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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의 발견] 농부의 발걸음이 바빠졌다

[계절의 발견] 농부의 발걸음이 바빠졌다 기사의 사진

섶다리의 ‘섶’은 솔나무 가지를 말한다. ‘와신상담(臥薪嘗膽)’에서 나오는 그 뾰족뾰족 생가지다. 섶다리도 소나무로 만든다. 물에 강한 물푸레나무로 기둥을 세운 뒤 굵은 소나무와 솔가지로 상판을 만들고 흙을 덮는 공정이다. 매년 추수를 마친 10월 말에 세웠다가 이듬해 5월 장마가 시작되기 전에 거두어들이니 1년짜리 가교인 셈이다. 영월의 쌍섶다리는 원주에서 오는 관찰사 일행의 사인교(四人轎)를 맞으려 두 개의 다리가 생겨났다.

섶다리 위로 중년의 농부가 지나간다. 농사꾼들의 발걸음이 바빠지는 계절이다. 세상이 온통 연둣빛으로 옷을 갈아입는 시간, 산의 나무는 물이 잔뜩 올랐다. 뿌리로부터 빨아 올린 물이 줄기와 가지를 거쳐 지나 하늘로 치솟고 있다. 나뭇가지를 만지면 촉감이 사람의 살갗처럼 부드럽고 또한 서늘하다. 들판의 흙은 북실북실 기름지다. 그 흙의 기운으로 진달래 봉곳봉곳, 개나리 망울망울 봉오리를 맺었다. 부부는 어디쯤에서 지게를 풀고 바구니를 내릴까. 그들의 발걸음이 머무는 곳에 봄이 가장 먼저 내려앉을 것이다.

손수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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