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종 칼럼] 지역감정, 정부부터 조심하라 기사의 사진

은퇴했지만, 이름을 대면 대개 알 만한 정계 원로로부터 들은 회고담. 5공 때 야당으로 호남에서 국회의원에 출마했는데 전두환 군사정권에 대한 혐오감 때문인지 유권자들의 반응이 냉담하더란다. 그러다가 유세에서 “서울시민 3분의 1이 호남 출신인데 서울시청에는 국장급 이상 공무원에 호남 출신은 한 명도 없다”고 했더니 금방 반응이 오더라고 했다.

우려되는 6·2 지방선거

지금도 크게 개선된 것 같진 않지만, 특히 박정희 정권 이후 김대중 정권 때까지는 대선과 총선에서 전략의 초점이 유권자들의 지역감정을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모아졌었다. 박정희와 김대중이 대결한 1971년 대선 날 아침 부산 거리에 “호남인은 뭉쳐라”라는 전단들이 나붙은 건 영남인들의 지역감정을 자극하기 위한 상대 캠프의 전략이었을 것이다. 1987년 대선 때 김대중 후보 캠프에서는 4자 대결 필승론이 있었다. 노태우와 김영삼이 출마하여 영남표를 나눠 갖고, 김종필이 충청표를 가져가고, 김대중이 호남표를 독식하면 김대중 당선이라는 논리였다. 노태우 김영삼 김종필이 연합한 3당 합당도, 김대중 김종필이 손잡은 DJP연합도 따지고 보면 지역감정을 겨냥한 편짜기였다. 그 사례들을 열거하자면 책 몇 질을 가져도 모자랄 판이다.

이처럼 최고의 선거 전략인 지역감정 자극하기가 지방선거라 해서 예외가 아니었으나 지역감정 망국론이 나올 정도는 아니었다. 그런데 이번 6·2 지방선거에서는 이 문제가 상당히 심각한 수준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대통령도 지난 주 대구·경북 지역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TK 역차별론을 반박하면서 지역감정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앞서 TK 지역의 한 신문은 이동관 청와대 홍보수석이 기자들과 만나 대구·경북 지역 언론들이 역차별 운운하며 이 대통령의 정책에 반대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면서 “TK놈들”이라는 막말을 했다고 보도했다. 이 수석의 소송까지 불사하는 부인에도 불구하고 이 보도로 TK 지역의 여론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다는 소식이다. 그런가 하면 이 수석이 “첨단의료복합단지도 이 대통령이 챙겨주지 않았으면 선정되지 못했을 프로젝트”라고 말한 것으로 보도돼 여타 지역들은 또 그들대로 TK 특혜에 따른 지역차별을 공격하고 있는 실정이다.

선심성 지역 정책 자제해야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역감정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이러한 일들이 계기가 됐지만 이는 어차피 피해갈 수 없는 이슈였다. 세종시 때문이다. 충청권은 세종시 수정안이 충청권 홀대라고 불평하고 있다. 반대로 여타 지방들은 세종시 수정안대로 될 경우 세종시가 블랙홀이 돼 자신들이 기업 유치 등에서 불이익을 본다고 불만이다. 또 각 정당들과 지방선거 출마 희망자들은 이를 기화로 유권자들의 지역감정을 최대한 자극하고 있다.

지역 간 갈등에 따른 국민통합 저해, 표를 의식한 정책의 왜곡, 후보 선택 기준의 혼란 등 지역감정의 폐단들은 다시 거론할 필요도 없다. 이런 폐단을 줄이기 위해서는 정당과 후보들이 국가의 미래를 염두에 두고 정책과 인물 대결을 하는 등 페어플레이 정신을 발휘해야 되겠지만 우리 정치 수준에 비추어 기대하기 어렵다. 그나마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유권자들의 깨어 있는 의식이다.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지역감정에 휘둘리지 말고 정당과 후보들이 못하는 페어플레이를 하도록 심판자로서 정책과 인물을 보고 투표하는 것이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정부가 중심을 제대로 잡고 솔선수범하는 일이다. 대통령을 비롯한 최고위 공직자들이 특정 지역에 특별한 애정이나 서운함을 표현하는 발언까지도 오해를 살 수 있으므로 신중해야 한다. 특히 특정 지역의 표심을 잡기 위해 선심성 정책을 남발하지 말아야 한다. 한 지역에 특혜를 주면 나머지 여러 지역이 불만을 갖게 되고, 그들을 모두 달래려면 더 많은 특혜를 베풀어야 한다. 그러다 보면 지역 포퓰리즘에 빠져 국사는 엉망이 될 수밖에 없다. 세종시 문제가 지역감정까지 얽혀 더 꼬여가는 것이 그 단적인 예다.

백화종 전무이사 wjbae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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