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 사용자 20만명… 한국인은 무엇에 열광하나 기사의 사진

‘오늘 밤 파리로 갑니다. 약간 신경 쓰이지만 흥분돼요!!’

지난해 10월 14일 오전 6시17분 피겨 스케이팅 국가대표 김연아 선수가 이 짧은 글을 트위터에 남겼다.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국제빙상경기연맹 피겨 시니어 그랑프리 1차 대회 ‘트로피 에릭 봉파르’에 출전하러 떠나는 날. ‘신경 쓰이지만 흥분된다’는 심경을 가장 먼저 접한 것은 그의 트위터 팔로어(follower·수신자) 5만여명이었다.

트위터는 140글자 이내 메시지를 컴퓨터나 휴대전화로 실시간 주고받는 미니 블로그다. 캐나다 밴쿠버 동계올림픽 금메달 획득 이후 김연아의 팔로어는 배 이상 불어났다. 10일 현재 11만1496명(국내 한글 트위터 이용행태 연구소 ‘오이코랩’ 집계). 국내 트위터 유저 중 단연 1위다.

3위는 팔로어 7만9000여명의 소설가 이외수. 4∼7위는 드라마 ‘꽃보다 남자’ 탤런트 이민호(6만8000여명), 미국 로스앤젤레스 한국식 바비큐 노점상 ‘고기BBQ’(5만7000여명), 걸그룹 원더걸스 소희(4만4000여명), MBC 여성앵커 김주하(4만3000여명). 그럼 2위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수시로 도메인을 차단하지만 도무지 접속자가 줄지 않는 곳, S성인사이트다. 팔로어 8만1000여명. 해외에 서버를 둔 이 사이트는 지난해 6월 19일 트위터를 시작했다. 방통심의위가 접속 주소를 차단하면 곧바로 주소를 바꾸고 새 주소를 트위터로 ‘공지’한다. 무료로 운영되는 이 사이트 음란물에 접근하려 트위터를 주시하는 이가 김연아 팔로어 다음으로 많다.

5위 고기BBQ는 로스앤젤레스 지역 한인을 대상으로 매일 메시지를 띄운다. 불고기와 비슷한 맛의 바비큐를 트럭에서 조리해 판매한다. 노점 단속을 피해 한인 주거지를 찾아 자리를 옮기며 ‘오늘의 판매장소’를 그때그때 트위터로 알리고 있다. 이 트럭에는 항상 긴 줄이 선다.

국내 트위터 사용자가 20만명을 넘어섰다. 중국 쓰촨성 지진을 비롯해 대형 재해마다 언론보다 먼저 소식을 알리고, 2008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위력을 발휘했던 이 ‘단문 네트워크’를 한국인은 어떻게 이용하고 있을까.

‘지금 쌍화탕 먹고 쉬고 있습니다 ㅋ.’

‘쌍화탕 보담은(보다는) 역시 소주가 낫지 않을까요?’

‘ㅋㅋ 역시 고수이십니다.’

직장 선후배쯤으로 보이는 이 대화의 주인공은 박용만 (주)두산 회장과 개그맨 김제동이다. 10일 오후 4시쯤 김제동이 트위터에 ‘쌍화탕 마시고 쉰다’는 글을 띄우자 박 회장이 장난스러운 답글을 남겼다. 이 트위터 대화는 ‘공개 모드’로 진행돼 두 사람의 팔로어들도 볼 수 있었다.

두산그룹은 트위터 마니아인 박 회장의 제안으로 대부분 임직원에게 아이폰을 일제히 지급했다. 그러나 박 회장의 트위터 활동에 언론 관심이 높아지면서 홍보실 임직원들은 만일의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트위터 모니터에 나서고 있다.

서울에는 얼마나 많은 트위터 유저가 있을까. 직접 찾아보기 위해 8일 오후 거리로 나섰다. 장소는 젊은층이 몰리는 서울 신촌과 홍익대 앞, 직장인이 많은 여의도와 광화문 일대. 어떻게 찾느냐고? 아이폰을 들고 갔다.

아이폰 애플리케이션 ‘레이어(Layar)’는 GPS(위성항법장치), 디지털나침반, 구글지도 등의 정보를 이용해 위치를 찾아주는 용용 프로그램이다. 예를 들어, 레이어를 설치하고 ‘맛집’ 검색을 선택한 뒤 거리에서 사진 찍듯 아이폰 카메라 렌즈로 특정 방향을 포착하면 그 방향에 있는 맛집 정보가 아이폰 화면에 뜬다.

검색 대상을 ‘트위터’로 바꾸면 같은 방법으로 최대 반경 15㎞ 안에서 트위터를 사용 중인 사람들을 찾을 수 있다. 아이폰 화면에 그들의 위치, 최근 남긴 메시지, 사진 등이 차례로 표시된다.

먼저 홍익대 정문 앞. 레이어 기능을 켜고 카메라 렌즈가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 방향을 가리키도록 아이폰을 치켜들었다. 아이폰 화면에 잡힌 자동차 안, 카페, 빌딩에서 트위터 사용자들의 메시지와 사진이 ‘두둥실’ 떠올랐다.

한 커피숍에 있는 여성 트위터 유저는 마침 개그맨 김제동에게 메시지를 보내는 중이었다. ‘김제동님이다!! 히히 반갑습니다∼^^;;’라고 방금 그가 전송한 글이 아이폰 화면에 나타났다.

반경 2㎞로 검색 범위를 넓히자 43명이 트위터를 하고 있다는 정보가 떴다. 407m, 609m…. 그들과의 거리도 알려준다. 걸음을 옮기자 이 거리가 시시각각 변한다. 길 안내 기능도 있어 마음만 먹으면 직접 이들을 만날 수 있다.

신촌 연세대 앞으로 옮겼다. ‘생협 아메리카노는 단돈 천원!’ 한 이화여대생이 올린 트위터 광고문구가 화면에 잡혔다. 교내 생활협동조합에서 커피를 싸게 파는 모양이다.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자 ‘어제 후드티 하나 걸치고 나갔다가 오들오들’이라며 누군가 친구와 수다를 떨고 있다. 그 옆에선 ‘○○님이랑 치면 옆에서 나이스샷만 외칠 것 같다’며 엄살 부리는 당구 애호가의 문구가 나타났다.

이번엔 광화문. ‘우와∼부러워! 역시 평일에 휴가 쓰는 게 좋다!’는 잡담, ‘압구정역 추돌사고로 성수대교 인근 지체서행’ 중이라는 교통정보, ‘○○○사 프리젠테이션 참고하라’는 업무상 대화까지 다양하다.

시청 쪽으로 걸어가는 동안에는 ‘일을 즐기는 사람 앞에 장사 없다’ ‘장부 작성 중인데, 오랜만에 머리 쓰니 힘들다’ ‘냉소적인 척하는 것과 냉소적인 것은 어떻게 구별하나’ 등 시시콜콜한 일상이 포착됐다. 단문 네트워크는 이미 서울 깊숙이 자리 잡고 있었다.

간밤에 전국적으로 5㎝ 이상 폭설이 내린 10일 아침. 곳곳에서 빚어진 교통 혼란 상황을 트위터는 실감나게 전하고 있었다.

‘이거 참 3월 대구에 폭설이라니 새벽길 엉금엉금 기어서 출근했네요. 모두 눈길 조심하세요.’(오전 7시20분)

‘부산 교통망 완전 마비, 곳곳 교통 통제 중.’(오전 7시30분)

‘오전 8시 현재 2호선 열차 미끄러져 10분 이상 지연됨. 짜증남.’(오전 8시)

‘지금 지하철 신당역과 사당역은 아수라장. 환승에만 20분 이상 걸리니 다른 방법 찾아보세요.’(오전 8시10분)

‘부산 초·중학교 휴교, 고등학교 정상 등교, 시내 곳곳 정체사고 난리입니다.’(오전 8시20분)

언론매체가 오전 9시쯤 보도하기 시작한 서울 지하철 2호선 운행 지연 사태는 이미 1시간 전부터 트위터를 통해 전파됐다. 휴교한 학교, 현재 교통상황, 출근 소요시간 등이 상세히 올라와 있다.

트위터의 힘은 집단지성과 빠른 전파력이다. 지난 1월 12일 일어난 아이티 지진 참사의 끔찍함은 사태 발생 직후 한 트위터 유저가 올린 사진 15장으로 세상에 알려졌다. 지난해 1월 미국 허드슨강 비행기 불시착 상황도 한 승객의 트위터 메시지로 실시간 타전됐다.

국내에서도 국회의원이 실시간 일정과 주장을 알리고, 신제품이 출시되면 먼저 써본 전문가가 후기를 남기고, 기자회견장의 기자가 질문과 답변을 그때그때 전달한다. 한번 신뢰를 쌓은 유저의 글은 수많은 리트윗(타인의 트위터 메시지를 재전송하는 것)을 통해 엄청난 속도로 전파된다.

우리나라 트위터 유저 사이엔 불문율이 있다. 블로그나 미니홈피보다 진화된 쌍방향 매체인데다 짧은 글을 실시간 주고받는 터라 팔로어가 없으면 아무리 글을 써도 공허한 외침이다. 따라서 누군가 내 트위터를 수신하면, 나도 그의 팔로어가 돼주는 게 에티켓처럼 자리 잡았다. 서로 귀 기울여주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이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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