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29일 금요일 오후, 한 권의 책이 세상에 나왔다. 5주간(4일 현재) 7만5000부나 팔렸다. 출간 이후 줄곧 인터넷 서점과 시내 대형서점에서 종합 판매순위 3위권에 머무르고 있다. 10만부 돌파가 멀지 않다. 소설이 아니라는 점을 감안하면 놀라운 판매 속도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 책이 나왔다는 사실을 아는 이들이 많지 않다. 그럴 만도 한 게 광고나 기사를 통해서는 이 책을 만날 수가 없다. 광고나 기사가 아니면 출판사는 책을 알릴 방법이 없다. 그러니까 7만5000부 판매 기록은 책의 존재가 일반 시민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작성됐다는 얘기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이 책을 출간한 출판사 편집자 김태균씨가 들려준 얘기는 이렇다.

책이 나온 직후, 출판사는 홍보를 위해 중앙일간지 5곳에 전면광고 지면을 잡아놓았다고 한다. 그런데 광고일이 되자 신문사들은 약속이나 한 듯 광고를 거부했다.

“광고가 다 차서 지면 여유가 없다.”

“특정 기업을 비판하는 광고는 내보낼 수 없다.”

“다 알지 않느냐? 누굴 죽이려고 이러냐?”

“광고 단가가 안 맞는다.”

“미안하다.”

거부 이유는 다양했다. 일간지 광고가 막히자 출판사는 인터넷으로 눈을 돌렸다. 네이버 다음 네이트 등 포털사이트에 배너광고(띠 모양으로 만들어 부착하는 광고)를 실을 생각이었다. 그러나 광고를 맡은 대행사는 ‘불가’를 통보했다. “편향된 광고는 싣지 않는다는 내규가 있다”는 게 포털사이트들의 거부 사유였다고 전했다.

출판사 측은 속이 탔다. 힘들게 책을 만들어놓긴 했는데 사람들에게 알릴 방법이 다 막혀 버린 것이다. 특정기업에 대한 비판서로 알려지면서 어느 매체도 자리를 내주지 않았다. 언론사들의 신간 소개 코너에서도 이 책은 철저히 외면당했다. 어떤 신문사는 책 소개 기사를 종이신문에 내보냈으나 온라인신문에서 삭제하기도 했다.

출판사가 다시 찾아낸 통로는 지하철 광고. 이번에는 일이 쉽게 풀리는 듯했다. 1·2·3·5호선에 광고하기로 계약을 맺은 것이다. 그런데 결국 2·5호선에서 문제가 생겼다. 설 직전 지하철에 붙었던 광고가 설이 지나자 모두 사라진 것이다. 광고대행사에 따졌더니 “우리가 당신들 책에서 다룬 회사 광고를 해야 돼서 그 책 광고는 하지 못하겠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나머지 1·3호선에서라도 광고량을 늘려달라고 했지만 역시 거절당했다.

김씨는 “어떻게 하면 책을 광고할 수 있을까? 그간 우리 회사가 한 일은 이거 한 가지였다고 할 수 있다”며 “책 내용이 워낙 민감해서 어느 정도 난관은 예상했지만 이 정도로 어려울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지난달 23일, 책 광고가 신문에 처음 실리긴 했다. 격주로 발행하는 ‘은평지역신문’이었다. 김씨는 “앞으로 지역 신문이나 시민단체 기관지에라도 광고를 내보낼까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출생 소식조차 전하지 못하고 묻혀버릴 뻔했던 책을 살려낸 것은 트위터다. 책 광고가 모두 거부됐다는 소식을 몇몇 인터넷 신문이 보도했고, 이 소식이 트위터를 통해 급속하게 퍼진 것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트위터 이용자 사이에서 이 책을 사주자는 운동이 시작됐다.

‘진실을 알리는 시민(진알시)’ ‘언론소비자주권국민캠페인(언소주)’ 등 시민단체들도 구매운동에 가세했다. 광고 거부가 가장 강력한 광고가 된 것이다. 김씨는 “광고를 한 것보다 광고를 못하게 됨으로써 더 큰 광고 효과를 거둔 셈”이라고 말했다.

출판계는 이 책을 ‘트위터 마케팅’의 첫 성공사례로 평가한다. 온라인에서는 꽤 유명한 책이 됐다. 독자 서평 수백 개가 인터넷에 올라 있다. 그러나 오프라인에선 여전히 존재가 알려지지 않고 있다. 김씨는 “독자를 더 늘리려면 오프라인으로 접근해야 하는데 방법이 없어 미치겠다”고 말했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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