진

파문(破門)은 기존의 가치체계와 질서를 깨뜨리는 자에게 조직이 내리는 구성원의 자격 박탈이다. 파문을 당한 자는 버림받은 존재로서 혹독한 대가를 치르는 게 일반적이지만, 드물게는 기존의 가치체계와 질서를 깨뜨리고 새로운 세계를 열기도 한다. 역사상 가장 큰 파문은 16세기 면죄부 판매 등을 비판한 마틴 루터에게 교황청이 내린 파문 칙령이 아닐까 싶다. 세상을 바꾼 종교개혁으로 이어졌으니 말이다.

이탈자 용납 않는 박근혜

친박근혜계의 좌장으로 통했던 김무성 의원이 계파로부터 파문에 직면했다. 박 전 대표의 최측근인 유정복 의원은 지난 주말 김 의원을 겨냥하여 “박 전 대표와 정치 철학이 다르면 친박계가 아니지 않느냐”고 직격탄을 날렸다.

박 전 대표와 김 의원의 관계가 심상치 않다는 분석은 한나라당의 친이명박계가 김 의원을 원내대표로 추대하려 했을 때 박 전 대표가 차가운 반응을 보이면서부터 있어 왔다. 그러다가 행정부처 대신 대법원 등 독립기관들을 세종시로 보내자는 김 의원의 절충안을 박 전 대표가 “가치 없는 얘기”라고 일축하면서 김 의원 파문과 두 사람의 결별이 기정사실화한 느낌이다.

청와대 입성을 위해서는 조금이라도 세를 더 모아야 할 박 전 대표가 친박계 좌장을 파문키로 한 것은 고육책이다. 당내 비주류로서 주류인 친이계를 상대로 대통령 후보 자리를 쟁취해야 하는데 자신의 뜻에 엇가는 모습의 김 의원을 용인할 경우 친박계 전체의 대오가 권력 앞에서 흐트러질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즉 대오 이탈자를 관용으로 품기보다 일벌백계로 단호히 다스리는 게 조직을 일사불란하게 이끄는 데 더 효과적이라는 결론을 내렸음직하다. 절대 권력자였던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에게서 배운 리더십이 아닌가 싶다. 또 자신이 가장 유력한 미래의 권력이기 때문에 그 같은 단호함이 효험을 발휘할 것으로 판단했을 터이다.

박 전 대표와는 달리, 김 의원의 처신은 기존의 정치 공학적 상식을 가지고는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권력이 모든 가치에 우선하고, 그래서 권력에 접근할 수만 있다면 못할 게 없는 정치판에서 가장 강력한 미래의 권력에 엇가 파문을 자초하고 있으니 말이다. 더군다나 그는 박 전 대표를 대통령 만들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한 ‘죄’로 한나라당에서 낙천까지 할 만큼 박 전 대표와는 각별했던 사이다.

대선 판도 변화 있을까

김 의원의 행동엔 맺힌 게 있다. 세종시 원안만이 바이블인 친박계이면서 절충안을 낸 게 그렇고, “관성에 젖어 반대만 하지 말라”는 말도 박 전 대표를 겨냥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박 전 대표가 대통령보고 강도라 하지 않았느냐”는 말 역시 박 전 대표에겐 거북스런 지적이다.

이러한 것들이 원내대표 문제 등을 둘러싸고 생긴 섭섭한 감정과 전혀 무관하다고 볼 순 없다. 그러나 그 섭섭함이 전부는 아닐 것이다. 단순히 섭섭함을 푸는 대가로는 그가 잃을지도 모를 것들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자신의 말대로 입 다물고 있으면 좋은 방향으로 갈 수 있었을 것이다. 그걸 아는 그가 기득권을 포기했다면 섭섭함 이상의 무엇이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것은 지도자, 대권 유력 주자로서의 박 전 대표에 대해 “아니다”는 실망감일 수도 있다. 자신의 거취에 따라 박 전 대표의 대선가도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을 수도 있다. 여기에 행정부 분할은 절대 안 된다는 소신이 그로 하여금 루비콘 강을 건너게 만들었을 것이다.

김 의원의 반기와 그에 대한 친박계의 파문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자못 궁금하다. 파문당한 대부분의 사람이 그러했듯 구렁텅이로 떨어질지, 아니면 파문당한 마틴 루터가 세상을 바꾸어 놓았듯 여권의 세력 판도와 대선 구도에까지 변화를 가져올지 흥행거리가 아닐 수 없다.

김 의원 처신의 옳고 그름을 떠나 대세를 쫓는 게 제일의 생존 전략인 정치판에서 소신에 따라 대세를 거스를 수 있는 그의 용기가 바보스러우면서도 신선해 보인다. 사력을 다해 거센 물살을 차고 올라가는 물고기에서와 같은 생명력과 생동감 비슷한 게 느껴진다.

백화종 전무이사 wjbae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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