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본 옛 그림] (13) 게걸음이 흉하다고? 기사의 사진

봄동이 언제 맛있느냐고 물었더니 시골사람 왈, “동백꽃 필 때지” 한다. 꽃게 철이 언제냐고 미식가에게 물었더니, “모란꽃 피었다 질 무렵이 절정”이라고 한다. 이토록 맛있게 대답하는 이는 여간내기가 아니다. 동백꽃, 모란꽃의 붉은 아름다움이 곧장 혓바닥에 들어오니까.

단원 김홍도가 그린 게는 꽃게가 아니다. 갈대밭에 있으니 참게나 말똥게쯤 될까. 게 맛은 갈대 피는 철과 무관하다. 그럼, 게가 갈대꽃을 꽉 물고 있는 그림은 무슨 뜻일까. 갈대 ‘로(蘆)’ 자는 말 전할 ‘려(月盧)’ 자와 발음이 비슷하다. ‘려’ 자가 들어간 단어에 ‘여전(月盧傳)’이 있는데, 이름이 불린 과거 급제자가 임금을 알현한다는 뜻이다. 게의 껍질은 ‘갑(甲)’이라는 글자여서 ‘일등’과 통한다.

풀이하자면 장원급제해서 임금을 뵈라는 기원이 이 그림에 숨어 있다. 단원은 거기서 한술 더 뜬다. 그림에 써넣기를, ‘바다 용왕이 있는 곳에서도 옆걸음친다’고 했다. 이 말이 무섭다. 게걸음은 옆걸음이다. 조정에 불려가더라도 “그럽죠, 그럽죠” 하지 말고 아닌 것은 아니라고 똑 부러지게 행세하라는 주문이다. 게의 별명이 ‘횡행개사(橫行介士)’다. ‘옆걸음 치면서 기개 있는 선비’란 말이다.

모두 ‘예스’라고 할 때 혼자 ‘노’라고 말하는 야무짐이 벼슬하는 자의 기개다. 게가 맛있는 철이 돌아온다. 관리들이여, 게살만 발라먹지 말고 게의 걸음걸이도 떠올릴지어다.

손철주(미술칼럼니스트·학고재 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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