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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규홍의 식물이야기] 황금 빛 희망 개나리

[고규홍의 식물이야기] 황금 빛 희망 개나리 기사의 사진

춘분이 지났건만 꽃샘추위 심술이 감사나워 봄의 걸음걸이가 더디다. 마침내 개나리가 봄마중에 나섰다. 기상청의 개화시기 예측에 따르면 서울에서도 이번 주말이면 개나리꽃이 피어난다. 햇살 따뜻한 양지녘에서는 이미 서둘러 피어난 개나리꽃이 있긴 하지만 평균치가 그렇다는 이야기다.

기상청은 한 그루의 나무에서 세 송이 이상의 꽃이 활짝 피어날 때를 개화시기로 본다. 온 가지에 꽃송이가 만발하는 건 그때부터 1주일에서 열흘쯤 지나야 한다. 그쯤 되면 아무리 짓궂은 꽃샘추위라 하더라도 어쩔 수 없이 물러가고 만다.

개나리는 산수유꽃이나 유채꽃과 함께 봄꽃 가운데 노란색 꽃을 피우는 대표적인 토종 식물이다. 겨울을 언 땅 깊은 곳에서 보낸 식물들이 이른 봄에 피워내는 꽃에는 흰색이나 노란색이 많다. 복수초 민들레의 노란 꽃이나 설강화 노루귀 목련의 흰 꽃이 그렇다. 추위를 이겨내고 피어나는 빛깔인 셈이다. 그래서 노란색을 희망의 색으로 이야기하기도 한다.

개나리는 우리나라가 고향인 토종 식물이다. 일본식 이름으로 불리는 우리 토종 식물이 적지 않지만 개나리는 엄연히 세계 학계에 ‘koreana’라는 학명으로 등록된 몇 안 되는 식물이다.

일본인 분류학자 나카이 다케노신(1882∼1952)은 한반도의 식물 4000여종을 체계적으로 분류하면서 우리 식물 대부분에 일본식 이름을 붙였다. ‘japonica’라는 학명으로 일본산 식물인 것처럼 등록한 것은 물론이고 일본 정치인 이름을 붙이기도 했다. 하지만 개나리만큼은 한국 토종 식물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만큼 개나리는 오랫동안 우리 곁에서 자라온 우리 민족의 상징이라 할 만한 식물이다.

물푸레나무과에 속하는 개나리에는 일본과 중국에서 자라는 종류를 포함해 모두 여덟 가지가 있다. 그 가운데 우리나라에서는 개나리 외에 산개나리, 만리화, 장수만리화 등 네 가지가 자라는데 개나리꽃의 노란 색이 가장 선명하고 화려하다.

황금빛을 닮았다 해도 될 만한 노란색의 개나리꽃은 예부터 생울타리로 많이 심어 키웠다. 생명력이 강해 특별히 돌보지 않아도 잘 자라는 나무이기도 하지만 희망의 황금빛 봄을 조금이라도 가까이에서 느끼려는 옛 사람들의 정취가 묻어 있는 까닭이다.

꽃샘추위와 춘설, 최악의 황사로 찌뿌둥하기만 한 얄궂은 봄, 개나리꽃이 불러오는 황금빛 희망의 봄이 더 기다려지는 이유다.

천리포수목원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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