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차정섭] 범죄자를 영웅시하는 청소년들 기사의 사진

부산 여중생 성폭행 살해 사건 피의자인 김길태를 옹호하는 카페가 잇따라 개설됐다는 소식은 매우 충격적이다. ‘김길태 공식 팬카페’ ‘김길태 팬카페’ 등의 카페들은 개설 후 며칠 만에 1000명 이상이 회원으로 가입했다고 한다.

초기 화면에 김길태의 사진과 ‘사랑해요 김길태’라는 글귀를 띄운 이 카페 회원들은 ‘김길태 면회를 가자’ ‘현금을 모아 자장면을 배달시켜주자’는 등 어이없는 주장을 펴고 있다. 심지어 허위 수사 발표문을 통해 김길태가 풀려났다거나 그가 진짜 범인이 아니라는 등 거짓까지 퍼뜨렸다. 어떻게 이런 일이 공공연히 벌어질 수 있는지 이해하기 힘들다.

흉악한 범죄자를 영웅으로 여기며 찬양하고, 무죄를 주장하는 인터넷 카페는 예전에도 있었다. 여자 어린이를 끔찍하게 성폭행한 뒤 방치해 구속된 조두순, 연쇄 살인범 강호순, 유영철 등도 팬카페가 존재했다.

올바른 가치관 확립 시급

온 사회를 경악케 한 범죄자를 비호하는 인터넷 카페 설립자와 가입자들은 대부분 청소년으로 추정되고 있다. 실제로 이번에 경찰이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한 김길태 관련 카페 운영자 두 명 가운데 한 명이 경남 창원에 사는 14세 중학생으로 밝혀졌다. 강호순 팬카페 역시 운영자 가운데 한 명이 17세 남학생이었다.

청소년들은 타인의 주목을 받고 싶어 하고, 남과 다른 사람이 되기 원하는 특성이 있다. 범죄자를 검거하기 위해 다수의 경찰 병력이 동원되고, 범죄자의 일거수일투족에 대한 언론 보도가 연일 이어지는 상황을 보며 범죄자를 마치 유명 인사처럼 생각하는 청소년도 있을 것이다. 또 널리 알려진 범죄자를 옹호하는 팬카페를 일시적으로 개설하거나 가입한 뒤 대중들의 관심을 즐기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이들에게서는 피해자가 느꼈을 고통, 피해자 가족들의 슬픔 등을 진지하게 고민한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

청소년은 본인은 물론 타인의 언행에 대해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지를 판단할 확고한 가치관을 갖고 있지 못하다. 가정과 학교 생활 속에서 다양한 자극과 반응을 주고받음으로써 옳고 그름에 대한 기준을 하나하나 세우고, 굳혀가는 시기다.

때문에 청소년들이 올바른 가치 판단을 할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할 의무와 책임이 기성세대들에게 있다. 청소년들의 철없는 행동을 법적으로 처벌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강력 사건이 발생했을 때 청소년들을 향해 격앙된 어조로 범죄자를 비난하는 것이나, 무거운 죄를 저지르면 그에 상응하는 엄격한 벌을 받게 된다는 사실을 전해주는 것도 충분하지 않다.

청소년들이 바람직한 도덕관을 갖도록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흉악한 범죄자를 치켜세우는 철없는 청소년들에게 우리나라의 미래를 맡길 수는 없지 않은가.

‘따뜻한 품성’ 키워줘야

청소년들과의 진지한 대화를 통해 공감과 이해를 이끌어내는 방안도 한 가지가 될 수 있다고 본다. 대화 테이블에는 사건이 발생했다는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피해자와 그 가족들의 아픔은 헤아려보았는지, 그리고 타인에게 끔찍한 짓을 저질러선 안 되는 이유가 무엇인지 다양한 소재들을 올릴 수 있을 것이다.

인격보다 성적을 중시하는 교육에서 벗어나는 일도 시급하다. 일등 지상주의를 강요해선 안 된다. 등수를 놓고 과도한 경쟁을 유발하는 것을 자제하고 더불어 사는 삶의 중요성을 일깨워줘야 한다는 얘기다.

청소년들의 도덕적 가치관 확립을 위한 교육이야말로 우리 사회를 아름다운 곳으로 만드는 데 커다란 도움이 될 것이다. 청소년들이 타인을 배려할 줄 알고, 포용하는 따뜻한 품성을 갖도록 기성세대들이 더 노력해야 한다.

차정섭 한국청소년상담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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