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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규홍의 식물이야기] 탐매 기행

[고규홍의 식물이야기] 탐매 기행 기사의 사진

섬진강 매화의 개화 소식에 가슴 설레는 봄이다. 이 땅의 봄은 매화 꽃 향기를 타고 은은하면서도 선명하게 다가온다. 설중매(雪中梅)라는 말이 있어 매화는 눈 속에서도 향을 뿜어내는 겨울 꽃으로 알고 있지만 우리에게 매화는 봄의 전령사로 첫손에 꼽힌다. 매화는 옛 선비들이 무척 좋아했다. 매화를 둘러싼 선비들의 일화는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그 가운데 단원 김홍도를 둘러싼 ‘매화음(梅花飮)’만큼 흥미로운 이야기도 없을 듯하다.

매화를 좋아한 단원 김홍도는 자신의 집 뜰에 매화 한 그루를 키우고 싶었지만 끼니를 잇기조차 어려웠던 가난한 화가에게 매화는 그야말로 그림의 떡이었다. 늘 아쉬운 마음으로 남의 집 매화만을 바라보던 어느 날 자신의 그림을 삼천 전에 팔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그림 값을 받자 김홍도는 이천 전을 떼어 매화를 사는 데에 머뭇거리지 않았다. 사들인 매화나무를 뜰에 심었는데, 그게 한없이 좋았고, 매화 꽃에서 풍겨오는 삽상한 향기를 지인들과 나누고 싶었다. 단원은 팔백 전이나 들여 지인들과의 거나한 술 자리를 마련해 매화 향을 즐겼다. 그가 생계를 위해 가족에게 남긴 돈은 겨우 이백 전뿐이었다. 그건 단 하루 계책도 되지 않는 적은 돈이었다.

단원처럼 벗들과 함께 구름같이 피어난 매화 그늘에서 매화 향을 음미하는 걸 ‘매화음’이라 한다. 문학과 예술에 높은 식견을 가진 옛 선비들의 우아하고 고급한 취향이다.

매화는 번거로움보다 희귀함을 귀하게 여기는 꽃이라 했다. 또 은둔한 선비의 기품을 갖춘 꽃이라고도 한다. 그래서 무리를 지어 화들짝 피어나는 것보다는 깊은 산 고요한 절집의 뜰이나 선비의 아늑한 정원에서 홀로 핀 매화가 더 아름답다고 했다.

매화가 풍기는 향기를 암향(暗香)이라고 한다. 화려하지 않지만 은은하게 번지는 향기가 마치 고요한 어둠 속에서도 느낄 수 있는 향기라는 뜻이다.

그러나 매화는 홀로 감상하기에 분에 넘칠 만큼 아름다운 꽃이기도 하다. 봄철 매화 꽃 필 무렵이면 오랜 벗들과 함께 매화 꽃 찾아 떠나는 탐매(探梅) 여행을 꿈꾸는 이들이 많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매화 꽃 그윽한 향을 오랜 벗과 함께 음미하는 건, 이 봄에 누릴 수 있는 큰 행복 가운데 하나이지 싶다.

우리 땅 이 산, 저 산 가리지 않고 구름처럼 피어나는 매화 꽃 향기를 따라 봄 내음이 물씬 풍겨온다. 벗들과 함께 길을 떠나야 할 때다.

천리포수목원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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