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이강렬] 세종시법 국회서 처리해야 옳다 기사의 사진

세종시 문제가 우리 사회 최대 이슈로 등장한 지 꼭 6개월이 지났다. 논란은 지난해 9월 3일 정운찬 총리가 총리 지명을 받고 “원점으로 돌리기는 어렵지만 동시에 원안대로 한다는 것도 쉽지는 않은 일”이라고 세종시 원안 수정 입장을 밝히면서 시작됐다. 그 이후 사회는 세종시 문제로 하루도 편한 날이 없었다. 국회와 정당, 정부, 사회단체들은 각자 대정부 질문, 의원총회, 민관 합동기구 구성, 공청회, 토론회, 여론조사 등 수없는 방법을 통해 의견수렴을 했지만 여전히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청와대가 지난달 28일 ‘국민투표’를 암시하는 ‘중대결단’ 입장을 밝히면서 더욱 복잡해지는 양상이다.

소모적 논쟁은 이제 그만할 때

정치권의 뜨거운 논쟁과는 대조적으로 국민들의 반응은 차갑다. 여론조사 기관들과 정당, 언론들의 여론조사를 보면 응답률이 항상 10%대다. 10명에 8∼9명은 무관심하다는 이야기다. “세종시 문제는 이제 지겨우니 그만 결론을 내라”는 무언의 다수들이 존재하고 있다. 듣기 좋은 이야기도 여러 번 들으면 싫은데 하물며 6개월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친이-친박 간의 싸움을 보는 국민들은 지겹다 못해 짜증이 난다.

어떻든 세종시 문제에 대한 결론을 내야 할 때가 왔다. 소모적 논쟁은 이쯤에서 그치고 보다 발전적인 미래지향적 문제들을 놓고 머리를 맞대야 한다. 지난달 25일로 취임 2주년을 맞은 이 대통령은 대통령으로 보낸 지난 24개월 가운데 4분의 1을 노무현 전 대통령이 박은 세종시 대못 빼기에 매달린 셈이다. 물론 이 정부가 이 기간에 세종시 문제만 다룬 것은 아니나 민생 문제, 경제 문제, 교육 문제, 남북 문제 등을 정책 우선순위에서 밀어낸 느낌을 떨칠 수 없다. 국력 신장과 국격 상승, 국제사회의 냉혹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문제들을 뒷전에 놓은 셈이다.

세종시 문제 처리는 꼼수로는 안 된다. 이 문제를 종결짓는 장소는 국회여야 한다. 헌법도 아닌 법안인 ‘행정중심복합도시법’을 폐지하고 ‘연기·공주지역 교육과학중심경제도시 특별법’을 제정하는 데 국민투표는 과하다. 정부가 내놓은 수정안인 ‘교육과학중심 경제도시 특별법’이 가결되면 가결되는 대로, 부결되면 부결되는 대로 국회에서 처리하는 게 정도(正道)다. 토론은 이 정도로 충분하다. 친이계건 친박계건 당당하게 국회에서 세종시 특별법 처리에 나서야 한다. 정부 발의를 거쳐 국회 국토해양위 등 관련 상임위에서 당당하게 찬반 토론을 하고 표결을 거쳐 최종적으로 본회의에서 정정당당하게 각 의원들은 이름을 걸고 기명 투표를 해야 한다.

정치공학적으로 접근 말아야

결과에 대한 평가는 역사에 맡겨야 한다. 원안을 고수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친박계, 민주당 등 야당이건 수정안을 고수한 이명박 대통령과 친이계건 간에 먼 훗날 세종시법 처리 결과에 대해 역사의 준엄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 리더십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지도자에게 필요한 덕목 가운데 하나로 ‘역사관’을 꼽는다. 역사가 훗날 자신을 어떻게 평가할지를 생각한다면 결정 하나하나가 두려워질 것이기 때문이다.

세종시 수정안에 그토록 집착하는 이 대통령에 대해 ‘정적’인 박 전 대표에게 대권을 넘겨주지 않기 위한 정치공학적 차원에서의 ‘음모’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또한 이 대통령이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4대강 사업을 끌고 가기 위한 성동격서(聲東擊西) 전략이란 분석도 나온다. 현 정권 담당자들의 속내를 들여다볼 수는 없지만 어떤 경우에도 세종시 문제를 정치공학적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지금 거론되고 있는 세종시 수정안에 대한 국민투표는 소 잡는 칼로 닭 잡는 격이다. 헌법 개정도 아니고 국가 안위와 관련한 중대 사안도 아닌 세종시 문제를 이 대통령에 대한 중간 평가와 연계되는 국민투표로 돌파하려는 것은 우매한 일이다. 혹자는 세종시 수정안이 부결되면 이 대통령이 레임덕에 빠져 남은 3년 임기를 어렵게 보낼 수 있다고 말한다. 천만의 말씀, 어떤 근거로 레임덕이 온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대통령의 임기 3년차는 여전히 강력하게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힘이 있는 시기다. 이제 이 대통령은 세종시의 짐을 내려놓고 정책 우선순위에서 앞선 현안들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그래야 역사는 이 대통령을 ‘위대한 대통령’으로 평가하고 기록할 것이다.

이강렬 국장기자 ryo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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