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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의 발견] 찬 바람 맞는 시래기

[계절의 발견] 찬 바람 맞는 시래기 기사의 사진

강원도 정선군 화암면 백전리에 명물 물레방아가 있다. 1890년께 만들어졌으니 국내에서 가장 오래됐다. 물레방아는 회전운동으로 힘을 만드는 물레와 그 힘으로 상하운동을 하는 방아로 구성된다. 깊은 산중의 물레에는 아직 봄 기운이 미치지 못해 얼음이 덕지덕지 붙어 있고 주변의 잔설 또한 수북하다.

방앗간 처마 밑에 시래기가 걸렸다. 시래기는 무의 아름다운 최후다. 김장에 끼지 못한 무청 다발이 응달에 매달려 쌀쌀한 바람과 얇은 햇볕으로부터 새 영양분을 받는다. 배추의 바깥쪽 부분을 떼어낸 우거지와는 사촌지간이다.

안도현은 시래기 먹은 경험을 시 ‘갱죽’에 녹였다. ‘하늘에 걸린 쇠기러기/벽에는 엮인 시래기/시래기 묻은/햇볕을 데쳐/처마 낮은 집에서/갱죽을 쑨다/밥알보다 나물이/많아서 슬픈 죽/훌쩍이며 떠먹는/밥상 모서리/쇠기러기 그림자가/간을 치고 간다’. 궁핍의 상징이었다가 웰빙 재료로 대접 받는 시래기의 변신이 눈부시다.

손수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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