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박병권] 스포츠 스타 전성시대 기사의 사진

국내 구기종목 가운데서 가장 인기 있는 프로야구가 지난 주말 개막함에 따라 본격적인 스포츠의 계절이 돌아왔다. 다른 해에 비해 유난히 눈이 많아 지루하게 여겨졌던 긴 겨울이 가고 시나브로 봄의 문턱에 들어서는 것과 함께 야구장의 열기도 살아났다. 올해엔 6월 남아공 월드컵과 11월 광저우 아시안 게임도 예정돼 있어 가히 스포츠의 해라고 할 만한다. 지난달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렸던 동계올림픽에서 우리 젊은이들이 예상치 않았던 선전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을 때의 감동을 다시 맛볼 수 있을 것이다.

애국가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태극기가 올라가는 모습을 보면서 살짝 눈물을 흘렸던 어린 선수들에게서 국민들은 희망과 일체감을 함께 느꼈으리라. 이 때문에 스포츠는 필연적으로 새로운 스타를 탄생시켜 영웅을 만드는 장을 제공하기도 하는 것이다.

금메달을 목에 걸기까지의 헤아릴 수 없는 많은 땀과 노력이 대중의 공감으로 이어져 감회로 마감하는 것이란 의미다. 동시에 기업들도 이들을 모델로 세워 브랜드의 인지도를 올려 매출을 극대화하는 마케팅 전략을 구사한다. 이런 점에서 새로운 스포츠 스타의 탄생은 경제산업 발전에 이바지하는 영향도 적지 않다.

실제로 밴쿠버 동계올림픽 때 대한체육회를 공식후원한 수협은행과 RYN코리아의 언론노출 효과는 모두 67억여원에 달한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매체별로는 TV가 44억여원, 신문이 19억여원, 인터넷이 3억여원 등으로 집계됐다. 당초 SBS의 단독중계로 마케팅 효과가 별로 높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모태범 등 깜짝 스타가 잇달아 탄생하는 바람에 국민적 관심이 증폭된 데 따른 것이다. 피겨 스타 김연아의 경우는 더 말할 것도 없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이 한양대 스포츠 산업 마케팅센터에 의뢰해 조사한 김연아의 경제적 가치는 무려 5조2000억원을 넘는다. 여기에는 동계올림픽 금메달 획득으로 인한 한국 이미지 제고 효과, 스포츠산업 파급효과 등 모든 가치가 포함돼 있다.

사실 수치로 스포츠 스타들의 값을 계량화한다는 것이 얼마나 과학적인지 기자는 확신하지 못한다. 여러 언론매체에 노출되는 효과 등을 분석한 노력을 전적으로 불신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과학의 계량화란 원초적으로 한계를 갖기 때문이다. 이들의 값어치는 학자들이 계산한 수치보다 더 높을 수도 있다.

IMF 위기 당시 맨발로 연못에 들어가 악착같이 공을 쳐 그린 위에 올린 뒤 마침내 US 오픈 우승을 차지한 박세리의 활약은 계량화가 어렵다. 직장에서 내몰리고 가정이 파탄나 길거리에서 헤맨 국민들이 뙤약볕에서 연습하느라 검게 탄 그의 발과 양말을 벗은 백지장 같은 발의 섬뜩한 대조를 봤을 때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다. 마찬가지로 스피드스케이트 선수 이상화의 굳은살 박힌 발바닥이나 상처로 도배한 것 같은 김연아와 박지성의 발도 그냥 볼 수만은 없는 감동을 준다.

스포츠 스타들의 투혼이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것은 우리사회가 그만큼 감동적인 이야기를 생산하지 못한다는 역설적인 의미도 있다. 특히 정치인들의 행태가 자주 도마 위에 오른다. 최근 지방선거를 앞두고 벌이는 정치인들의 구태의연한 합종과 연횡에 국민들은 실망하리라. 고위공직을 지낸 이들의 수뢰 습성도 우리를 절망으로 내몬다. 법적인 유무죄를 떠나 그들의 도덕적 성적표는 이미 매겨진 것 아닌가. 여야 정치인들은 입을 열기만 하면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정치를 외치지만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세종시 건설과 4대강 개발이란 문제 빼고 무슨 문제를 가지고 고민했는지 알 길이 없다. 어린이 성폭행 문제는 수년 전부터 부모들의 근심거리였는데도 아직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일을 사례로 들자면 이 또한 끝이 없다. 도대체 국민들은 어디에서 희망을 찾아야 할지 해답이 없다. 정치인들에게 실망한 국민들을 위해서라도 올해는 더 많은 스포츠 스타가 탄생했으면 좋겠다.

박병권 체육부장 bkpar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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