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석동 칼럼] 記者와 기자 출신 핵심공직자 기사의 사진

“언론 노출이 잦은 고위 공직에는 가급적 사람 냄새 물씬한 사람을 앉혔으면”

달라진 세상만큼 기자사회도 많이 변했다. 이를테면 편집국 외근 부서의 경우 현장 출·퇴근이 텍스트처럼 바뀌었다. 대략 20년 전까지만 해도 기자들은 매일 아침 일단 회사에 출근한 다음 출입처로 흩어졌다가 저녁 무렵 일제히 귀사해 퇴근했다.



그 시절, 귀사할 때면 어김없이 목욕탕에 들러 매무새를 다듬는 선배급 기자가 더러 있었다. 그들의 얼굴과 머리카락은 늘 윤기가 흘렀고 옷차림은 단정했다. 응당 칭찬받을 만한 일인데 해당 부서의 선후배 기자들은 그들에게 호감을 갖지 않았다. 일에는 대체로 불성실했기 때문이다.

미칠 정도로 자기 일에 몰두하는 것만큼 아름다운 모습은 흔치 않다. 때때로 얼굴에 땟국 자국이 보이고 땀 냄새 풀풀 풍기는 기자는 정말 매력적이다. 선후배 가릴 것 없이 그들은 위대해 보이기까지 한다. 꼭 기자 직종에서만 그러진 않을 것이다.

조금 비약하면, 노무현 대통령 시절의 청와대 대변인 두어 명이 그랬지 않았을까 싶다. 당연한 일이지만 그들에게는 열정과 진지함이 넘쳤다. 부스스한 얼굴, 수염도 제대로 깎지 않은 모습이 잦았으나 전혀 불경(不敬)스럽지 않았다. 오히려 여유와 친숙, 사람 냄새가 느껴졌다. 그들의 브리핑 내용에 공감하고 안 하고와는 별개로 그런 인간적 면모 덕에 호소력은 더 크게 다가왔었다.

청와대 이동관 홍보수석비서관한테서도 그런 열정과 패기는 넉넉히 읽힌다. 충성심도 나무랄 데 없어 보인다. 대통령이 그를 지근에 둔 데는 이유가 있지 않겠는가. 그런데 괜한 노파심에서일까, 깔끔하기 이를 데 없는 그의 외견이 이따금 흠은 안 될지 모르겠다. 우선은 보기 좋고 예의 바른 인상을 갖게되는 이면에 막연한 거부감은 없겠느냐는 말이다.

며칠 전 MB정부 2년을 평가하는 TV 토론 프로그램에서 그를 봤다. 적잖이 자제하는 듯했지만 그에게서는 공세적 분위기가 묻어났다. 공직자라고 그러지 말라는 법은 없으나 그는 여느 공직자와 달랐다. ‘기자티’에 다소의 ‘부(富)티’까지 겹친 그가 예컨대 친서민 중도실용을 역설한 것에서 진한 감동은 없었다. 그런 것이 그의 부족한 2%가 아닐까 싶었다.

엊그제는 이동관 수석비서관이 기자들과의 산행 후 가진 뒤풀이 모임에서 ‘대구·경북 ×들’이라고 말했느니 안 했느니를 놓고 시끌했다. 문제된 경북일보의 첫 보도 요지는 이러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대구·경북을 얼마나 챙겨주는데 역차별 운운하며 다른 지역보다 이 대통령의 정책에 더 반대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TK ×들 정말 문제 많다.”

홍보수석실은 그가 ‘×들’ 표현을 전혀 하지 않았고, 세종시 문제에 대한 대구·경북 지역 언론의 논조가 다소 지나치다는 정도로 사석에서 언급했을 뿐이라며 펄쩍 뛰었다. 이 수석 옆에 있었다는 일부 기자의 전언에는 약간의 뉘앙스 차이가 있다. “비슷한 말이 있었다. 술자리에서 농담 비슷한 조로 했다. 정확하게 기억은 안 나지만 언사가 과격하긴 했다. × 발언은 기억나지 않는다.”

지난해 이동관 수석은 일단의 군 장교에게 강연하면서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나도 기자를 했지만 기자들을 절대로 믿지 마라”고. 얼마나 진지하게 말했는지 알 수 없으나 ‘핵심’ 공직자들은 공·사석을 불문하고 언행을 신중히 하는 것이 대통령을 포함해 국민 모두를 위하는 길이다. 비서는 입이 없어야 한다는 말 뜻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기자는 나름대로 매력 있는 직종임이 분명하나 신사적이기만 하지는 않다. 요즘엔 3D 직종으로까지 불리게 됐음에도 기자 되기의 어려움은 시쳇말로 장난이 아니다. 대개는 따뜻한 가슴, 냉철한 머리로 역사의 현장을 지키고 기록하려는 정열이 수많은 젊은이를 ‘언론고시’로 불러들인다. 하기야 세상 일 가운데 어느 하나도 치열하지 않은 것은 없다.

쉽지 않겠지만 기자를 하다 공직에 들어섰으면 안팎을 제대로 ‘전향’해 기자티를 벗는 게 낫다. 청와대 핵심 공직 가운데 대국민 언론 노출이 잦은 자리는 같은 값이면 인간적 푸근함으로 평안을 주는 인물들이 앉으면 좋겠다.

편집인 jerome7@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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