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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김윤희] 아름다운 유산

[삶의 향기-김윤희] 아름다운 유산 기사의 사진

캐나다 밴쿠버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500m 결승에서 2위로 질주하고 있는 성시백 선수를 이호석 선수가 앞지르려다 부딪쳐 넘어지면서 마지막 순간에 두 사람은 메달권을 벗어나고 말았다. TV로 지켜본 대한민국 국민치고 그 순간을 안타까워하지 않은 사람이 없었을 것이다.

스토리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다음날 이호석 선수는 성시백 선수의 어머니에게 다가가 충돌 사고의 미안함을 전했다. 성 선수의 어머니 홍경희씨는 웃는 얼굴로 괜찮다며 두 팔로 이호석 선수를 안아주었다. 기자들에게 그녀는 “둘 다 모두 아들 같다”라는 말을 했다. 많은 네티즌들이 그녀를 대인배라고 하며 훈훈한 감동을 받았다. 메달을 따는 것도 중요하지만 올림픽 정신은 저렇게 실패를 해도 그 아픔을 딛고 다시 도전하는 아름답고 멋진 것임을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 주었다.

성시백 선수 어머니의 포용력

4년 동안 각고의 훈련과 노력의 결과가 그처럼 허망하게 눈앞에서 무너지는 것을 지켜본 성 선수의 어머니 마음은 어떠했겠는가! 어쩌면 이것 때문에 실망할 아들의 아픔이 더 크게 다가왔을지도 모른다. 그녀는 얼마든지 달리 행동할 수도 있었다. 아들에게 이 선수와 멀리하고 아예 상종도 하지 말라고 할 수 있었다. 이 선수의 사과도 받아들이지 않고 화를 내며 “너만 넘어지지 왜 우리아들까지 걸고 넘어지냐”고 비난을 퍼부을 수도 있었다.

그러면 결과는 어떠했을까? 국민들에게 감동을 줄 기회는 영영 없어진다. 실패한 두 선수는 결국 패자처럼 취급되고 이 선수는 많은 네티즌들의 따가운 비난을 받았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선수를 격려하는 홍경희씨로 인하여 우리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그녀와 같은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그녀는 대한민국 국민 모두에게 ‘어머니의 따뜻한 심정’을 갖도록 만들었다. 우리도 그녀와 함께 ‘그래, 실수는 누구나 하는 법이야. 빨리 다 잊고 다음 경기에 집중해야지’라고 그들을 격려하게 되었다. 그녀의 포옹과 격려의 모성은 파워가 있었다. 남을 비난하고자 하는 모진 마음들을 둥글게 변화시켰다.

자녀들에게 남겨주는 유산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경제적 유산이 있다. 돈과 물질은 유능한 자녀들을 오히려 무능하게 만들며, 유능한 자녀들은 스스로 경제적 자산을 만들 수 있으므로 불필요하다고 누군가 한 말에 동의한다. 사회적 유산도 있다. 사회적인 관계, 인맥과 같은 것이 여기에 해당된다. 경제적, 사회적 유산들은 모든 부모들이 다 원하는 만큼 남겨 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부모들이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남겨주는 유산이 있다. 인지적 유산이라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삶을 인지하는 능력이다. 이 영역을 좀더 확대해 보자면, 보이지 않는, 계산될 수 없는 영역, 부모의 세계관, 인생관, 인격관, 가치관 등을 물려주는 것이다. 즉, 세상을 살아나가는 방법을 부모들은 자녀들에게 알게 모르게 날마다 직간접으로 가르치고 있다.

자녀에 남길 건 ‘인지적 유산’

남을 비난하는 것을 보고 자란 자녀는 비난을 배운다. 성경에 ‘사랑은 허다한 허물을 덮는다’고 했다. 남의 허물을 덮어줄 때 자신도 치료를 받는다. 홍경희씨는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는 긍정적인 방법은 화해, 소망, 격려라는 멋진 유산을 그녀의 자녀에게 남겨주었다. 그것이 지닌 무한한 가능성을 다른 선수에게까지 남겨주었다. 이것을 지켜본 대한민국의 국민들에게도 그 유산의 일부가 전달되었다. 대한민국의 부모들이 ‘다른 아이들도 다 내 아이들 같다’라는 마음만 가질 수 있으면 우리사회는 치료와 감동의 파워가 넘치는 사회로, 우리 자녀들에게 너무나 아름다운 유산을 남겨주는 사회로 변해있을 것이다.

김윤희 횃불트리니티 신학대학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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