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용 칼럼] 공원 하나에도 발상의 전환을 기사의 사진

“지척에 자전거 전용도로가 생겼으면 공원 숲을 갉아먹는 공사는 말았어야”

지난주 세계 4대 고대도시의 하나인 중국 시안(西安)을 여행했다. 1974년 처음 햇빛을 본 진시황의 병마용은 30년이 넘도록 조심스럽게 발굴작업이 계속되고 있었다. 그 유명한 아방궁은 옛터를 옥수수밭으로 방치한 채 맞은편에 운동장 크기만한 조잡한 모형 아방궁을 지어놓고 한국인 관광객 불러오기에만 혈안이 돼 있었다. 병마용과 아방궁을 보면서 역사 유적도 관리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가치가 크게 다름을 느낀다.

신문사 바로 앞이 여의도공원이라 자주 들르게 된다. 여의도공원은 서울 서부권의 주요 공원으로 학생들의 체험학습장이며, 여의도 주민과 인근 직장인들에게는 더없이 행복한 휴식처다. 봄가을, 특히 주말에는 수많은 인파로 붐빈다.

봄날 같은 요즘 점심시간엔 직장인들이 쏟아져 나올 법한데 여의도공원의 봄은 아직 멀다. 작년 10월부터 시작한 산책로 확장공사가 아직도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완공 예정일이 12월말에서 2월로 늦춰지더니 최근 3월말로 다시 연기됐다.

올 겨울은 한강이 어는 혹한에다 100년 만의 폭설까지 겹쳐 동절기 공사가 늦어진 건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공사가 석 달이나 지연되면서 “나라 공사라 그렇지, 민간 공사였다면 한두 달에 끝냈을 것”이라는 비판도 들린다. 산책로 입찰가를 포함하여 전기, 조경 등에 든 공사비가 28억원에 달한다. 적은 돈이 아니다. 이 같은 공기 지연과 세금 낭비는 관급공사에 대한 불신을 키우기 마련이다.

당초 산책로의 폭은 1.7m, 자전거 길 폭은 4m였다. 한데 산책로를 3명이 나란히 걸으면 상대편 보행자와 뒷사람은 자전거길을 침범해야 지나갈 수 있다. 이 때문에 자전거와 충돌하는 사고가 잦아 산책로를 4m로 확장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여기서 지적하고 싶은 것은 ‘발상의 전환’ 문제다. 공원에서 5분만 나가면 지난해 말 완공된 70㎞의 한강공원 자전거 전용도로가 있다. 2.4㎞에 불과한 여의도 공원을 위험하게 뱅뱅 도는 자전거족의 민원이 무섭다고 굳이 산책로를 넓혀야 하는지 의문이다. 주변에 국내 최고의 자전거 길이 완성됐으면 여의도공원의 자전거 길은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은 공원 중앙의 학교운동장보다 더 큰 광장에서 자전거나 인라인스케이트를 타게 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절충안으로 좁은 산책로와 넓은 자전거 길을 맞바꾸는 방법도 고려했어야 했다. 자전거 길이 좁아진 만큼 일방통행으로 정해 한강 코스로 빠지게 만드는 것이다. 공원 측은 시민들 통제가 어렵기 때문이라고 해명하지만 ‘보행자가 자전거보다 우선’이라는 원칙 아래 개선책과 공사계획이 만들어져야 한다.

지난 주말, 인천의 한 지자체에서 90억원을 들여 만든 자전거 도로가 6개월 만에 슬그머니 사라졌다는 TV보도를 보았다. 제대로 된 수요 예측 없이 건설했다가 교통 정체만 더 심해지자 없애버린 것이다. 전국의 각종 사업에서 탁상행정 탓에 어떤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자못 궁금하다.

공원이란 뜻의 ‘park’ 는 수목을 가꾸고 가축을 기를 수 있도록 울타리를 친다는 의미에서 유래했다. 가장 오래된 공원은 페르시아 왕들의 사냥터로 이용된 넓은 구역이었다. 또 다른 유형은 아테네의 공원 같은 야외 공공집회장소가 원조다.

아스팔트 광장이었다가 1999년 나무숲 그늘의 울타리와 광장으로 탈바꿈한 여의도공원. 10여년의 연륜은 조금씩 역사를 만들어가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폭이 200m도 채 안 되는 공원의 산책로를 무리하게 확장하느라 공원의 핵심인 ‘숲’을 좌우로 5m 이상 갉아먹어 버렸다. 공원 내에는 작은 산책로도 여럿 있는데…. 자전거 길까지 합치면 폭 20m가 도로가 되어버린 셈이다.

여의도공원은 우리나라 공원문화의 축소판이라고 할 수 있다. 공원 하나가 이럴진대 서울시는? 대한민국은? ‘자연은 자연에서 난 그대로 두는 것이다’라는 격언이 있다.

봄이다. 새로운 발상으로 새 출발을 하자.

이형용 수석논설위원 hy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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